아쉬움 많은 동학농민혁명 기념물

친일파가 만든 엉터리 동상
군사독재정권 손길도 여실

  • 입력 2018.05.04 10:32
  • 수정 2018.05.17 16:4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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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달 30일 신함식 황토현동학농민혁명기념제 조직위원장이 전북 정읍시 황토현전적지 내 전봉준 동상을 가리키며 아쉬운 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30일 신함식 황토현동학농민혁명기념제 조직위원장이 전북 정읍시 황토현전적지 내 전봉준 동상을 가리키며 아쉬운 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전봉준 장군 동상이 마침내 서울 종로에서 역사적인 제막식을 치렀지만 기실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인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엔 적지않은 동상과 기념물들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기념물들조차 저마다 다소간의 결점을 남기며 보는 이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곳곳에 산재돼 있는 전봉준 장군 동상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대표적인 것은 역시 정읍 황토현전적지의 동상이다. 두루마기를 입은 전봉준 장군이 주먹을 치켜들고 다른 한 손에 격문을 든, 바로 부안 백산 봉기 당시의 모습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전봉준 장군의 ‘맨상투’에 있다. 통상 상투머리엔 망건과 갓을 쓰거나 띠를 두르게 마련이다. 아무 것도 없는 맨상투바람은 죄인의 행색이다. 두루마기를 입고 격문을 읽는 몸통에 맨상투머리를 얹은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동상을 만든 작가도 논란거리다. 작가인 김경승은 국회의사당 로비 이순신장군상, 도산공원 안창호상, 덕수궁 세종대왕상 등을 조각한 거장이지만, 일제강점기 친일 성향의 작품과 인터뷰 등으로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두 페이지에 걸쳐 등재돼 있다.


또한 이 동상이 세워진 황토현전적지는 박정희가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 첫 삽을 뜨고 전두환이 정화사업으로 정비한 곳이다. 경내에 위치한 갑오동학혁명기념탑엔 농민군의 구호인 보국안민(輔國安民)의 보(輔:돕다)가 안보의 보(保:지키다)로 바뀌어져 있다. 부당한 권력과 일제에 대항하던 농민군의 정신이 어처구니없게도 군사독재정권의 손아귀 안에서 친일파의 작품으로 기려지고 있는 것이다.

정읍 황토현적적지의 갑오동학혁명기념탑. 보국안민(輔國安民)이 '保國安民'으로 바뀌어 있다. 한승호 기자
정읍 황토현적적지의 갑오동학혁명기념탑. 보국안민(輔國安民)이 '保國安民'으로 바뀌어 있다. 한승호 기자

군사독재정권은 동학농민군의 개혁정신을 군사쿠데타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고자 했다. 이는 공주 우금치에 있는 동학혁명군위령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위령탑 비문엔 “님들이 가신 지 80년, 5.16혁명 이래의 신생조국이 새삼 동학혁명의 순국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면서 빛나는 10월 유신의 한 돌을 보내게 된 만큼 (중략) 그 위대한 혁명정신을 영원무궁토록 이어받아 힘차게 선양하라”고 새겨져 있다.

군사독재의 흔적을 떠나더라도 아쉬운 부분들은 많다. 부안의 백산성지는 불과 최근까지만 해도 수풀이 무릎까지 자라 통행이 힘들 정도로 관리가 미흡했고 정읍의 ‘전봉준 장군 고택’이나 고창의 ‘전봉준 장군 생가터’는 확실한 고증이 이뤄지지 않은 채 졸속으로 지어졌다는 비판이 있다. 일부 유적지에선 비장함과 거리가 먼 조악한 조형물로 농민군의 모습을 표현해 놔 답사객들의 조소를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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