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와 상생하는 철원 농민들

무논 조성·볏짚 존치로 두루미 서식지 관리 ... 농민들 자발적 노력에 정부지원 필요

  • 입력 2017.11.10 16:55
  • 수정 2017.11.12 15:42
  • 기자명 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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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서경원씨가 무논 둘레에 가림막을 치고 있다. 동료 농민들과 조성한 무논이 무려 7만여평. 곳곳에 두루미가 모여 채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철원의 농부들은 가을걷이 끝난 논에 물대기 바쁘다. 번식지의 추위를 피해 철원으로 날아드는 두루미류에게 안전한 쉼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물이 찰랑거리는 무논에서 수천 마리의 두루미가 먼 길 날아와 지친 몸을 쉬며 배고픔을 달래고 있다.

오대벼 채종단지 7만여평의 논에 물을 댄 서경원씨는 무논 주변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두루미가 예민하니 사람들 움직임에 놀라지 말라고 친 것이다. 자비를 들여서까지 한 까닭을 물으니 서씨는 “철원에서는 오대쌀 브랜드 이미지로 두루미를 활용하고 있다. 청정한 땅과 물에서 사는 새, 이게 두루미 이미지다. 철원에서 두루미가 사라지면 오대쌀의 가치도 떨어지는 것이다. 농사꾼이 살려면 두루미를 살려야 한다. 공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흥준 철원군농민회 조국통일위원장도 논 두 배미를 무논으로 만들었다. 전 위원장은 “오리도 온다. 다양한 새가 이용하는 걸 보니 만족스럽다. 새와 교감하는 듯 한 느낌이 좋다. 무논은 새와 동물이 소통하고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서 주민들 참여를 늘려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철원 평야와 두루미의 상관관계를 8년째 조사·연구해온 한봉호 서울시립대 환경생태연구실 교수는 무논조성과 볏짚존치가 두루미에게 미친 영향을 이렇게 말한다. “일본의 경우, 일정지역에 두루미를 모아 먹이를 주는 사육방식이다. 

이와 달리 철원은 추수 후에 자연스럽게 먹이를 존치해서 두루미가 스스로 먹이를 찾게 해 야생의 본성을 유지하게끔 한다. 일본은 물론 다른 나라, 국내 다른 지역에도 모범이 되는 사례다. 무논 조성 이후 철원에서 월동하는 개체수가 늘었다. 민간인통제구역에 조성했기에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AI 전염의 위험성에서 안전하다. 농민들이 아주 큰일을 해냈다.”

지구에는 15종의 두루미가 산다. 그 가운데 7종이 철원에서 겨울을 나는데,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더구나 넓은 들판에 흩어져 자연스럽게 먹이를 먹고 날아다니는 광경을 볼 수 있는 곳도 철원뿐이다. 겨울이면 전 세계 조류 전문가들이 두루미의 안전을 확인하러 철원을 찾는다. 각종 개발로 해마다 번식지와 월동지가 파괴되는 상황에서 철원만이라도 잘 관리돼야 한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국가 시책은 미미하다.

무논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한 최종수 철원두루미협의체 사무국장은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덕분에 사업이 잘 진행돼왔지만, 더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두루미는 철원군민의 재산이기도 하지만, 국가 재산이기도 하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철원에 두루미가 지속적으로 오게 하는 정책, 농민들의 수고에 보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2년에 걸쳐 시행한 사업의 결과와 전망은 오는 12월 8~9일 열리는 ‘철원두루미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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