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권리선언’, 앞으로 남은 길은

[기획] 농민헌법과 농민권리선언

  • 입력 2017.09.17 11:40
  • 수정 2017.09.17 11:41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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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개정될 헌법에 농민의 기본권을 담아야한다는 농촌사회의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할까? 때마침 논의 중인 유엔인권위원회의 ‘농민과 농업노동자 권리 선언(농민권리선언)’은 우리에게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한우준 기자

 

① ‘농민권리선언’은 어떻게 나왔나

② `농민권리선언', 그 의미와 한계

③ `농민권리선언', 앞으로 남은 길

 

비록 압도적인 비율의 찬성표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현재까지의 논의 과정을 볼 때 농민권리선언은 무난히 유엔인권이사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농민연합(SPI)의 헨리 사라기 대표는 본지 주관의 국제토론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지난 4일 “오는 2018년 2월 각국 실무회의에서 선언문 초안 작성이 끝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선언을 대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다. 찬성표를 던진다는 것은 결국 우리 정부가 선언의 내용에 깊이 공감하고 그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한국 정부는 두 번째 회의부터 반대에서 기권으로 입장을 전환했는데, 소농이 처한 열악한 현실에 대한 공감의 표시 차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찬성표를 이끌어내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국내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쉽지 않아 보인다.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지역대표는 “정부에서는 선언문 초안의 17조와 19조 내용에 동의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라며 “이미 재분배가 이뤄진 토지에 대해 농민들이 집단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부분, 그리고 현 국내법과 국제종자협약에 위배되는 종자에 대한 농민의 권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우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다. 촛불혁명으로 급작스럽게 닥친 개헌정국. 농민의 권리를 지키라 명하는 헌법의 새로운 구절이 등장할 수만 있다면 권고 수준에 불과한 유엔의 선언과는 비교 불가한 농정 개혁의 원동력이 된다. 과연 구속력을 갖춘 협약으로 이행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선언에 기대기 이전에 확실한 기회를 한 번 더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유엔의 선언은, ‘농민헌법’ 제정을 위해 입법부를 설득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여기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해선 최저가격보장제와 개방 농정 철폐 등 우리의 요구와 밀접한 선언의 주요내용에 대해 정부의 최종적인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농민을 위한 개헌 논의에서 든든한 우군이 돼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을 이끌어 낼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농민운동이 또 한 번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정치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지금, 국민의 관심과 여론을 끌어내는 일은 농민 전체의 하나 된 말과 행동이 없고서는 불가능하다. 곧 출범할 ‘농민헌법 운동본부’가 얼마나 많은 농민들을 규합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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