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민을 만나다⑧] 가업을 잇는 2세 모임 전남 강진 ‘나아농’

“나도 아버지도 자랑스러운 농민입니다”

  • 입력 2017.09.03 10:13
  • 수정 2017.09.03 15:18
  • 기자명 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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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신수미 기자]

농사를 지으며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찾기 위해 모이는 젊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청년농민에 대해 잘 모른다. 농촌의 고령화를 지적만 할 뿐 주변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들어보지 못했다. 매월 첫 주 청년농민이 만들어가고 있는 소통공간을 찾아 농업·농촌·농민의 미래를 함께 그려 보고자 한다. 

청년농민모임을 찾아다니면서 부모세대 농민들이 자녀들에게 농업을 물려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동안 지면을 통해 소개된 축산 2세 모임에 이어 전남 강진 가업 2세 모임 ‘나와 아버지는 농부입니다(나아농)’ 손영현 회원을 만났다.

강진 농업 2세 청년모임인 나아농은 강진군 미래산업과에서 추진한 ‘강진 청춘어람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군청에서 함께 할 청년들을 모았고 지난 3월부터 속도를 내서 회장인 최상훈 씨를 비롯해 25명의 회원이 모였다. 강진에는 나아농 뿐만 아니라 서비스 분야 2세 모임인 ‘강진 가업 2세 모임(강이회)’도 함께 결성돼 운영되고 있다. ‘가업 2세 중심 강진 청춘어람 프로젝트’는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 응모해 최고점을 받았다.

축산 분야는 2세 모임이 잘되는 편이지만 수도작이나 다른 작물은 그렇지 못했다. 다행이 군청에서 여러 도움을 주고 있어서 모임이 빠르게 자리가 잡혔다.

모임이 결성되자마자 다녀온 두 차례 견학도 짧은 기간에 회원들이 친해지는데 도움이 됐다. 가업을 잇는 문화가 강한 일본 요나고 지역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왔고, 구례에서 대를 이어 장을 만들고 있는 피아골 영농조합으로 견학을 갔었다.

월 1회 모임을 하고 있고, 50세 이하의 농민으로 나이를 제한했다. 모임을 하면서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동병상련의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다. 만나면 주로 부모님과 관계에 대해 고민을 많이 나누는 편이다. 많은 경우 아버님은 해오던 방식대로 하려고 하고 자식은 배웠던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갈등이 생긴다. 또 개인적 시간이 없고 일정 조절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고민을 얘기했다. 약속을 잡아놓고 나가려고 하는데 부모님이 일하자 그러면 다 취소하고 다시 들어와 일해야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신 부모님과 함께 해서 가장 좋은 것은 직장생활보다 편하고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또래 농사꾼들이다 보니 영농기술이나 유통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한다. 열심히 농사지은 작물들이 헐값에 넘겨지는 게 매번 안타까워 제값을 받을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다. 로컬판매장부터 도시지역과 연계한 현지 매장까지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요즘 청년문제가 대세라 나아농 모임에 대해 언론에서 관심이 많았다. “행사를 하면 여기 저기 실리기도 하고, 방송다큐를 찍자는 제안도 왔지만 아직은 우리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거절했어요. 생겼다가 흐지부지 없어지는 모임이 얼마나 많아요? 꾸준히 모임을 이어가면서 지금처럼 해나가고 싶어요.” 손씨의 바람은 소박해보이지만 하는 일에 대한 애정과 욕심이 묻어나 보인다.

힘들어서 농사만은 자식에게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다던 말은 서서히 옛말이 되고 있다. 경험과 전통을 배워 미래로 이어가는 나아농 청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어렵다고만 말하는 농촌과 농업에 이 청년들이 있어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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