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민을 만나다②] 농사 자부심으로 뭉친 청년들

나눔의 의미 찾는 청년농민모임 ‘여주 영농 4-H’

  • 입력 2017.03.05 12:11
  • 수정 2023.03.12 18:31
  • 기자명 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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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신수미 기자]

농사를 지으며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찾기 위해 모이는 젊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청년농민에 대해 잘 모른다. 농촌의 고령화를 지적만 할 뿐 주변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들어보지 못했다. 매월 첫 주 청년농민이 만들어가고 있는 소통공간을 찾아 농업·농촌·농민의 미래를 함께 그려 보고자 한다.

경기도 여주 영농 4-H 청년 농민들은 매년 저소득층을 찾아가 선물을 전하는 ‘사랑의 몰래산타’로 나눔의 의미를 되새겨 왔다.

경기도 여주 영농 4-H는 대부분의 농촌지역에 있는 여느 모임처럼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만 35세 이하의 청년들의 모임이다. 주로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짓거나 독립을 준비하는 영농 2세들로 약 30여명의 청년들이 함께 하고 있다.

여주 청년 농민들을 만나보게 된 계기는 ‘몰래 산타’였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찾아가 선물을 주는 몰래 산타는 전국적인 청년들의 사회봉사활동이다. 여주 몰래산타는 2009년 학생시절 이 활동을 경험했던 박주원 당시 회장과 현 회장인 허향화씨의 의기투합으로 시작됐다.

2012년부터는 여주에서 꽤나 알려진 행사로 자리 잡았다. 어려움을 겪었던 재정 마련을 위해 공동경작도 시작했다. 고구마농사로 시작했던 공동경작은 기술센터의 도움으로 농어촌공사에서 논을 임대받아 벼농사까지 짓게 됐다. 2년 전부터는 산타 후속사업으로 떡국 나눔 활동도 시작했다. 아직 초기 단계라 안착은 되지 않았지만 또 하나의 정기 활동으로 자리 잡게 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고 한다.

회원을 확대하기 위해 새롭게 영농을 준비하는 한농대 졸업예정자들과의 간담회도 추진한다.

청년들이 영농 4-H를 찾는 이유는 당연히 또래와의 소통이었다. 농촌 지역의 특성상 동네에서는 어린 아이 취급이 일상이다. 어딜 가든 누구의 아들딸로 불리는 것과는 달리 이 모임에서는 농사를 짓는 같은 처지의 동료로 만날 수 있다.

여주 영농 4-H 소속 청년농민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부모님 세대가 갖고 있는 기반으로 영농을 시작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느낌이 강했다. 농업정책에 대한 불만이나 요구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었다. 농협문제나 지역 사안이 생기면 농민단체와 관계가 있는 회원들은 함께 참여하지만 주요 관심사는 아니었다.

이 청년들은 농사를 짓는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과 자부심이 강했다. 비록 육체적으로 고된 농사일이지만 도시에 있는 친구들보다 경제적으로 더 나은 조건이라서 농업을 선택한 것이 나쁘지 않다. 부모들은 자식이 농사를 시작하면 규모를 키우는 경우가 많아 농사일이 적은 편은 아니다. 열심히 일한만큼 쉬는 시간이 생기면 남들처럼 여행도 가고 취미활동을 하기 위해 적극적이다.

유학을 갔다가 돌아와 친환경 농사를 짓는 회원,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려 농고를 진학해서 일찍부터 낙농농장의 대표가 된 회원, 농사를 짓지만 여행사를 차리고 싶은 회원, 이 모임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농민단체의 간부가 된 회원 등 지역에서 다들 자기 역할을 해내는 청년들이 모여 의미 있는 행동을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농사를 짓고, 농촌에서 어른들과 함께 사는 청년농민들도 결국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살아내고 싶은 ‘청년’이다. 딱히 더 대단하거나 그렇다고 농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러하듯 움츠려있지도 않았다. 만 35세가 지나면 영농 4-H를 졸업하고 아버지 삼촌들이 모여있는 지도자 모임으로 넘어가 다시 막내가 된다. 우리 농촌에 청년 농민들을 담아낼 더 다양한 그릇들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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