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민을 만나다⑪] 충북 진천 덕산면 청년농민모임 ‘신세계’

농업의 미래 위해 공부하는 청년들

  • 입력 2017.12.03 14:54
  • 수정 2017.12.03 19:20
  • 기자명 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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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신수미 기자]

농사를 지으며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찾기 위해 모이는 젊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청년농민에 대해 잘 모른다. 농촌의 고령화를 지적만 할 뿐 주변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들어보지 못했다. 매월 첫 주 청년농민이 만들어가고 있는 소통공간을 찾아 농업·농촌·농민의 미래를 함께 그려 보고자 한다.

충북 진천엔 농업과 지역의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농민모임이 있다. 모임 이름은 ‘신세계(사진)’로 청년들이 농업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자는 포부를 담았다. 박진광(45) 신세계 회장으로부터 농사를 지으며 고향을 지키려는 후배들과 모임을 꾸려온 얘기를 들어봤다.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진천에도 공장과 아파트가 생겨났고 인구가 유입되면서 청년들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그런 분위기 탓인지 도시에 나갔던 청년들이 돌아와 농사를 짓기도 하고, 부모로부터 농업을 이어받는 젊은이들도 많아졌다.

진천에서 20년 정도 농사를 지은 박 회장은 그런 후배들과 뭔가 함께 할 수 없을까 고민을 했다고 한다. “지역의 청년농민들이 대부분 후배들이다. 이 친구들이 지역에서 뭔가 역할을 했으면 하는데 부모 그늘에 가려서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농업에 대한 얘기도 해보고 싶어 모았더니 많이 모였다. 그렇게 모임을 시작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신세계의 회원은 총 23명이고, 연령대는 33~40세 사이가 가장 많다. 박 회장은 대부분의 회원들이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센터나 기관에서 하는 교육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회원 중엔 강소농 소속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강소농 자율모임체로 등록했다. 진천은 수박이 유명하지만 그 외에도 밭작물을 비롯해서 품목이 다양하다. 그래서 공동지원사업이나 자재구입 같은 경제사업은 어려웠다. 이런저런 조건으로 자연스럽게 모임의 주된 사업은 ‘교육’이 됐다.

“올해는 3강의 이론교육과 현장교육을 기획해서 진행했다. 지난달 28일 이론 교육을 마쳤다. 로컬푸드, 농민의 리더쉽, 4차산업혁명 등의 내용으로 강의를 들었고, 오는 12일엔 완주로컬 직매장으로 현장교육을 갈 계획이다. 교육 관련된 재정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을 받지만, 교육 주제는 모임에서 논의해서 정하고 강사도 섭외한다.”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정기모임에선 주로 농사 관련된 정보를 나눈다. 품목이 달라도 서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축산하는 친구는 하우스하는 친구에게 퇴비를 주기도 하고 볏짚을 나눠 쓰기도 한다. 요즘 농사에서 가장 큰 어려움인 인력부족의 문제도 함께 의논하고 돕기도 한다. 가장 큰 부분은 또래가 모여서 힘든 것을 나누고 술 한 잔 기울이는 것이라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모임이 4년차에 접어들면서 지역에 소문도 나고 지켜보는 시선이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 부담도 되지만 아직까지 잘 해오고 있다고 자부한다. 회원들이 다양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을 장점으로 살려서 꾸러미나 로컬푸드 매장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교육이다. 교육사업의 목표 중 하나는 젊은이들이 소양을 쌓아서 지역을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것이다. 지금은 비록 가정에서는 부모님, 지역사회에서는 어르신들의 그늘에 있지만 결국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 가야 될 것이다.”

박 회장이 밝히는 포부처럼 결국 농업과 농촌지역의 미래는 청년농민에게 달려있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배움부터 시작해서 준비하겠다는 충북 진천 덕산 청년들이 만들어가는 농업의 신세계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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