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협 시장도매인, 산지와 상생이 관건

도시농협 판매사업 돌파구로 설립
산지 농민 입장 반영할 수 있을까

  • 입력 2017.09.03 02:11
  • 수정 2017.09.03 02:1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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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서울지역 농협들이 강서도매시장에 시장도매인을 설립했다. 판매사업의 대외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이다. 산지에선 도시농협의 시장도매인이 산지의 농민들과 이익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강서시장은 최근 신규 시장도매인 점포 8개를 증축 중이다. 개중 일부에 생산자단체를 참여시키자는 논의가 이뤄지자 전남지역 몇몇 농협들이 적극적으로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신규점포 모집을 앞두고 돌연 기존 1개 점포의 지정취소로 시장도매인에 공석이 생겼고, 그 자리를 서울지역 농협들이 출자해 만든 서울NH청과(대표 조성필, NH청과)가 꿰차고 들어왔다.

NH청과는 서울 도심지역 4개 농협(강서·관악·서서울·영등포농협)과 사실상 산지농협의 특성을 띠는 서울원협, 이들과 교류가 활발한 예산 신양농협 등 6개 농협이 출자한 사업체다. 도시농협의 고질적 고민거리인 농산물 구매 문제를 공격적으로 해결해 보자는 전략이다.

도시농협은 대부분의 농산물을 농협공판장이나 농협안성물류센터에서 조달한다.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다 보니 가격이나 신선도 면에서 일반 마트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시장도매인을 운영하면 유통과정이 보다 간소해지고 소량출하 및 수시출하도 가능해져 산지 직거래를 활성화할 여건이 갖춰진다. 최근 판매사업을 확대하면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도시농협들에게 시장도매인 운영은 중요한 활로가 될 수 있다.

서울지역 농협들이 출자해 만든 시장도매인 ‘서울NH청과’가 11일부터 강서시장에서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산지농협과 상생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런데 의도찮게 도시농협이 먼저 시장도매인에 진출하게 됐지만, 애당초 강서시장이 유치하고자 했던 것은 산지농협이다. 산지농협이 시장도매인을 운영하면 독자적인 판로로 원활한 출하를 기대할 수 있고 운영수익은 오롯이 산지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도시농협의 1차적 관심사는 실상 원활한 수집과 마트 경쟁력 제고에 있다. ‘농협’으로서의 확고한 사명감 혹은 산지농협과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자칫 산지와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

시장도매인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서진도농협 김영걸 조합장은 “도시농협은 산지농협에 도움을 주는 경제사업을 해야 한다. 생산자에게 혜택을 주려 하지 않고 일부 도시농협의 행태처럼 산지농협을 경쟁시켜 이득을 취하려 한다면 농협이 시장도매인에 진출하게 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곽길성 전 진도군농민회장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민간업체보다야 도시농협이 들어간 것이 나을 거라 본다”며 “도시농협이 산지농협과 협동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가길 일단 기대해 보겠다”고 전했다.

조성필 NH청과 대표는 “사업체이지만 협동조합의 경영방식을 많이 도입하려 한다. 지역의 물건을 꾸준히 구매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돕고, 영업이익은 산지와 소비지에 장려금으로 환원할 것”이라며 산지의 우려를 다독였다.

NH청과 설립에 참여한 4개 서울 농협들은 15개 대형매장을 포함해 23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연간 농산물 매출액은 총 350억원에 달한다. 운영하기에 따라서 산지에 상당한 이익을 줄 수도, 혹은 그만큼의 고통을 줄 수도 있다. NH청과는 오는 11일 영업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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