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석산 발파 … 분노하는 고창

  • 입력 2017.08.04 13:22
  • 수정 2017.08.09 09:11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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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긋한 연세의 노인들이 외친다. “석산개발 연장허가 성송면민 결사반대”, “석산개발 살인행위 생지옥이 따로없다” 지난 4월부터 매주 수요일 아침이면 고창군청 앞에서 울려 퍼지는 구호 소리다. 폭염 속에서도 노구의 몸을 이끌고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25년간 참아 온 석산 개발,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며 주먹을 힘껏 치켜 올렸다. 한승호 기자

2017년 8월 2일, 폭염주의보는 전라북도 고창군도 피해가지 않았다. 아침부터 따가운 햇살이 내리 꽂힌다. 그럼에도 아침 8시 30분, 고창군청 앞에 약 40여 명의 군민들이 모였다. 참가자의 절대 다수는 80세를 넘긴 어르신들이었다. 심지어 올해 92세인 참가자도 있었다. 한 어르신은 “도저히 이대로는 살 수 없어 농사일도 팽개치고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그럼에도 폭염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에, 어르신들은 집회 내내 연신 부채를 부쳤다. 그 폭염을 무릅쓰고 어르신들이 집회에 나왔던 이유는 무엇일까?

고창군 성송면 암치리엔 석산 발파 현장이 있다. 25년 전인 1992년부터 지금까지 마을 코앞에서, 마을주민들의 경작지 앞에서 발파가 진행됐다. 이 사업을 진행 중인 (주)축복건설은 2004년 사업을 이어받은 뒤 2012년과 올해 4월 고창군으로부터 사업 연장 허가를 받았다. 주민들 대다수의 의견은 무시한 채, 극소수 지역 유지들하고만 합의했다. 고창군은 법적 하자가 없단 이유로 허가를 내줬다.

그 일방적 결정으로 성송면 주민들이 겪은 고통은 컸다. 발파로 인한 진동, 소음, 돌가루 비산과 오폐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 등의 주민 생존권 침해가 있음에도, 주민들은 지난 25년간 참아왔다. 그러다 올해 4월 사업 재연장 허가 소식을 듣고 기어이 폭발했다.

분노한 주민들은 4월부터 고창군청 앞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집회 참가자 다수가 80대 이상 노인임에도, 그들은 지치지 않고 열심히 구호를 외쳤다. 2일 집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석산개발 웬말이냐 살인행위 중단하라!”

“주민들을 무시하는 고창군수 물러나라!”

지긋한 연세의 노인들이 외친다. “석산개발 연장허가 성송면민 결사반대”, “석산개발 살인행위 생지옥이 따로없다” 지난 4월부터 매주 수요일 아침이면 고창군청 앞에서 울려 퍼지는 구호 소리다. 폭염 속에서도 노구의 몸을 이끌고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25년간 참아 온 석산 개발,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며 주먹을 힘껏 치켜 올렸다. 한승호 기자

집회 중 계속 오는 봉고차에서 예닐곱 명씩 주민들이 내려 합류했다. 주민들은 함께 싸우며 점점 ‘하나’가 됐다. 집회 사회자 강진이(54)씨는 한 암치리 주민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그 감동을 표현했다. 주민들은 그의 발언에 박수를 치고 꽹과리를 두들기며 환호했다.

“그 주민 분이 ‘우리 마을이 그래도 이번에 많이 변했다. 우리도 단결이 되더라. 이처럼 엄청난 소득이 어디 있냐’고 했습니다. (국민의)단결이 있었기에 국민들이 박근혜와 최순실을 몰아낼 수 있었듯이, 우리도 단결한다면 이길 수 있습니다!”

이대종 고창군농민회 회장과 이현숙 전북도의회 의원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힘을 보탰다. 이 회장은 “축복건설이 무슨 짓거리를 했는지 비판하고 증언할 수 있는 분들은 여기 있는 어르신들이다”라며 “어르신들이 굳건하게 싸우시는 걸 보며 도와드리겠다 해 놓고 많이 못 도와드려 죄송하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함께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일 전북 고창군청 앞에서 열린 석산 개발 연장반대 주민집회에 참석한 한 할머니. 한승호 기자

익산이 지역구인 이현숙 의원도 “이 일이 남 일 같지 않아 힘 보태드리고자 왔다. 익산에도 30년간의 석산 개발로 인한 주민 피해 사례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주민 분들이 지금처럼 열심히 싸운다면 군청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 더운 날씨에 아무쪼록 더 힘내시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집회 현장에 정작 고창군의회 의원 및 전북도의회 고창군 의원, 그리고 고창군청 직원은 없었다. 지역구 국회의원 유성엽 의원(국민의당)도 없었다.

제주해군기지도, 사드도 그랬고 이곳 고창 석산 문제도 그렇다. 주민들의 의견은 일부 정책 결정권자들과 사업 추진자들의 논의 과정에서 실종됐다. 행정당국은 사업 허가를 내 줄 때 ‘법적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는 논리를 반복한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고창군 성송면 주민들은 싸움을 시작했다. 저들이 이야기하는 ‘법적 절차’를 넘어서는, 헌법 제34조의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된 그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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