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 병들어 간다”

[인터뷰] 이현숙 민중연합당 전북도의원

  • 입력 2017.08.04 11:58
  • 수정 2017.08.07 17:1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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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발파작업에 따른 굉음과 진동, 비산먼지, 마을 앞 ‘석산개발’로 25년을 고통 받아온 고창군 성송면 주민들이 고창군청 마당에서 이른 아침부터 집회를 할 때 정작 고창군민들이 뽑은 고창군의원들은 한 명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현숙 전북도의원(민중연합당)은 익산이 지역구지만 열일을 제치고 집회 현장에서 마이크를 쥐었다.

이현숙 민중연합당 전북도의원이 지난 2일 오전 8시30분에 고창군청 앞에서 열린 석산개발 사업연장 반대 주민집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현숙 의원은 “익산도 석산개발 문제로 농촌 마을 주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하 100미터까지 파 들어가 작업을 하고선 유독성 폐기물로 메워 오염수가 흘러나오고 있다. 어제(1일) 전북도에 침출수를 떠다 줬다. 큰 문제없다니 어디 한번 마셔보라고. 전북 곳곳에서 이렇게 힘없는 농촌 어르신들의 삶이 짓밟히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 의원은 이날 매미소리가 어지러운 속에서도 기탄없이 문제제기를 했다.

“행정이 먼저 주민들의 민원에 발 빠르게 대처해 주면 좋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꿈이다. 주민들이 나서야 행정이 바뀐다. 우리 지역의 문제를 파헤치다보니 고창 주민들이 어떤 응어리가 있는지 알겠다.”

고창군민들의 생존권 문제에 고창군민들이 뽑은 고창군의원은 한명도 나서지 않은 가운데 이현숙 민중연합당 전북도의원이 힘을 보탰다. 지난 2일 오전 8시30분부터 한시간 가량 고창군청 앞에서 열린 주민집회가 끝나자마자 이 의원(앞줄 왼쪽에서 두번째)은 석산개발 현장 점검에 나섰다. 한승호 기자

한 시간 가량 집회가 끝나고, 이 의원은 석산개발 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전북도청 산림과, 문화재관리과 공무원들과 현장실사 일정을 잡아둔 탓이다. 석산개발 현장입구, 석산개발 사업자인 축복건설 대표가 이 의원과 마을대책위원장 등이 모인자리에서 간단한 현황 설명을 했다. 축복건설 대표는 첫 사업자의 부도로 석산개발사업의 복구가 지지부진해 ‘복구’와 ‘사업’을 동시에 할 목적으로 이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법을 지켜가며 사업을 했다고 자신하는 축복건설 대표는 “2006년부터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별 말 없다가 왜 이제야 집회를 하고 무조건 사업을 그만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 섞인 입장을 보였다.

축복건설 대표는 이어 “원하는 바를 말하면 수용할 것 아니냐. 해외여행을 보내달라든지 뭘 더 요구한다든지….”

그러나 이 의원은 “업체든 행정이든 이런 사건에 드러내는 태도는 다 똑같다. 주민들이 원하는 바가 ‘돈’이 아니라는 것을 왜 모르나. 더 이상 진동, 굉음, 비산먼지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것 아니냐”며 업체에 따끔한 한마디로 응수했다.

또 지역민들에게 언성을 높이는 업체 관계자나 행정의 태도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반격하는 등 ‘도민의 든든한 대변자’의 면모를 충분히 발휘했다.

현장 구석구석 불법 요소가 없는지 매의 눈으로 살피는 이 의원은 “석산개발에 물은 필수”라면서 물 공급은 어떻게 하는지, 하수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조목조목 확인했다. 미심쩍은 부분은 동행한 도청 관계자에게 관련 서류를 준비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익산지역에서 이런 민원을 처음 접했을 때는 어려웠다. 그들 설명만 들으면 문제될 게 없더라. 그래서 공부를 했고, 이제는 보인다. 고창 석산개발도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집중 파헤칠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석산개발 현장점검 뒤엔 문화재 보존 현황을 살피러 산을 올랐다. 수십년 발파작업과 골조채취 현장 뒤엔 고창문화재인 '암치리 선각 석불좌상'이 자리해 있다. 이현숙 의원은 문화재 방치 또한 가벼이 볼 수 없다며 군과 도에 관련자료를 요청해 책임소재를 따지겠다고 밝혔다. 한승호 기자

석산개발 현장 점검 뒤엔 문화재 보존 현황을 살피러 산을 올랐다. 수십년 발파작업과 골조채취 현장의 뒤엔 고창문화재인 ‘암치리 선각 석불좌상’이 자리해 있다. 암치리 선각 석불좌상은 고려시대 석불로 지난 2002년 11월 전북문화재 제182호로 지정됐다. 이곳까지 오르는 길 하나가 석산개발 현장 때문에 접근할 수 없게 됐다. 문화재지킴이 사업의 일환으로 세금을 들여 산책로를 꾸며놓았으나 무용지물이 된 것.

이 의원은 “예산낭비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돈 들여 산책로 만들어 놓고, 석산개발 때문에 입구가 막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지 않나”라고 문제를 짚은 뒤 “문화재의 방치 또한 가벼이 볼 수 없다. 군과 도에 관련자료를 요청해 책임소재를 따져봐야 한다”고 체크했다.

올해까지만 고통을 겪으면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벗어날 거라 버텨왔던 성송면 주민들은 사업이 5년 또 연장된다는 소식에 분노하면서 이현숙 전북도의원에게 손을 내밀었고, 이 의원은 기꺼이 함께 목소리를 냈다.

이 의원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농촌 훼손이 심각하다. 제대로 복구만 돼도 그나마 다행인데, 개발 뒤 복구에는 유독성 폐기물로 뒤덮이고 있다. 농촌이 이렇게 병들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나서기엔 역부족이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밝히면서 “고창 석산개발의 경우 업체와 고창군이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주민들의 삶의 질 문제는 법과 상관없이 방치됐다. 소음이 기준치 이하라는데, 어쩌다 한번 측정한 것과 매일매일 그 소음 속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체감도가 같을까.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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