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를 꿈꾸다

[기획연재] 도매시장의 새 패러다임, 시장도매인 ①

  • 입력 2017.07.08 23:45
  • 수정 2017.07.17 15:4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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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락시장은 현재 한창 진행 중인 시설현대화를 통해 시장의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대폭 개선하려는 고민을 하고 있다. 경매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이같은 고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잡음도 많지만 시장 개설자인 서울시의 의지는 이미 공고한 듯하다. <한국농정>은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의 분수령이 될 시설현대화 2단계 설계를 앞둔 시점에서 3회에 걸쳐 시장도매인제의 전망과 과제를 짚어보려 한다.


시장도매인제는 특정 중도매인들로 하여금 경매를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바로 농산물을 수집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유통단계가 줄어드는 만큼 비용을 절감할 소지가 생기고, 수집과 분산을 동시에 수행하므로 산지-소비지 사이의 피드백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좁은 면적으로도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으며 경매에 비해 단기적 가격등락 위험이 적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그러나 반면 시장도매인제가 경매제의 순기능을 저해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필연적으로 경매물량 이탈을 초래하며 이는 경매제의 가격결정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또 시장도매인제의 거래정보 공개 수준은 낙찰가부터 수수료까지 공신력을 담보하는 경매제에 비하면 다소 투명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박현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은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제공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 안건이 불거진 이래 사실 이 문제는 도입을 주장하는 중도매인들과 이를 반대하는 도매법인, 시장 내 두 유통주체 사이의 꼬리를 무는 공방으로 발전했고, 소모적인 논쟁 끝에 지금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어 있다.

하지만 시설현대화 일정은 다가오고 있고 특히 서울시가 시장도매인 도입 필요성을 확실히 피력하고 있다. 박현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은 “과거 1990년대엔 농민들의 정보력이나 조직화가 미흡하고 시장을 상대할 역량이 안돼 경매제가 농민의 보호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이젠 정보의 발달과 정산시스템 안정화로 상황이 달라져 다양한 거래형태 도입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서울시는 시장 내부 다툼을 떠나 ‘출하자의 입장’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 거래제도가 다양해지면 출하자가 자율권을 갖고 더 나은 거래제를 선택해 출하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도매시장 수집주체들 간에 경쟁이 촉발됨으로써 시장 내의 초과이윤이 최소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경매 주체인 도매법인들이 독과점에 가까운 특혜를 누려왔고 서로간 경쟁이 상당부분 정체돼 있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요컨대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시장 내 경쟁활동을 정상화하고 시장의 대외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긴요한 촉매제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 33개 공영도매시장 중 청과부류에 시장도매인제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강서시장이 유일하다. 사진은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점포.

청과부류 시장도매인은 현재 전국 33개 공영도매시장 중 강서시장 한 곳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대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전국의 출하자와 유통인들에게 커다란 메시지와 유의미한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가락시장 시장도매인 점포 자리는 일단 앞으로 신축할 채소2동의 2층이 유력하다. 올해 안으로 설계를 확정해야 내년부터 계획대로 공사를 시작하고, 이르면 2020년부터 영업이 가능해진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시와 농식품부가 꾸준히 논의를 이어 가고 있는 분위기다. 가락시장이 서울시의 의도대로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 새로운 변화를 도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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