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조정제 예산확보, 한시가 급하다

새 정부, 일자리 추경 11조원 구상 … 쌀 예산 ‘필수’
총체벼·타작목 전환해야 최악사태 막아
대책 없는 농식품부, 밥쌀수입부터 덜컥

  • 입력 2017.06.04 22:19
  • 수정 2017.06.04 22:43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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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전국적으로 50% 모내기가 진행된 가운데 올해 최악의 쌀값폭락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이미 심어진 벼를 사료용으로 일찍 수확하거나 모내기를 앞두고 있는 농가들이 타작목을 선택할 수 있는 ‘예산 확보’만이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인 ‘일자리 창출용 추가경정예산(추경)’ 11조원에서 쌀 생산조정 예산 확보에 사활이 달린 이유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지난달 31일 약 11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과 관련해 일자리 중심으로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추경 편성안은 6월 초 국무회의에 의결한 뒤 국회로 보낼 예정이다. 농업분야는 쌀값안정을 위해 ‘쌀 생산조정제’ 추경 예산에 이목이 쏠려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본예산에 편성하려던 쌀 생산조정제 900억원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까지 적극 거들었으나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전액 삭감됐다. 쌀 재고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시중 쌀값을 끌어내리고 있지만 벼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논바닥을 고르며 모내기를 이어가고 있다. 기계농사가 가능해 밭작물보다 힘을 덜 들일 수 있으며 고정·변동직불금 등이 있어 소득 면에서 수월하기 때문이다. 선택할 작목이 많지 않다는 것도 작용한다. 

재고쌀이 넘쳐나는 가운데 올해 쌀값 안정을 위해서는 쌀 생산조정제 예산확보가 필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기도 수원의 한 정부양곡창고에 수매한 벼들이 가득 쌓여 있다. 한승호 기자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사라진 탓에 농림축산식품부가 3만ha 자율감산을 권고했지만 자연 감산면적을 포함해도 목표치에 미달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올해 벼 재배 의향면적은 75만6,000ha, 정부 목표면적 74만4,000ha보다 1만2,000ha 더 심는다는 계산이다.

대통령 선거와 새 정부 출범 등으로 국회도 정부 부처도 숨고르기 상태다. 쌀값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늘 그렇듯 농민들만 핏대를 세우고 있다. 약도 적기에 써야 듣는 법. 빈 논에 모가 꽂히는데도 올해 쌀 수급안정대책에 이렇다 할 묘안이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이 쌀 특별대책에 시동을 걸었다. 더민주는 지난달 28일 의원워크숍을 열고 상임위별 분임토의 자리에서 ‘쌀수급대책TF’를 조직했다. 농해수위 김현권 의원과 위성곤 의원이 주축이 된 쌀TF는 당장 시급한 생산조정예산 확보와 대체작물의 쏠림현상 방지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책 없는 농식품부

김현권 의원실은 “농식품부가 아무런 대책이 없다”면서 “쌀 생산조정제 문제도 지자체들의 사업내용만을 확대해 제출할 뿐이다”고 지적했다. 실제 농식품부가 지난달 12일 김 의원실에 제출한 ‘쌀 적정생산 관련 지자체 예산확보 현황’ 자료에는 지자체 자체예산 중 타작목 재배에 직접 지원하는 예산 211억원과 영농기계화 예산 등 쌀 감산과 직접 관련 없는 예산 415억원 등 총 626억원을 확보예산으로 제출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농식품부 적정생산 예산자료는 거품 뿐이다”면서 “실제 211억원의 현황만 밝히면 될 것을 마치 쌀 적정생산을 위해 일 많이 하는 것처럼 600억원이란 착시효과에 기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자리 추경 11조원을 6월 임시국회 안에서 처리한다고 하는데, 그 때 쌀생산조정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면서 “지자체가 세운 예산 211억원을 제외하면 최소한 700억원은 확보돼야 올해 쌀 수급불균형의 급한 불을 끌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생산조정제 예산은 이미 모내기를 마친 논의 벼가 여물기 전인 8월에 사료용인 총체벼로 대체하고, 하우스농사로 아직 모내기를 하지 않은 농가들의 사료작물 전환용으로 요긴하게 쓰일 전망이다. 쌀 생산이 끝난 이후 수급대책은 효과도 덜하고 비용도 눈덩이가 되기에 추경편성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이번 추경에 생산조정제 예산이 세워지느냐 마느냐는 2018년 본예산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351만톤의 재고량과 올해 생산된 신곡이 쌀값폭락의 상수가 되기 때문에 당분간 적정생산을 위한 재원은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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