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쌀값폭락에 응답하라

새 정부 농정과제 1 <쌀>

  • 입력 2017.06.04 22:11
  • 수정 2017.06.12 09:08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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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도 ‘일할 맛’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농민들과 한 약속들을 실타래 풀 듯 실현해 나갈 때 쌀값폭락에 시름하는 농민들에게도 ‘일할 맛’이 나지 않을까. 지난달 31일 충남 보령시의 한 들녘에서 극심한 봄 가뭄 속에서도 모내기를 마친 농부가 논을 거닐며 빈자리에 모를 심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정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모내기 한 논을 쩍쩍 가르는 봄 가뭄과 80kg 한 가마에 12만원대인 쌀값폭락에 손을 못 쓰는 농정당국은 오로지 농심을 역행하는 일에만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틀을 앞두고 2만5,000톤의 밥쌀수입을 강행한 일, 역대 최저가의 공공비축미곡 우선지급금 4만5,000원이 책정됐지만 쌀값폭락에 이마저도 환급해야 할 처지에 놓인 농민들에게 2차 납부고지서를 발급하며 압박하는 일 등이 대표적이다.

오죽하면 모내기를 하던 농민들이 지난달 28일 전남 광양항에서 사상 첫 원조용 쌀 750톤 선적식에 참석하려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앞을 막아섰을까. 농민들은 한 목소리로 밥쌀 수입과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환수 조치에 대한 거센 항의를 했고, 결국 김 장관은 순천역에서 서울행 무궁화호 열차에 떠밀리듯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겨울부터 봄까지 1,700만 촛불시민들이 드디어 정권을 교체했다. 양파껍질 같은 국정농단 사태에 경악을 금치 못하다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희망찬 뉴스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취임 첫 공식일정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이미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일환으로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1만명을 정규직화 하겠다고 발표해 ‘일할 맛’을 선물했다. 물론 이후 해결해야 할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있지만, 그동안 꽉 막혀 있던 노동인권 문제에 대통령이 나섰다는 것만으로 가치는 한껏 빛난다.

뿐만 아니다. 문 대통령 취임 3주만에 국정 역사교과서가 폐지됐고, 내각 인선에도 혁신적인 인물들을 내정하는 등 파격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봄날이다. 41%의 득표율로 당선된 대통령이 민심의 후한 평가로 국정운영 지지율 80%를 얻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유독 농민들만이 아직 박근혜정부 시대를 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경기도 안성RPC 현장방문에서 지역농민들과 간담회를 통해 “우선지급금 환수가 아니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새 정권에서 정치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단언했다. 또 “밥쌀용 쌀 만큼은 수입을 막아야 한다”고, “남북관계를 풀어 남는 쌀을 북한을 통해 해결하고 북한의 지하광물과 교환하면 된다”고도 언급했다. 쌀 문제 현안을 제대로 짚어냈다는 평가와 함께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새 정부 출범 20여일을 넘긴 지금 문재인정부는 쌀값폭락 문제를 해결하라는 농민들에게 응답할 때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합의한 추경 11조원에 쌀 수급안정 예산을 반드시 포함시키고, 중장기 쌀 대책의 새 판을 짜야 한다. 쌀부터 통일하자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농정신문은 문재인정부 농정과제를 6월 한 달 동안 4회에 걸쳐 커버스토리로 다룬다. 그 첫 번째가 쌀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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