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3대 악재, 재고쌀·수입쌀 그리고 쌀값폭락

쌀농사의 현주소

  • 입력 2017.06.04 22:13
  • 수정 2017.06.05 11:3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인 지난달 10일 정세균 국회의장은 취임식 직전에 국회가 마련한 국정운영 정책과제를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총 118개 분야별 과제 중 농업문제는 5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고심이 담긴 과제들이다. 그 중 발등의 불은 단연 쌀수급안정으로 꼽힌다.

국회는 ‘쌀은 전체 농업생산액의 16%, 농가의 58%를 차지하는 주요 산업’이라며 최근 연이은 풍작으로 수급불균형 문제가 더욱 심화됐다고 새 정부에 기초학습을 시켰다. 쌀농사는 현재 어떤 문제로 얽혀있는가.

한해 쌀농사 안지어도 될 ‘재고량’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10일 “쌀 재고량이 351만톤으로 통계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라고 밝혔다. 쌀 재고량은 정부소유분이 233만톤, 민간 재고미 118만톤의 합계다. 유엔농업기구(FAO)의 권장 적정재고물량은 소비량의 17~18%로, 우리나라는 400만톤 생산량과 40만톤 수입량을 합친 440만톤의 18%, 80만톤이 적정재고량이다. 정부의 재고량만 따져봐도 적정재고량 보다 3배 정도 넘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다보는 2017년산 신곡수요량이 380∼385만톤인 점과 비교해 재고량은 한 해 쌀농사를 건너뛰어도 될 만큼 쌓여있다. 쌀 재고량도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여 △2012년 76만톤 △2013년 80만톤 △2014년 87만톤 △2015년 135만톤 △2016년 170만톤을 기록하고 있다.

보관비용도 만만치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관리양곡 1만톤을 1년 관리하는데 약 30억원이 소요된다.

불난 집에 부채질 ‘수입쌀’

수입쌀도 쌀 공급과잉을 부추기고 있다. 쌀 수입은 지난 1995년 시작돼 한해도 거르지 않고 반입되고 있으며, 가공용이든 밥용이든 5%의 관세를 붙여 ‘의무’처럼 반입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정에 따라 1995년 5만1,000톤에서부터 2004년까지 20만5,000톤의 가공용쌀을 수입해 왔다. 하지만 2004년 쌀 수출국들과 재협상을 한 끝에 10년간 쌀시장 개방을 유예하는 대신 40만9,000톤까지 쌀수입 확대, 그 중 30%를 밥쌀 수입에 합의했다. 2015년 쌀시장이 전면개방되면서 30% 밥쌀의무량은 ‘삭제’됐다.

문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밥쌀용 수입을 여전히 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8일 밥쌀수입 공고에 농민들이 항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밥쌀수입 의무도 없고 더구나 쌀 재고량이 사상최대인 상황에 새 정부 출범을 코앞에 두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밥쌀수입을 강행했다. 미국산 밥쌀 2만5,000톤이 곧 국내에 상륙할 예정이다.

이와 반대로 일본의 밥쌀 수입 사례는 본보기가 된다. 일본 정부의 MA(최소수입)쌀 도입 기본 원칙은 자국 쌀시장 영향 최소화에 있다. 지난 2015년 쌀값폭락으로 어려움을 겪던 일본 정부는 77만톤의 MA쌀 중 밥쌀을 10만톤으로 줄였지만 그마저도 2014년 1만톤 수입, 2015년엔 3만톤 수입 등 밥쌀 수입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사료값보다 낮다 ‘쌀값폭락’

2005년 11월, 한 일간지에 ‘개 사료만도 못한 쌀값…가격차 갈수록 커져’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애완견 사료값 1kg에 6,700원, 쌀 1kg에 1,750원으로 당시 80kg 쌀 한가마에 14만원 선에 거래됐다는 탄식을 담은 보도다.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사료값 보다 못한 쌀값’은 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쌀값은 더 하락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5월 25일 산지쌀값은 80kg 한 가마에 12만7,376원으로 조사됐다. 박근혜정부의 지난 4년간 쌀값은 80kg 한가마에 5만원 폭락했고, 12만원대를 기록했던 1994년인 23년 전으로 뒷걸음 쳤다. 그 덕에 벼농사 수익도 쪼그라들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벼농사 수익률은 50.2%로 1966년 통계작성 이래 최저 수준이다.

쌀값이 사상최악으로 곤두박질치면서 농민들은 역대 최저의 공공비축미매입 우선지급금마저 환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김영호)은 새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자문위원회 농업담당 이개호 경제2분과위원장에게 ‘농업개혁과제’를 전달하면서 벼 수매가 환수중단을 촉구 했다.

쌀문제는 문재인정부 농정의 첫 단추인 셈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