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수지, 많아도 문제 적어도 문제

  • 입력 2017.02.12 20:02
  • 수정 2017.02.13 09:08
  • 기자명 김순재 전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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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종사자의 대부분이 힘든 시기를 겪는 가운데 농협이 이익을 많이 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지 천천히 돌이켜봐야 한다. 지난 1월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열린 2017 농협 리더십 컨퍼런스에 참석한 수많은 조합장 모습 뒤로 행사의 성격을 말해주는 상징물이 보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대개의 지역 농협들이 지난 1월말을 기준으로 2016년의 결산을 위한 정기총회를 했을 것이다. 거의의 농협은 회계 기준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로 정하고 있음으로 해마다 정초가 되면 일 년을 결산하고 1월말이나 2월초에 결산을 위한 정기총회를 한다.

지역농협의 일부 대의원들은 자기농협의 결산서를 보면서 이리저리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고, 제 경험으로 볼 때 대다수 대의원들은 자기농협의 결산서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정기총회에 참석했을 것이다. 각 농협은 정기총회서 참석한 대의원에게 실비와 함께 상당한(?) 품위의 총회 기념품을 증정했을 것이다. 그리고 2016년을 결산하고 배당도 했을 것이다.

농협은 차기년도가 시작하기 거의 한달 전에(대개 11월 말경) 다음해의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은 대개 14개월이 지난 이듬해 1월말 경에 전년도 사업의 결산을 통해 적립과 이익잉여금의 배분을 시행한다. 그 내용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해 왔다. 일반 기업들도 그러하듯이 농협도 일 년에 정기총회를 통한 결산은 한번이지만 일 년 동안에 몇 번에 걸친 결산을 한다.

농협은 반드시 4월 초가 되면 1월부터 3월까지의 가결산을 해보고, 7월이 되면 1월부터 6월까지의 가결산을, 10월이 되면 1월부터 9월까지의 농협 흐름을 살피는 가결산을 하고, 통상으로 새해 1월 초가 되면 전년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일 년 살림을 결산하고 1월말 경에 결산을 위한 정기총회를 한다.

지금 흐름으로는 겨우 적자를 면한 농협이 많을 것이고 상당한 농협들은 결산을 통한 이익 잉여금을 처분하기 전에 불필요하게 돈들을 ‘짱’박아 둔 농협도 제법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산의 현황은 농협별로 차이가 많이 난다. 여기서는 내가 본 농협들을 기준으로 그 내용을 적겠다.

농협은 이익을 많이 내면 안 된다

농협은 협동조합이고 협동조합은 이익을 많이 내면 안 된다. 해마다 농협들은 사업계획을 세우고, 사업이 계획대로 되고 있는지 중간 중간에 가결산이라는 것을 한다. 수지를 제대로 맞추는 농협이 있고 상당수 농협은 그러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수지를 적정히 이끌지 못하는 경우는 그 농협이 농협의 본질에 맞는 사업을 했는지 전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내가 사업 규모를 잘 아는 어떤 농협은 결산이 끝나고 자료에서 수지를 많이 냈다고 자랑스럽게 표현한 내용들이 있었다. 농업이, 농업 관계자 거의가 어려운 시기에 농협이 수지를 많이 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지 천천히 돌이켜 봐야하는 일이다. 농협은 설립정신에도 굳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조직은 아니기에 수지를 많이 내면 안 된다.

이익은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농업협동조합의 이익이 어디에서 났을까? 그것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가 협동조합의 이용고객(조합원, 준조합원)들에게서 발생한 것이다. 농협의 이용자가 이익을 발생시켰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농업협동조합의 이용자들이 협동조합의 이용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협동조합이 매년 ‘가결산’이라는 과정을 세 번씩이나 거치면서도 협동조합의 이용 댓가를 이용고객들에게 미리 많이 받아 이익을 많이 냈다는 것은 협동조합의 설립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한다. 협동조합이 미리 그 이용의 비용을 많이 받았다가 경영비용을 모두 제하고 돌려주는 것(결산)이 경영을 잘한 것일까?

협동조합의 경영시장들도 늘 변하고 있으니 가결산을 통해서 미리미리 이익들도 조정해 가야하는데 그러한 부분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알고도 사회적 약자인 협동조합의 조합원-이용자들에게 비용을 미리 많이 징수한 것은 법으로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협동조합 설립정신에 어긋나고 부도덕한 일이다. 이익이 특별히 많이 발생할 예측하지 못한 주변의 특이한 경우가 없었음에도 해마다 반복적으로 이익을 많이 낸 농협은 협동조합 정신에 어긋나게 경영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5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조합장직을 수행하면서 운영방침을 결심한 것 중에 하나가 ‘농협은 수지(이익)를 많이 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수시로 변하는 협동조합의 여러 사업에서 책임을 맡은 경영자가 가결산 등을 통해서 협동조합의 이용고객들에게 사소한 손실을 끼치는 일도 매우 주의해야 하는 것은 경영자의 몫이다.

변하는 시장을 예의 주시해야하며 농협의 여러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지가 있다면 특별법에 의해서 ‘농업을 위해’ 만들어 둔 농협이 필요에 따라서는 특정부분에 손실도 일정정도는 감수하고 사업해야한다는 것이다. 전국에는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해 설립된 농협이 약 1,130개가 있는데 규모에 따라 수십억의 수지를 내는 농협도 어쩔 수 없이 있지만 수억의 수지도 내서는 안되는 농협들도 많다.

이러한 농협 현실에서 그 수지의 현황을 경영실적으로 포장하는 것은 결코 농협을 이용하는 조합원 , 준조합원에게 중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농협은 출자배당보다 이용고배당을 많이 해야

‘농협의 주인은 조합원이다’라는 이야기는 조합장을 하면서 귀가 따갑도록 들은 이야기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농협의 주인은 농협을 이용하는 조합원의 것이다’로 바꾸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일시적으로 그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실질적으로 농업에 종사하지도 않고, 출자만 해두고 ‘농협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조합원은 농협의 주인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농협의 배당에 있어 그 배당내용이 출자배당의 비율이 높다면 이것은 그 농협의 사업에 있어 비용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대다수의 농협은 출자배당을 정함에 있어 그 배당액을 일 년 정기예금 이율에다가 1~2%를 더해주는 형태로 하기 때문이다.

신용사업의 규모가 커지는 농협일수록 자기자본의 비율 때문이겠지만 조합원의 출자를 독려하고 그 출자금액에 비례해 배당을 정기예금금리보다 높게 하는 것은 상당부분이 영향력이 있는 사람(조합원)들의 표를 의식한 행위로 보여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농협은 출자배당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이용고 배당을 늘려서 ‘농협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협동조합’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준조합원도 이용고 배당을 해줘야

조합장이 되고나서 2년째 되는 해의 결산서에 ‘준조합원 이용고 배당’을 실시하기 위한 결산서를 제출했을 때 첫 관문은 결산을 앞둔 이사회에서부터의 이의 제기였다.

우리 농협의 이사회에서는 ‘준조합원에 대한 배당’에 이의가 제기 됐지만 임원들에게 나름 열심히 중장기 흐름과 그럴 수밖에 없는 내용을 설명하니 그 배당의 내용에 대한 조정이 약간 있었을 뿐 쉽게 동의를 받았다. 그 내용이 정기총회에 상정되었을 때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아무도 질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었다.

당시에 분석한 바로는 우리농협의 이익발생은 55% 정도가 조합원이 이용하여 발생한 이익이었고 45%정도는 준조합원이 이용하여 발생한 이익이었다. 농업협동조합이 농민 이외의 이용자들에게서도 수익을 발생시키고 그 수익의 내용을 농민들에게 되돌려 준다면 좋은 일이고 그러한 일들이 반복되게 하기 위해서는 농민 조합원은 아니지만 농협을 이용하여 수익이 발생시킨 그 일부를 준조합원들에게 다시 돌려줘 그들이 지속적으로 농협을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준조합원의 이용고 배당은 지속적으로 반복되었고 준조합원들에게도 그 내용을 설명하니 농협사업의 규모는 커지고 커진 사업의 규모만큼 농민조합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늘리거나 조합원들의 조합 이용에서의 비용은 절감시켜 줄 수 있는 것이 반복되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준조합원이 비록 조합장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배당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소액이라도 배당해 나가는 기준을 세워야한다는 것이다.

조합원의 출자를 주식투자로 생각하는 지역 농협의 일부 관계자들이 있음으로 지나치게 박한 내용으로 배당하는 것도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음으로 출자배당은 정기예금 금리에 1%정도를 더하는 수준으로 결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출자 배당과 이용고 배당의 비율은 출자 배당:이용고 배당 -> 3:7 혹은 4:6 정도의 비율을 일정정도 도입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생각하지만 결산을 위한 마지만 조정에서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기준들을 지역농협의 내용에 맞게 방침을 세워야한다는 것이다.

이용고 배당에 있어서는 조합원 준조합원의 배당이 2:8 내지는 3:7 정도로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또한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농협의 경영진이 확고한 판단이 선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준조합원의 이용고 배당은 자주 농협에서 인용하는 표현을 빌려서 옮기자면 ‘신용사업에서 벌어서 경제사업에 투자해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게 하겠다’ 의 재해석 즉, ‘농민조합원 외에게서도 벌어 농민조합원에게 돌려주겠다’의 발상이며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준조합원 이용고 배당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미 농협도 조합원이 아닌 주요 고객에게 상당한 비용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공식화 시키는 것이 준조합원 이용고 배당이라고 보면 된다. 준조합원에 대한 관리 비용이 판매관리비에서 나가건 교육지원사업비에서 변칙적으로 나가건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풍토 만들어야

이상의 내용들은 내가 아는 농협의 범위를 기준으로 적은 것이다. 각 농협이 가지는 사업기반은 엄청난 차이가 있기에 일률적인 적용은 적절치 않다. 나는 수지를 많이 냈다고 자랑하는 농협의 자료를 보면 늘 씁쓸했다. 그리고 수지에서 빈약한 농협을 보면 늘 마음이 아팠다. 둘 다 농업협동조합이지만 그 차이가 너무 커서 그랬다.

그리고 총회의 과정에서 자주 들었던 이야기 중에 하나가 판매관리비의 내용에서 직원들 부분이었다. 일부의 대의원이나 임원들이 비공식적으로 발언 하기를 ‘농협이 벌어서 직원들 다 갈라먹고 조합원한테 주는 몫이 어딨노?’였다.

나는 그런 분들과 꼭 자주 토론했다. 흐름표를 만들어 보여주면서 앞으로의 흐름과 현실적인 부분을 이야기했다. 직원들과 함께 일해야하는 조합장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입장을 그 분들에게 전달해줘야 하고 직원들에게는 끊임없이 조합원들의 그 정서를 주지시켜야했다.

이는 매우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조합원의 대표이고 직원들의 경영책임자인 조합장이 짊어지고 해결해야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직원관련한 판매관리비 부분에서 조합장시에는 어디 하소연하기도 힘든 이야기였지만 늘 조합원들에게 설득하기를 ‘직원들 봉급(비용) 깎으려면 일 안 된다. 직원들은 직장이 먹고 살아야하는 곳인데… 직원들의 자부심은 진급에 대한 희망, 보직에 대한 희망, 급여에 대한 희망에 있는데 이를 쉽게 손대서는 안 된다고, 직원들에게 봉급 더 주고 일 하는데 재미를 느끼는 풍토를 만들어 가자고~’였다.

적자가 아닌 다음에야 결산총회는 잔치마당인데 잔치마당에도 제대로 된 나눔이 있어야 즐겁고 참가자들에게 미리 많은 돈을 걷은 잔치는 즐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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