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사업의 목표는 농업인가, 농민인가

영세농가들 현실적으로 신청 어려워

  • 입력 2016.11.27 19:20
  • 수정 2016.11.28 09:01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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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5월 11일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 강원대학교 보듬관에 위치한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스마트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바람직한 농업 정책은 농민 전체를 포용하며, 이들이 다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가 ‘창조농업’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2015년 이래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정책은 일부 농민들에게만 이익을 줌과 동시에, 규제를 동반하지 않아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허용하는 포석이 되고 있다.
온실 설비 농가를 대상으로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키는 ‘스마트팜’ 지원사업을 보자. 농식품부는 현재 언론과 SNS를 통해 ICT가 적용된 농가의 사례를 알리며 스마트팜이 가져다주는 높은 효율성과 수익성을 홍보하는데 열심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작년 ‘스마트팜’이 된 농가들은 소득이 평균 31%나 증가했다.
그러나 이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은 드러내지 않는다. 설치비용도 비쌀뿐더러,  모든 형태의 하우스에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부채에 시달리는 많은 농가들이 시설 개선을 위해 규격에 맞는 하우스를 새로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유가 있는 일부 농가들만이 이 첨단 기술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300그루의 감귤나무를 키우는 농민 신모씨는 “농사 크게 지어 돈 버시라 현혹하며 빚 부추기는 꼴이다”며 “지금까지 대기업이 특혜를 이끌었던 수많은 정부사업처럼 농업도 거대자본에 먹힐까 우려된다.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대기업의 농업 진출 문제에 대해서도 염려했다.
ICT 기반의 농업이 상용화될 경우, 대규모 시설 투자가 가능한 대기업들은 자사의 이익을 위해 수익성이 높아진 농업에 손을 댈 것이 자명하다. 이미 동부와 LG가 스마트팜을 내세워 농산물 직접생산을 시도하려 했고, 농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무산됐지만 법적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규제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이 기술을 구매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에게서만 환영받는다. 스마트팜과 농업의 6차산업화 정책에 발맞춰 ‘창조농업’의 교육을 위해 지난 7월 농협창조농업지원센터(원장 이대엽, 지원센터)가 개원했다. 그러나 방문하는 사람들은 주로 여력이 되는 농민들, 귀농·귀촌인, 농업분야에서 창업을 꿈꾸는 예비창업농 등이다.
스마트팜이 정녕 모든 농민을 돕기 위한 정책이라면, 기존의 온실농가들도 적용 가능한 보급형 스마트팜에 관한 연구개발이 선행됐어야 했다. 농식품부가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영세 농가들을 계속 외면한다면 결국 농민들 사이의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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