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대책위, 투쟁본부 전환해

경찰 부검영장 재청구 검토해 … 백도라지 “이 상황 한탄스럽다”
비상시국선언 및 범국민대회 예고

  • 입력 2016.09.26 17:24
  • 수정 2016.09.26 20:36
  • 기자명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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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2시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앞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상황 및 입장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씨가 “조용히 추모의 시간을 가져야 함에도 이런 상황이 한탄스럽다”고 심경을 밝히고 있다.
백남기대책위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앞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상황 및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 규명, 책임자처벌, 살인정권 투쟁본부’로 전환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농정신문 김은경 기자]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317일간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 농민이 지난 25일 숨을 거둔 가운데, 경찰이 백 농민의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을 신청했다가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이에 이철성 청장은 “오늘 중으로 법원의 기각 사유에 대한 문서를 받으면 검찰과 협의해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 영장 재청구 여부를 정하겠다”고 밝혀 또 다시 유족들과 충돌이 우려된다.

이에 백남기대책위는 26일 오후 2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에서 ‘백남기 농민 상황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대응계획과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몰상식한 행태에 법원조차 질려버렸던지, 청구된 부검 영장은 기각되고야 말았다”면서 “그럼에도 검찰은 반성은커녕 영장을 재청구하겠다고 날뛰고 있다. 이는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바꿔 책임을 모면하려는 추악한 시도에 불과하고, 유족과 대책위는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책위는 공식명칭을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에서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 규명, 책임자처벌, 살인정권 투쟁본부’로 전환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는 29일 11시 비상시국선언을 비롯해 법조·학계·문화계 등 각계의 릴레이 기자회견을 진행해나가는 한편, 특검 도입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 전개, 각 지역 시민분향소 마련, 매일 저녁 7시 장례식장 앞에서 촛불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대책위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은 “이제 이런 험악한 세상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오늘 기자회견을 연다”며 “백 농민이 쓰러진지 317일간, 그동안 정부가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자들도 처벌하게 되면 그래도 용서를 하려고 했다”면서 “그런데 이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은 것이 아니라 어떤 지병으로 인해서 죽은 것처럼 뒤집어씌우려고 하는 이 행태에 더욱더 분하고 용서할 수가 없다”고 규탄했다.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저희 가족은 조용히 추모의 시간을 가져야함에도 이렇게 기자회견에 나올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굉장히 한탄스럽다”며 “밤중에 검찰이 부검 영장을 신청을 했다고 들었고 기각했다고는 하지만, 아버지를 쓰러지게 한 것도 경찰이고, 돌아가신 후 저희 가족들을 괴롭게 하는 경찰의 행동을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가족들은 이후 장례절차나 모든 것들을 포함해 대책위와 상의한 후에 모든 행동을 같이 하겠다. 아버지가 편안하신 곳으로 가실 수 있도록 모두 추모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반면, 이날 오전 이철성 경찰청장은 “(백남기 농민이) 애초에 병원에 들어갔을 때는 지주막하출혈로 돼 있었지만, 주치인의 사인은 신부전증으로 인한 심폐정지로 돼 있다”면서 “통상 변사사건은 사망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하는 게 맞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정진환 의사는 “도저히 의학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말”이라며, “현재 나와 있는 엉터리에 가까운 사망진단서를 통해서 보더라도 원사인은 급성경막하출혈로 돼 있다. 이는 외상에 의한 뇌출혈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원사인을 기준으로 사망의 종류를 판단하도록 사망진단서를 쓰게 돼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것은 병사가 아니라 외인사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사망진단서에 대해 “이게 얼마나 엉터리냐 하면 직접 사인에 ‘심폐정지’라고 되어 있는데, 사망자 중에 심폐가 정지하지 않는 환자가 어디에 있냐?”며 “사망진단서에는 심정지, 폐정지라고 쓰지 말라고 의과대학에서 배운다. 급성신부전은 오줌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인데, 사망하기 직전엔 누구나 오줌이 안 나온다. 따라서 급성신부전은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는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대책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대국민행동에 동참해줄 것을 제안했다. 김 의장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조문을 최대한 조직해 줄 것을 제안하고, △추모현수막 게첨과 추모리본 착용 △오는 10월 1일 3시 대학로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살인정권 규탄 범국민대회’ 총력 집결 △매일 저녁 7시 장례식장 추모촛불 참석 및 국민모금 동참 등 진상규명‧책임자처벌‧재발방지 대책 세울 때까지 끝까지 함께해 줄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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