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경찰의 집요한 부검 이유 먼저 부검해야" … 특검 도입 검토키로

정의구현사제단, “부검은 살인증거 인멸시도"
인권단체들 “고인의 존엄 훼손말아"반대

  • 입력 2016.09.27 17:39
  • 수정 2016.09.28 00:22
  • 기자명 김은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7일 고 백남기 농민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조문행렬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 조문객이 추모를 위한 흰 국화를 건네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김은경 기자]

국가폭력피의자인 경찰이 고 백남기 농민의 부검영장을 재청구한 가운데,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문행렬과 함께 부검을 반대하는 정치권, 종교계, 시민사회의 분노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유가족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 규명, 책임자처벌, 살인정권 투쟁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폭력의 피의자인 경찰이, 처벌받아야 될 경찰이 추가적으로 부검영장 신청을 하는 것은 만행이다”며 “부검은 필요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야3당은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이날 공동기자회견문을 열고 “경찰은 집요하게 요구하는 그 부검의 이유를 먼저 부검하라”고 촉구하며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특검을 적극 검토하겠다. 진상 규명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는 처벌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48개 인권단체는 영장 재청구한 검경에 대해 “부검은 필요없다. 마지막 가는 길까지 국가의 폭력으로 고인의 존엄을 훼손하지 마라”고 엄중히 경고하고, “반드시 국가폭력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약속으로 편히 영면에 드시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또 “국가폭력의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그를 살려내는 일이고, 그것이 살아남은 우리 모두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며 “검경은 부검 영장 재청구 시도를 중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같은날 ‘검찰과 경찰의 사악한 본성에 분노한다’는 성명서를 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직사, 고압물대포로 백남기 농민을 피격한 국가가 그 시신마저 빼앗으려 한다”며, “이는 공권력이 저지른 살인의 증거를 인멸하려는 사악한 시도에 다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살인을 저지른 국가폭력의 당사자인 공권력이 죽음의 원인을 밝혀야겠다고 나서는 작태를 보고 있노라니 절로 소름이 돋는다. 발병원인이 명백한 환자에게 부검 운운하고, 발병원인을 환자의 기저질환으로 몰아가려는 저의가 사실이라면 그 사악한 의도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아이쿱생산자회도 “서울대병원으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시민들의 애통한 발걸음은 힘없이 눈물 흘리기 위함이 아니다. 사람의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빼앗고 편안한 영면마저 방해하는 국가권력의 파렴치한 ‘야만성’을 증언하기 위한 발걸음”이라며, “남겨진 자의 몫으로 오롯이 남은 비정한 시간을 함께 버텨야 할 때다. 이미 인간의 얼굴을 저버린 국가 권력을 바로 잡는 것은 우리의 책임으로 남았다. 지금이라도 책임져야 할 이들이 마땅한 처벌을 받고 유가족에게 진심의 사과를 전하길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국제식품연맹(IUF) 론 오스왈드 사무총장은 “백남기 농민의 서거 소식에 이루말할 수 없는 비통함을 느낀다”며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IUF는 “평생에 걸친 그의 투쟁과 병상에서의 힘겨운 사투는 전세계 토지와 정의를 위한 소농들의 투쟁을 상징하게 됐다”며, “농업과 식량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세계의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417개 가맹조직을 대신해 우리의 조사와 연대를 앞으로도 백남기 농민을 위한 정의를 향한 싸움에 늘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네덜란드에서 온 고인의 둘째딸 백민주화씨는 남편, 시부모님과 함께 아버지의 빈소를 찾아 오열했다. 민주노총에선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문구가 담긴 500개 현수막을 서울 곳곳에 개시하는 한편, 현재 전국 곳곳에서 시민사회단체가 분향소를 차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릴레이 기자회견을 비롯한 조문행렬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