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미래’를 발목잡는 ‘현재’

시설현대화사업 2단계, 시작은 해야하는데 …
1단계 성과물 ‘가락몰’ 마무리되지 않는 잡음

  • 입력 2016.07.17 01:07
  • 수정 2016.08.12 12:4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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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박현출, 공사)가 최근 실무협의회를 구성하며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2단계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나섰다. 그러나 2년째 진통을 계속하고 있는 청과직판상인 이전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아 여전히 진로가 막혀 있는 상태다.

공사는 시설현대화 1단계 사업으로 소매동인 ‘가락몰’ 건축을 완료하고 2·3단계 도매권역 현대화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2단계 사업의 첫 발인 청과동(경매장·중도매인 점포) 건축 부지가 바로 현 청과직판시장 자리라는 것이다. 청과직판상인들을 신축 가락몰로 이전시키지 않고서는 더 이상 사업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 약 660개의 청과직판 점포 가운데 320개(가락몰 면적 기준 30~40%)가 이전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판매의 80% 이상을 도매에 의존하는 직판상인의 영업형태가 소매 특화건물인 가락몰에 맞지 않으며, 입주위치 또한 지하1층으로 물류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공사 측이 시설을 거듭 개·보수하며 문제없음을 주장하고 있지만 상인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더욱이 가락몰로 이전한 일단의 상인들도 영업이 원활치 못한 상태다. 아직 개장 초기라고는 해도 낮시간동안 고객이 거의 없어 소매 위주 점포는 파리를 날리는 실정이며, 도매 위주 점포도 도매거래 후 잔여상품 처리가 안돼 몸살을 앓고 있다. 가락몰의 한 상인은 “장사가 하나도 안된다”고 푸념하며 “(소비자들이) 지하에 청과시장이 있다는 걸 몰라서 못 찾아오는 것 같다. 시설은 괜찮은데 잘 알려지지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과직판상인들은 가락몰 이전 반대 이유 중 하나로 소매영업의 어려움을 꼽는다. 이달 초 가락몰이 소프트오픈을 했지만 평일 낮 지하 청과시장에선 손님을 찾아볼 수 없다.

소비자 유치 문제는 시장 관계자들과 연구기관들이 계속해서 우려해 왔던 부분이다. 공사가 지난 1~2일 가락몰 활성화 행사를 벌였지만 반짝효과를 냈을 뿐, 오히려 도매법인들에게 찬조를 요구하고 직원들에게 당일사용 상품권을 나눠주는 등의 행위로 시장 내에서 반감을 사고 있다.

이전 반대 상인들은 가락몰 지하 입주가 “무덤으로 들어가는 꼴”이라며 버티고 있다. 2단계 사업을 위해 일단 청과직판시장을 대체부지(현 종합식품상가 자리)로 이전하고 천천히 대책을 마련해 보자는 대안도 제시했지만 공사 측은 이 또한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초점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청과직판상인들의 임차권존속확인소송 항소심 판결에 모아지고 있다. 상인들이 승소할 경우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은 중대한 장애를 겪게 되겠지만, 이같은 판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다만 상인들이 패소하게 되면 공사 측이 판결을 기점으로 명도집행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분명한 것은 시설현대화 2단계 사업이 공사와 청과직판상인들을 바짝 다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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