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산 쌀 사용하고 싶지만…” 영세 주류 업체의 고충

김해 향토주 ‘상동생탁주’ 빚어온 박대흠씨

  • 입력 2016.03.04 11:25
  • 수정 2016.03.07 10:43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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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안혜연 기자]

▲ 박대흠씨가 갓 지어진 고두밥을 넓게 펴서 식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경남 김해시 상동면의 상동면사무소 근처 골목길에 위치한 상동양조장을 찾았다. 흔한 간판 하나 달려있지 않아 겉으로 보면 일반 가정집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생산 설비가 생각보다 잘 갖춰져 있다. 

상동양조장은 박대흠(59) 대표가 32년 동안 한결같이 김해 향토주인 ‘상동생탁주’를 빚어온 곳으로, 3~4명의 인원이 매일 새벽 4~5시 경 작업을 시작한다. 고두밥을 짓고, 누룩을 만들고, 숙성시키는 과정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며 후 작업 일부는 기계를 이용한다. 

상동탁주의 원료는 쌀. 안타까운 일이지만 100% 국내산 쌀만 이용했던 예전과 달리 박 대표는 몇 년 전부터 수입쌀로 만든 탁주를 일부 따로 생산하고 있다. 도저히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서다. 

박 대표는 “국내산 쌀은 kg당 1,700~1,800원, 수입쌀은 750원이에요. 쌀 1kg에 막걸리가 3~4병 나오는데 한 병에 1,000원을 받아도 병값, 인건비, 기름값 등을 빼면 수익을 낼 수가 없어요”라며 “우리나라 농민 분들 심정도 이해하지만 이래서야 도저히 큰 기업들과 경쟁할 수 없어요. 국내산 쌀이 단가만 맞으면 무엇 하러 수입쌀 쓰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양조장은예 영세할 수밖에 없어요. 주주를 모집해서 양조장 규모를 키우고 싶으면 일단 주류제조면허가 있어야 하는데, 그거 따려면 시설비용만 20억 정도 들어가요”라며 “자본이 있어야 홍보도 상품개발도 하는데 하지 말란 소리나 똑같은 거죠”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소주, 맥주와 규모 있는 주류 업체 틈바구니 속에서도 김해시내 어느 정도 수요를 갖추고 있는 상동탁주지만, 최근엔 주문량이 줄어 매일 작업할 분량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박 대표는 “원래 매일 작업해야 하는데 산업이 자꾸 영세해져서…. 막걸리 붐 타고 막걸리 제조업체들도 막 생겨났다가 1~2년 지나니까 없어지잖아요. 정부가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자금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니까 산업이 성장하질 않는 거예요”라고 꼬집었다. 

식약처의 생산 시설 기준도 현실과 비교했을 때 괴리가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양조장은 살아있는 효모균을 다루는 곳인데 양조장이 공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곰팡이와 관련된 기준이 까다롭다는 것. 

작업 과정을 따라 숙성실에 들어가자 술 냄새가 훅 끼쳤다. 박 대표가 “오늘 좋은 구경하는 겁니다”라며 숙성통을 살짝 열어보이자 효모가 밥을 먹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이 보였다. 상동탁주는 깔끔하고 숙취가 없는 것이 특징으로, 일반적인 막걸리와 달리 첨가제나 향료가 전혀 안 들어가 유통기한도 10일 이내로 짧다. 박 대표에게 추천 안주를 물으니 ‘밥’ 이라고. 

“될 수 있는 한 쌀 자체의 향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전국에 우리 탁주를 찾는 ‘매니아’들이 있어서 택배로 보내기도 합니다”라고 말하며 씩 웃는 그에게서 자신감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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