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예산 은성농원, ‘추사’로 과실주 대상 영예 … 브렌디 출시도 앞둬

“지역 원료와 문화 담은 전통주 육성해야”

  • 입력 2016.03.04 11:46
  • 수정 2016.03.04 12:05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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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 충남 예산 은성농원의 정제민 부사장이 지난 1일 오크통에서 숙성중인 ‘추사’ 브렌디를 잔에 담아 맛과 향을 살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업계에서 6차산업의 성공사례로 알려진 예산의 은성농원. 7,000여평의 사과농장에 유럽식 와이너리를 접목해 사과와인을 생산하고, 사과 수확과 사과파이 만들기, 사과와인 시음, 와이너리 견학 등 체험관광을 통해 6차산업을 현실화했다. 지난 1일 예산 은성농원에서 정제민 농업회사법인 예산사과와인 부사장(49)과 아내인 서은경 팀장(46)을 만나 사과와인을 만들게 된 사연과 6차산업이 나아갈 방향, 전통주의 현재를 확인했다.

예산 황토사과로 만든 명품와인, ‘추사(가을이야기)’. 정 부사장과 서 팀장이 사과와인에 입힌 브랜드다. 널찍한 사과밭 한켠에 지은 사무실 건물에 들어서니 ‘추사’와 함께 상장들이 전시돼 있다. ‘추사’는 전국 최대의 전통주 행사인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과실주부문에서 2011년 장려상, 2012년 대상, 2013년 최우수상, 2015년 대상을 수상했다. 과실주로는 업계 최고나 다름없는 셈이다. 경기도 광명 와인동굴에선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애주가들의 기대속에 ‘추사’ 브렌디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인상 좋은 이들 부부가 사과와인을 만들게 된 사연이 궁금했다. 캐나다에서 교민을 대상으로 한국서점을 하던 이들 부부는 처음엔 아이들에게 한국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잠시만 한국에 있을 예정이었다. “2001년 무렵 왔는데 한 해 한 해 지나도 남편이 갈 생각을 안 하더라. 정서가 맞아서”라며 서 팀장이 웃었다. 이어 “한국에 대한 향수와 갈증이 언제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2001년 무렵 한국에 온 이들은 유학원을 여는 한편, 예산에서 1980년대부터 사과농사를 지어온 서 팀장의 아버지, 서정학 대표(74)를 돕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와인을 만들게 됐다. 물론 이들 부부는 와인을 좋아했다. 와인동호회 활동을 하며 초보자를 대상으로 교육도 했다. 더불어 회원들과 함께 ‘포도원정대, 사과원정대’ 등의 이름으로 전국팔도를 돌며 제철과일을 수확하고 술을 담기도 했다. 정 부사장은 “장인어른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얻은 것”이라고 겸손한 답을 했지만 와인에 대한 열정과 부단한 노력으로 ‘추사’를 명품주 반열에 올렸다.

6차산업 성공에 대한 주변의 평가에 대해 정 부사장은 “제 평가는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어렵고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이다. 농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농산물을 가공하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어서다. 정 부사장은 “6차산업화가 고육지책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모든 농민에게 6차산업을 하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농가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농사만 짓기도 버거운 현실이어서다. 정 부사장은 정부에서 6차산업을 장려하니 사업비를 받아서 공장과 체험장을 짓는 게 6차산업으로 잘못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상도 경계했다. “미쳐있지 않거나 전문적 기술이 없는 사람은 공장을 짓는다고 해도 제품이 나오지 않아요. 공장을 짓고도 먼지가 쌓여 가동을 못하고 놀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정 부사장은 “6차산업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무엇보다 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떼돈을 벌기 위한 목적 보다는 좋은 농산물을 잘 팔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죠. 손님을 맞는 자세로 농장과 가공장을 정리정돈하고 이쁘게 꾸며야죠. 보여주는 농업으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겁니다. 그렇게 소비자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합니다.”

정 부사장은 농민들에게 전하는 조언과 함께 정책적 변화도 당부했다. “외국의 경우 패밀리 비즈니스가 대부분입니다. 아버지는 농사를 짓고 아들은 와인을 만들고 딸은 마케팅을 담당하죠. 현실적으로 농촌에서 어렵잖아요. 주변에 할머니들이 한과를 만들어서 파는 영농조합법인이 있어요. 경로당에서 10원짜리 화투를 치다가 소일도 하고 용돈도 벌고 하니 활력이 생겼죠. 된장 등 어르신들 손맛을 결합한 상품도 있을 수 있죠. 그러니 정책적으로 지역이나 마을단위에서 공동체적 이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6차산업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정 부사장은 전통주의 현재도 되짚었다. “술 산업을 세금 걷는 수단으로 여기면서 잃어버린 게 너무도 많아요.” 우리나라의 전통주 문화는 이제 걸음마 단계라는 정 부사장. 그는 “지역의 원료를 사용하고 문화를 담은 전통주를 육성하고 키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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