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보상금은 계열사가 받는데
보상금 감액엔 농가가 죽을 상

살처분 보상금 감액 부담 고스란히 농가로
전남도의회 ‘감액 강화’ 건의, 불난 집에 기름 붓나

  • 입력 2015.11.15 11:20
  • 수정 2015.11.15 11:2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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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 정부의 AI 재발농가 살처분 보상금 감액정책으로 한창 AI를 겪고 있는 전남지역 오리농민들이 더욱 무거운 압박을 짊어지게 됐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AI를 확진받은 전남 영암의 한 농장.

정부가 가축전염병 발생 횟수에 따라 살처분 보상금을 추가 감액하는 이른바 ‘삼진아웃제’를 내놓자 농심이 들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류인플루엔자(AI) 최대 피해지역인 전라남도 의회에서는 정부와 국회에 삼진아웃제 감액기준을 더욱 강화해줄 것을 건의해 물의를 빚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개별농장 질병발생 횟수별 살처분 보상금 지급기준을 발표했다(1회 80%, 2회 60%, 3회 30%, 4회 0%). 이에 당장 AI 확산과 마주하고 있는 전남지역의 오리농가들이 제일 먼저 격분하고 있다. 특히 농가의 절대다수가 계열화된 가금산업의 경우 보상금 감액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계열화 체제에서 살처분 보상금은 일반적으로 농가가 받지 않고 계열사가 대리수령한다. 계열사는 수령한 보상금에서 농가로부터 받아야 할 사료값, 병아리값 등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만을 농가에 지급한다. 현행 발생농가 보상금인 80%를 받으면 농가에 돌아오는 돈은 전무한 실정이며 잔존사료 물량에 따라서는 오히려 농가가 수천만원대의 돈을 계열사에 물어줘야 한다.

AI가 발생하면 계열사의 금전적 피해는 미미한 반면 농가는 손실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구조다. 보상금을 받는 건 계열사인데 그 보상금 감액을 정작 농민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남 영암의 한 AI 피해 농민은 “주변의 두 농가가 두 번째, 다른 두 농가는 세 번째 AI를 맞았다. 한 번 맞을 때마다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6~7개월간 입식도 못하는데, 그 사람들이 더 조심했으면 조심했지 방역을 소홀히 해서 거듭 AI를 맞았겠나. 재발농장에 보상금을 추가 감액한다는 건 책임 떠넘기기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 지난 9일 전남지역 각 축종 생산자단체 대표들과 오리농가들이 ‘AI 살처분 보상금 지급기준 강화 입법 촉구 건의안’을 대표발의한 전남도의회 김효남 의원을 방문해 항의하고 있다.

한편 전라남도 의회는 이같은 도내 농민들의 고충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6일 ‘AI 살처분 보상금 지급기준 강화 입법 촉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 정부와 국회에 이를 전달했다. 1회 발생 시 50%, 2회 30%, 3회 0% 지급으로 감액기준을 더욱 강화할 것과 비용은 전액 국가가 부담할 것을 요구한 내용이다.

이에 지난 9일 전남지역 각 축종 생산자단체 대표와 영암·해남지역 오리농민 총 17명이 김효남 전남도의회 농수산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도의회의 처사를 규탄했다. 마광하 한국오리협회 부회장(광주전남도지회장)은 “보상금 감액을 위한 법률이 개정되고 시행령과 지침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도의회가 이런 중차대한 건의안을 농가와 아무 협의도 없이 올렸다는 게 실망스럽다”며 “백신조차 없는 상황에서 열심히 방역을 해왔는데도 AI에 걸린 농가는 무슨 잘못인가. 이런 식의 정책으론 축산농가는 다 문닫고 만다”고 질타했다.

마 부회장과 농민들의 의견을 두루 청취한 김효남 위원장은 “보상금을 계열사가 가져가는 현 구조에서 보상금 감액으로 뭔가 계열사와 농가가 합의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건의안을 채택했다. 듣고 보니 의회가 성급했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건의안은 건의안일 뿐 큰 의미가 없다. 일을 하다 보면 시행착오도 있는 것이고, 정부에선 건의안에 신경도 안쓸 것”이라고 변명해 좌중의 빈축을 샀다.

대표발의자가 그 과실을 인정했음에도 전남도의회의 건의안은 번복 없이 정부와 국회에 올라가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기획한 ‘삼진아웃제’를 국회가 승인하고 광역의회가 떠받드는 모양새다. 아무도 농가의 고충을 새겨듣지 않는 사이 여전히 보상금은 계열사의 몫으로, 보상금 감액 걱정은 농가의 몫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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