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AI 방역체계 개선안 윤곽

방역대 재설정·보상금 감액조건 완화할 듯
생산자측, “농가에 패널티 부과 없어야”

  • 입력 2014.06.15 18:43
  • 수정 2014.08.14 14:5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3년 국내 첫 발생 이후 5번째 AI(조류인플루엔자). 번번이 홍역을 치르며 개선을 거듭해 온 방역체계지만 아직도 허술했다. 520농가 1,387만마리의 살처분 규모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피해농가 보상체계 역시 끊임없는 잡음을 양산했다. 이에 따라 AI 방역체계에 대대적인 반성과 개선이 추진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는 지난 2개월에 걸쳐 AI 방역체계 개선방안 초안을 마련하고 의견수렴 활동에 나섰다. 추후 다각적인 수정·보완이 이뤄지겠지만 개선의 방향과 틀은 제법 구체적으로 짜여진 모습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방역대 재설정이다. 이번 AI는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반경 3km까지 무리하게 확대해 피해규모를 필요 이상으로 키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향후 방역대는 지역별로 지형·역학적 특성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설정, 살처분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농식품부측이 개선안을 설명하며 “예방적 살처분 대상을 합리적으로 설정해 올해처럼 많은 살처분이 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을 누차 강조한 것은 이번 살처분 범위 확대 대응이 무모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덧붙여 위험지역 닭·오리·달걀, 경계지역 오리알 등은 정밀검사를 거쳐 출하 및 부화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 농식품부가 AI 방역체계 개선안을 마련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한국마사회 대강당에서 열린 AI 방역체계 개선방안 공청회.

살처분 보상금 감액기준은 보다 세분화·구체화해 적용되며 생계안정자금과 소득안정자금의 지원대상을 확대해 손실보상을 현실화하겠다는 설명이다. 현재 40%만 지급돼 농가의 큰 불만을 사고 있는 잔존사료 폐기보상은 80%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양성농가 살처분 보상금 20% 기본감액이나 논란이 되고 있는 ‘삼진아웃제’ 등은 현재 개선안 초안에 그대로 포함돼 있다.

방역 시스템 부문에서는 방역관리지구 도입이 주목된다. 철새도래지나 가금사육 밀집지 등 요주 지역을 특정 기간동안 ‘AI 방역관리지구’로 설정해 특별 관리할 계획이다. 아울러 방역 관련 협의회, 검역본부, 방역지원본부, 지자체 등 방역주체마다 전문성을 제고해 체제를 개편하고, 계열화사업자의 소속농가 방역관리 책임을 강화할 방침이다.

백신 개발 및 도입에 관해서도 연구가 진행될 계획이지만 바이러스 종류가 다양한 AI의 특성상 예방이 힘들고 선진국에서도 성공사례가 없을 뿐더러 도입하는 데 사회적 공감도 필요한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설명이다.

“농가에 책임 떠넘겨선 안돼”

농식품부는 11일 ‘AI 방역체계 개선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 하루 전인 10일에는 국회 농림어업 및 국민식생활발전포럼의 주최로 ‘AI 원인진단 및 방역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두 행사 모두 전문가, 생산자, 학자 등 다양한 관계자가 모인 자리로, 이틀에 걸쳐 방역체계 개선안을 둘러싼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방역대책에 대해 김성식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장은 “12월부터 2월까지만 발병을 억제하면 발병하더라도 피해를 100만수 이하로 억제할 수 있다. 겨울철은 생산비도 크게 증가하니 이 기간동안 농가 자발적 입식자제나 입식제한을 추진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 부회장은 “AI는 국가적 재난이다. 보상금 전액을 마땅히 국비로 지급해야 한다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고 지적하고 “축산업허가제 관리 강화와 피해보상금 산정 등에 있어서도 농가의 현실적인 입장을 헤아려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중토론에 나선 이광택 하림농가협의회장은 “정부의 개선안이 농가나 계열사에만 잘못을 떠넘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AI 방역관리지구로 설정된 지역은 가금산업뿐 아니라 지역경제 전체가 초토화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충북 음성의 육계농민 박지훈씨는 “살처분시 농민에게 알 권리를 달라. 농민을 억압적으로 대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AI 양성진단 통보시 서류 한 장 없이 전화통보만 이뤄지는 등 처우 문제를 지적한 것.

▲ 공청회에 참석한 농식품부 박정훈 방역관리과장이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생산자 대표와 농민들은 특히 예방적 살처분과 보상금 감액 반대에 입을 모았다. 문정진 한국토종닭협회 부회장은 “잘해보겠다고 방역대를 설정하고 살처분을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제 예방적 살처분은 생산자 대표로서 반대한다”고 역설했으며, 최성천 대전충남양계농협 조합장은 “농식품부가 농민에게 보상금 패널티를 부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농민 없이 어떻게 농식품부가 있을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이틀동안 행사에 참가한 농식품부 박정훈 방역관리과장은 “각양각색의 의견을 모두 수용하기는 힘들겠지만 논의된 내용을 개선안에 최대한 반영해 현실성 있게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보상금 감액에 대해서는 “정부가 요구하는 패널티는 많은 게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 감액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입장을 공고히 했다.  <권순창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