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조합원이고 싶다 …여성농민이 넘지 못하는 ‘장벽’ 존재

남성 위주의 농촌사회, 조합원 가입 희망 여성에게 불리
여성임원할당제·복수조합원제, 여성농민 현실 반영해야

  • 입력 2015.07.26 03:08
  • 수정 2015.07.26 03:32
  • 기자명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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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위주의 농촌사회에서 여성농민이 농협 조합원이 되기엔 실질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사진은 한 농협 대의원총회 모습. 김명래 기자

[한국농정신문 박선민 기자]

농협법 개정으로 지역농협은 여성임원할당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하지만 여성농민이 현실적으로 조합원으로 진출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우선 이·감사 자격요건이 남성중심의 보수적인 농촌 현실과 맞물려 여성농민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감사 자격요건 중 이용고배당인 경제사업 의무구입 비용이나 출자금 등이 문제가 된다.

현장에선 부부가 공동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조합원 출자나 비료, 농약 등 물품 구입을 대부분 남편 명의로 등록한다. 때문에 여성농민들은 조합원 가입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물품 구입이나 개인출자금을 따로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조합원 가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 위주의 관행은 여성조합원의 임원 진출도 방해한다. 전북 김제시의 한 지역농협의 정관은 조합원이 임원 자격을 갖추기 위해선 비료, 농약 등 물품 구입을 200만 원 이상 충족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의원을 희망했던 한 여성농민은 “부부 조합원인데다 남편 이름으로 물품구입을 1,000만원이나 해서 당연히 (자격이) 되는 줄 알았는데, 후보 등록 하루 전에 내 앞으로 물품구입 내역이 필요하다고 해서 결국 후보 등록도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복수조합원제도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복수조합원제는 1가구당 1인 이상이 조합원으로 등록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대부분 남성이 조합원이 되는 현실에서 1가구 당 복수의 조합원을 두는 것을 허용해 여성농민의 조합가입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지역마다 복수조합원을 임의로 규정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강원 홍천군과 경남 진주시의 일부 농협은 ‘복수’를 2명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성의 입장에서 시아버지, 남편이 이미 조합원일 경우 조합원 진출 통로는 막히게 되는 셈이다. 홍천 지역농협은 최근 이 같은 문제를 반영해 정관을 수정했다.

복수조합원을 인정하지 않는 곳도 있다. 경남 합천군의 한 지역농협은 지역 조합원이 다른 지역보다 많다는 이유로 조합원을 1가구당 1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지역의 젊은 여성농민들이 ‘농업에 종사해도 왜 조합원이 못되느냐’고 농협에 항의하기도 했지만 지역농협은 이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

여성이 조합원 자격을 갖추기조차 힘든 상황에서는 여성임원할당제도 한계가 있다. 김영미 김제시여성농민회 정책실장은 “우선 여성임원할당제가 시행되려면 조합원의 30% 이상이 여성이 돼야 하는데 여성조합원 30%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합천 지역의 여성농민은 여성 조합원의 고령화로 여성 농민의 권리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주변에 여성 조합원을 살펴보면 시아버지 사망 후 시어머니가 승계하거나, 남편이 사망하고 승계를 받은 경우가 많다. 때문에 여성할당제로 대의원을 하는 여성농민들은 70, 80대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여성이 조합원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진짜 농사를 많이 짓고, 활동을 많이 하는 젊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배제된다”며 여성 농민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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