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에 따라 7월 1일부터 여성임원 할당제가 시행됐다. 이에 따라 농협은 2015년 여성조합원 비율을 35%까지 늘리고, 여성임원 비율을 8%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농협은 여성임원 확대를 위한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중앙본부와 지역본부에 각각 여성농업인육성 특별위원회와 협의회를 신설·운영하고 여성농업인육성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자문·조사·연구·홍보 및 복지활동 등을 전개할 것이라 한다. 하지만 정부 및 농협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있는 여성농민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전여농은 농협의 복수조합원제 실현과 여성농민 조합원 가입운동, 여성농민 대의원, 임원 진출에 이르기까지 여성농민이 협동조합의 주인으로 서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여성농민이 농업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농협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현실을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이 투쟁은 여성농민들의 지위와 역할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 결과 1995년도에 여성농민이 조합원 가입이 가능한 복수조합원제가 시행됐다. 이후 조직적으로 농협을 바꿔내기 위해 조합원 가입운동 등을 전개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농협에서는 내부정관을 근거로 평균출자금 및 남편과 아내 등 한 가구단위 규정을 들어 여성농민의 조합원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그동안 제3차 여성농업인육성기본계획에 따른 2014년도 여성농업인 육성 추진실적을 보면 여성조합원은 (2012)28.9% → (2013)29.7% → (2014)32.7%인데 비해 여성임원은 (2012)3.4% →(2013) 3.6%→(2014) 4.6%로 지난 3년 동안 1%로 미미하게 증가되어왔음을 볼 수 있다.
또한 3월에 실시한 조합장 동시선거에서 출마한 여성조합장 후보는 전국 농협 1,326개소 중 0.4%에 불과했다. 이는 여성농민이 농협에서 주체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 32.7%에 해당되는 여성조합원 마저도 대부분 남편이 사망하면서 조합원으로 승계되어 연령대가 70세 이상 혼자 사는 여성농민 조합원들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농협에서는 여성조합원, 대의원, 임원의 역할 등에 대하여 교육 등을 거의 실시한 적이 없어서 여성조합원이 대의원이나 임원이 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역할을 하기 어렵고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이번 임원할당제의 실시를 계기로 조합원, 대의원, 임원에 있어 여성농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조합원에 있어서 신규가구 조합원 가입 시 평균출자액을 분납하게 한다든지 이용고배당의 규정을 통합해서 적용할 수 있게 하는 등의 가입조건 완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또 각 농협에 여성조합원, 대의원, 임원에 젊은 여성농민조합원들도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임원 비례할당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조합원, 대의원, 임원의 역할 등에 대한 교육도 시급하다.
여성농민 조합원들도 앞으로 조합에 관심을 가지고 농협의 주인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내가 바로 농협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참여해야 한다. 여성농민의 장점인 성실함, 책임감과 지혜로 농민의 권익을 위한 조합, 농민이 주인 되는 조합을 만드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그 역할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농협과 여성농민 모두가 노력할 때 농협을 진정한 ‘농민의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