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 예방백신보다 차단방역 우선해야

농식품부 백신권장에 비판여론 우후죽순

  • 입력 2014.10.11 21:27
  • 수정 2014.10.11 21:2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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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중인 돼지유행성설사병(PED) 백신의 예방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나 양돈농가의 근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여전히 백신접종을 권장하는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팽배하고 있다.

PED는 지난해 11월 국내에 창궐해 아직까지 일부 지역에서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공식 집계된 피해 규모는 134건 2만9,915두지만 이는 실제 피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 통설이다. PED는 제3종 가축전염병으로 발생시 제1종에 준해 농가 이동제한조치가 발동하지만 보상금은 전무해 농가가 발생신고를 꺼리기 때문. 농가 이동제한을 규정한 가축전염병 예방법이 신고를 어렵게 하고 되레 질병을 확산시키게 된 꼴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최근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마련, 제3종 가축전염병이 발생한 농가 가축이 임상증상을 보이지 않을 경우 이동을 가능토록 하는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캐나다산 돼지 수입위생조건에 농가별 6개월간의 PED 비발생 이력조건을 추가한 개정안을 마련해 검역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 PED ‛물백신’ 논란 속에서 백신 접종을 장려하는 정부와 이를 비판하는 관련업계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논란이 되는 것은 국내 방역대책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본부장 주이석), 대한한돈협회 (회장 이병규), 한국양돈수의사회(회장 황윤재), 주식회사 옵티팜(대표이사 김현일)이 공동으로 진행한 PED 백신 효능실험 결과 백신의 예방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정부 측은 “예방효과는 없으나 폐사 방지효과는 있다”며 백신 접종을 장려했으며, 심지어 내년도 PED 백신 지원 예산을 67% 증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돈협회는 최근 백신 제조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백신이 예방효과가 없다면 차라리 차단방역 쪽으로 예산을 집중해야 하지 않나”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 측이 주장하는 백신의 폐사 방지 효과에도 물음표는 붙는다. 효능실험 결과공개 당시 ‘실험에 사용한 자돈은 모두 3일령으로, 현장에선 1~2일령 자돈에서 폐사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인 바 있으며, 실제로 피해 농가들은 폐사 방지 효과도 미미하다고 증언한다. 지난 4월 PED 피해를 입은 제주 양돈농민 김태하씨는 “백신을 철저히 접종했지만 4월 한 달치 자돈이 거의 다 폐사했다. 백신이 ‘물백신’이란 말을 듣고 억울하고 사기 당한 기분이었다. 폐사 방지 효과도 거의 없는 것 같다. 효과가 없으니 괜히 돼지들 스트레스 주지 않도록 백신 접종을 그만두고 싶지만, 접종을 안하면 안한다고 뭐라 하니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윤재 한국양돈수의사회장은 “백신 지원에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데, 그 예산으로 백신 개발을 새로 하고 고압증기소독·열풍건조 등 거점방역시스템 설비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무엇보다 질병 발생상황을 파악하는 시스템 정립이 필요하다. 미국은 PED 신고를 철저히 유도해 발생상황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지만 우리는 정확한 상황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채찬희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도 “공동연구를 통해 ‘백신의 예방효과가 없다’는 접점을 찾은 것만도 큰 진전이다. 그렇다면 추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논의를 해야 하는데 그 접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백신 지원 예산을 늘리는 것은 ‘효과가 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밖에 안되고 반대쪽에선 황당하다는 입장이니 계속 평행선만 달리고 있어 안타깝다. 정책방향 설정을 위해 충분히 논의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PED는 자돈 치사율이 90%를 상회하는 치명적인 가축전염병이다. 미국에서 지난해 5월부터 발생한 PED로 30개주 800만여두의 돼지가 폐사했으며, 국내에서도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는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도 공식 신고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국내외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업계와 학계 모두가 심각성을 공감하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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