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악취와 오염을 잡아라 ①

투자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다 - 돼지분뇨 발효액 순환시스템, 충남 천안 원농장

  • 입력 2013.11.10 12:4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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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와 지역 주민의 마찰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축 분뇨에서 비롯되는 악취와 환경오염은 필연적으로 인근 주민들의 불만을 유발해 왔다. 곳곳에서 축사를 둘러싼 주민들의 민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각 지자체에서 민가와 축사의 거리 제한을 규정한 조례를 강화하고 있다. 주민 의식과 생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불만은 더욱더 거세지고 축산업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저마다의 고민으로 깨끗하고 악취 없는 축사를 운영하며 지역과 상생하고 있는 농가들이 있다. 어떤 방법으로, 또 어떤 생각으로 축사를 꾸리고 있는지, 생산자단체와 농민 등 업계 종사자들이 추천하는 청결한 축사들을 찾아가 봤다. 본지에서는 이번호부터 3주에 걸쳐 각각 양돈, 양계, 한우 분야의 우수한 농가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 천안 원농장 돈사 내부의 모습. 뚫려있는 바닥으로 분뇨가 모여 곧바로 발효가 된다. 돼지의 털빛이 깨끗하고 악취나 파리가 거의 없다.


충남 천안의 원농장은 돼지 분뇨의 발효액 순환 시스템을 가장 안정적으로 정착시킨 양돈 농장으로 꼽힌다. 순환 시스템 도입 4년차를 맞는 원농장 김응원 대표는 시설 구비에 막대한 비용이 들었지만 투자한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이 순환 시스템의 핵심은 ‘발효’다. 가축의 배설물에 부패균이 작용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악취가 심해지고 해충이 꼬이지만 발효균이 작용하면 냄새가 없어지고 양질의 비료가 만들어진다.

원농장에서는 바실러스, 효모, 유산균의 세가지 성분을 사료와 급수를 통해 돼지에게 수시로 공급해 배설물 자체를 악취가 덜하고 발효되기 쉬운 성질로 유도한다.

돈사에서 나온 배설물은 그대로 바닥 아래로 빠져 발효성 미생물 배양액과 1차 희석된다. 1차 희석 단계에서 이미 상당한 악취 경감 효과가 드러난다. 김 대표가 과시하듯 1차 희석액을 맨손으로 떠서 내밀어 보이지만 실제로 냄새는 미미한 수준이다.

▲ 1차 희석된 분뇨에서 걸러진 고체 찌꺼기는 퇴비로 사용된다. 돈사 옆 시설에서 걸러진 찌꺼기의 모습.

돈사 옆 시설에서 걸러진 고체 찌꺼기는 추후 퇴비로 이용되고, 나머지 희석액은 돈사에서 조금 떨어진 저장탱크로 옮겨져 2차로 희석된다. 이 탱크에서 단계별로 발효 과정을 거치고 나면 액비가 완성돼 액비 살포업체를 통해 농토에 뿌려진다.

탱크에서 발효된 분뇨의 악취 유발물질 농도는 최고치가 2,000ppm. 일반 돈사의 분뇨가 5만~10만ppm임을 생각하면 95% 이상의 악취 개선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돈사 밖은 물론 내부에서도 악취는 미미하며 파리 등의 해충 또한 거의 볼 수 없다.

깨끗한 환경은 육질을 향상시키고 질병의 여지를 없애 항생제 사용마저 대폭 줄인다. 돈사 아래에서 분뇨가 발효되면서 항상 25도 정도의 온도를 발생시키니 난방비 절감 효과도 쏠쏠하다.

“가축은 생명체입니다. 지저분한 데서 병들고 죽으면 경제손실을 떠나 농장주도 가슴 아프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런 문제에서 해방이 되는 거에요.” 투자한 만큼의 생산비 절감 효과도 있지만 그보다 돈사의 돼지들과 이웃 주민들이 누리게 되는 가치가 더욱 만족스럽다는 것이 김 대표의 논지다.

2010년에 정부 차원에서 발효액 순환 시스템의 시범사업이 진행됐지만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한 적이 있다. 김 대표는 그것이 배양액 혼합 비율의 실패라고 주장했다.

결국 발효되느냐 부패되느냐 하는 것은 미생물의 싸움인데, 분뇨량에 비해 배양액이 모자라면 부패미생물이 번식해 발효미생물을 억제하게 된다는 것.

시범사업 당시 배양액과 분뇨의 혼합 비율은 30대1 수준이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발효미생물이 편안하게 활동하려면 혼합 비율을 적어도 100대1 정도는 유지해 줘야 한다. 이따금씩 미생물을 보충해 줘야 하지만 분뇨와 혼합된 희석액 자체가 곧 배양액이 되기 때문에 비용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김 대표 또한 시스템 도입 초기에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안정적인 방법을 터득했고,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원농장을 견학하고 벤치마킹 하려는 양돈 농가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방법을 전수하고 있다.

▲ 약 2,000톤의 배양액을 저장할 수 있는 돈사 외부의 저장탱크. 이곳에서 2차 희석된 분뇨는 단계별 발효 과정을 거쳐 액비로 완성된다.


“분뇨는 폐수가 아닙니다.” 김 대표는 분뇨의 발효 개념이 앞으로 축산의 큰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분뇨의 부패를 막고 비료로서의 가치를 재창출하는 이같은 시스템을 정부에서 장려하며 이끌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농장에 순환 시스템을 설치하는 데 든 비용은 총 3억원.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절반 가량의 지원을 받고 본인 부담은 1억5,000만원 가량이 들었다.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아 시설을 도입하고 싶어도 못하는 농가도 많다. 김 대표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하는 이유다.

“축사에 냄새가 심하면 돼지에게도 안좋고 주민들도 괴로워 언젠가는 한계가 옵니다. 축산인이 존재 가치를 되찾으려면,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발효비료 등을 통해 인근 농가에 도움을 주면서 지역에 꼭 있어야만 할 축사를 만들도록 해야 합니다.”

희망찬 포부를 밝힌 김 대표는 발효 시스템이야말로 앞으로 축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임을 굳게 믿고 있다.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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