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악취와 오염을 잡아라 ③ 〈마지막〉

들풀처럼 번지는 친환경 고소득 축사-농가 자발적 학습조직 ‘몽탄 황금한우 영농조합법인’

  • 입력 2013.11.24 20:5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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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축사를 유지하면서 소득마저 보장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황에 시달리고 악취로 괄시받는 한우농가의 모진 현실 속에 깨끗한 환경과 더불어 안정적인 수익을 이룩하고 있는 영농조합법인의 활동이 있다.

축사 악취와 환경오염의 대안을 조명하는 기획의 마지막으로 전남 무안의 ‘몽탄 황금한우 영농조합법인’을 소개한다. 축사에 대한 고민과 개선 의지가 주변 농가들에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의 큰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 무안 몽탄 황금한우 영농조합법인의 고봉석 회장은 ‘소들도 행복하고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축사’를 지역에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몽탄 황금한우 영농조합법인(이하 황금한우) 고봉석(55) 회장의 축사 주변에는 악취가 없다. 축사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서야 분뇨 냄새를 느낄 수 있고, 늘어선 소들은 마치 어제 목욕을 시킨 듯 털빛이 깨끗하다.

축사 관리 기술의 핵심은 BM활성수. 미생물 배양액의 일종이다. 소에게 BM활성수를 음용하면 체내 미생물의 활동이 촉진돼 소화율을 높이고 분뇨의 양을 줄인다. 악취의 여지가 줄어듦은 물론 사료 효율도 좋아지게 된다.

여기에 분무 시설을 통해 축사에 수시로 BM활성수를 살포해 주면 바닥에 쌓인 분뇨 내의 미생물 작용 또한 활발해져 발효를 통해 악취와 분뇨량이 다시 줄어든다. 분뇨를 1년에 한번 정도만 치워줘도 될 만큼 현저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고 회장의 설명이다.

▲ 고봉석 회장의 번식우 축사에는 칸막이가 없다. 소들이 자유롭게 뛰놀며 운동을 하고 축분을 밟아준다.

개방형 축사도 큰 특징이다. 비육우 축사는 단계별 관리로 칸막이가 불가피하지만 번식우 축사에는 칸막이가 없다. 암소와 송아지들은 넒은 축사를 운동장 삼아 뛰놀며 자란다. 스트레스가 적어 출산과 성장에 좋은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분뇨를 골고루 밟아줌으로써 호기성 미생물에 공기를 공급해주는 효과도 있다.

수거된 분뇨는 한데 모아져 저온-중온-고온-중온의 4단계 발효 과정을 거쳐 입자가 고운 양질의 퇴비로 완성된다. 분뇨더미를 이따금 뒤섞어 주는 것만으로 저절로 발효되며, 분뇨창고에도 악취는 거의 없다.

경기 양평 당너머농장(대표 이현복)을 벤치마킹한 고 회장은 2005년 축사를 짓고 2007년 첫 출하에서 체중 900kg, 육질등급 A+ 이상의 성과를 내며 주위 농가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듬해인 2008년 고 회장을 중심으로 한우 작목반이 결성됐고, 이것이 2010년 영농조합법인으로 승격됐다.

황금한우는 BM활성수 플랜트를 설치해 직접 BM활성수를 생산함으로써 조합원들의 친환경 축사를 선도하고 있다. 1억2,000만원의 설치비 가운데 무안군으로부터 9,000만원의 지원을 받았으며, 연간 1,800만원에 달하는 운영비는 BM활성수 20리터당 500원을 지불하는 조합원들의 회비로 충당한다.

▲ 황금한우 영농조합의 BM활성수 플랜트 시설. 매달 60톤의 활성수가 생산되며, 지역내 돼지, 닭, 오리 축사에도 공급된다.

BM활성수는 한달에 60톤 가량 생산된다. 이 중 조합원들이 40톤을 소비하고 나머지 20톤은 무안군의 지원이나 개인 구입을 통해 지역의 돼지, 닭, 오리 농가로 지급된다. 소 이외의 다른 가축들에게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평이다.

지속가능한 축산업이 되려면 환경과 더불어 수익이 뒷받침 돼야한다. 황금한우에서는 조합원들의 고소득 보장을 위한 교육활동도 이뤄진다. 연 4회 이상 외부강사를 초빙해 번식 기술과 고급육 생산에 관한 강의를 실시하고 친환경 고소득의 선진 농장을 견학한다. 초음파 임신 판별시설을 도입해 번식우 사육의 효율을 높이는 사업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현재 고 회장의 농장에서는 출하되는 소의 90%가 쇠고기 등급심사에서 A+ 이상을 받고 있으며, 황금한우 농가 전체에서도 6~70% 정도가 A+ 이상을 받으면서 고 회장을 따라오고 있는 추세다.

황금한우의 이런 활동은 지자체에서도 큰 호평을 받고 있다. 무안군 농업기술센터 박원진 주무관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만으로는 축산업 안정화에 한계가 있다. 농민들의 이러한 자발적 움직임이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며 황금한우를 추켜세웠다. 무안군에서는 황금한우에 교육강사 섭외비와 개량 컨설팅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황금한우 사업의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지역 전체에 파급 효과가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황금한우 조합내에만 4,700여두의 152농가가 친환경 고소득 축사를 지향하고 있으며, 무안군의 또다른 한우영농조합법인인 청축회 영농조합법인에서도 사료 판매 위주의 수익사업을 전환해 황금한우의 시스템을 따르려 하고 있다.

고 회장은 “농식품부가 해야 할 일을 농민들이 찾아서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이런 자발적 학습조직들을 발굴해서 지원해 준다면 축산업의 기반이 단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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