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악취와 오염을 잡아라 ②

양계농장, 세심한 관리와 적극적 의지가 중요

  • 입력 2013.11.15 15:2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계농장은 모든 축종의 농장 중에서도 악취가 심하기로 악명이 높다. 현대식 무창 계사가 보편화되면서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양계농장 특유의 비릿하고 역한 냄새는 관리하기에 따라 인근 주민들에게 어느 축종보다 불쾌한 피해를 준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축사 악취와 환경오염 개선을 위한 노력, 그 기획의 두번째로 양계농장을 조명한다. 악취를 줄이기 위한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충북 음성의 대성농장과 철저한 분뇨 처리시설을 갖추고 있는 전북 남원의 풍년농장을 소개하고 양계업과 축산업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본다.

▲ 전북 남원 풍년농장 계사 내부 모습. 습도 관리가 잘 돼있어 바닥이 보송보송하고 악취가 없다. 풍년농장은 무항생제 농장으로, 항생제는 물론 어떤 약품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충북 음성의 대성농장은 이웃 주민들로부터 ‘양계 호텔’이라는 칭찬을 받는다. 주민 모두가 인정하는 농장주 서훈복(57)씨의 까다로운 성격 탓에 계사 안팎이 항상 말끔하게 정돈돼 있어 닭들이 호사를 누린다는 의미다.

서씨는 닭이 예민한 가축인 만큼 세심한 사양관리도 중요하지만 악취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말한다. 특별한 설비 없이 세심한 관리와 노력만으로도 계사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것.

대성농장에서는 한 세대의 닭을 출하할 때마다 반드시 깔짚을 수거하고 계사를 물청소한다. 이때 보통은 신경쓰지 않는 계사 천정 축대 위쪽에 쌓인 먼지까지 공기분사기로 털어낸 후 천정부터 물로 쓸어내리며 청소를 한다. 축대 위쪽으로 상당한 양의 먼지가 쌓이는데, 매번 그것을 털어내고 청소하면 악취 경감에 큰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액체 상태로 배출되는 계분은 수분과 섞였을때 가스를 발생시켜 강한 악취를 풍긴다. 물청소 후에는 완벽하게 내부를 건조시킨 후 입추를 하고, 계사 내부의 호스나 파이프에 응결돼서 떨어지는 물방울조차 양동이를 걸어 받아낼 정도로 철저히 수분을 차단한다.

출하시 차량 바퀴에 묻어 계사 외부로 나오는 소량의 계분도 다시 계사 안으로 밀어넣어 한번에 수거해 퇴비업체로 보낸다. 환풍구 앞에는 잣나무 등의 나무와 밭작물을 심어 악취가 퍼지는 것을 방지하고, 이웃의 밭과 가까운 축사 후방에는 차단벽을 설치했다.

유별난 노력은 청결한 계사를 만들었다. 바닥이 깨끗하니 지난 10년간 흉부수종 등의 비위생성 질병이 단 한차례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일반 농가에서 120만~150만원이 드는 약품 구입비를 70만원 이하로 절감했다. 인근 주민들의 평판도 좋아 출하시기가 되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손을 도우러 모인다.

서씨는 주민들과의 관계나 계사의 청결이 전적으로 농장주에게 달렸다고 말한다. “결국 농장주들의 의지 문제에요. 조금 더 노력하면 그만큼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옵니다. 같이 지내는데 민폐를 끼치면 안되니까, 상생하려면 최대한 깨끗이 관리해야죠.”

▲ 풍년농장의 퇴비 원형발효기. 유지비가 저렴하고 구조가 단순해 고장시 직접 고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북 남원 풍년농장은 세심한 관리에 더해 자체적인 분뇨 처리 시설을 갖췄다. 청소 후 석회액을 뿌려 계사를 소독·코팅하는 등 대성농장 못지 않은 노력을 기울일 뿐만 아니라 퇴비 원형발효기를 구비, 직접 축분을 발효해 퇴비를 제작하고 있다.

커다란 원통형의 발효기에 우분과 계분을 절반 가량씩 섞어 투입하면 발효기 내에서 강한 압력의 공기가 분뇨를 뒤섞는다. 공기와 분뇨가 섞이면서 열이 발생하고 호기성 발효균이 작용해 자연 상태에서 1~2개월이 소요될 발효 기간이 1주일로 단축된다.

분뇨를 수거해 저장고에 쌓아두면 파리와 구더기가 들끓고 시간이 지날수록 악취가 난다. 그러나 발효를 끝내 완성된 퇴비는 입자가 곱고 습기가 적으며 냄새 또한 전혀 없다. 풍년농장의 이춘겸(61), 이성만(29) 부자는 발효기 도입 후 무엇보다 환경적인 면에서 엄청난 이득을 보고 있다고 말한다.

경제적 이득도 발생한다. 발효기의 한달 운영비는 전기세와 윤활유 값을 포함해 30만원 정도. 반면 한달동안 생산되는 퇴비는 100만원어치에 이른다. 또한 분뇨 상태인 경우 퇴비업체의 수요에 기복이 있지만 완성된 양질의 퇴비는 수요가 꾸준해 처분에도 막힘이 없다.

풍년농장은 원형발효기를 1억8,000만원에 구입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편이라 지원이 절실한 다른 농가들을 위해 따로 지자체 지원을 받지 않고 할부 구입했다. 자비가 투입된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발효기를 활용하고 있다.

▲ 충북 음성 대성농장의 전경. 잘 정리된 계사 주변에서 농장주의 깔끔한 성격이 엿보인다.

이성만씨는 “지원이 나온다고 무작정 기계를 사서 묵혀둬선 안됩니다. 농가가 적극적으로 꼭 필요한 것을 찾아서 지원을 받으려 해야 활용을 잘 할 수 있을겁니다”라며 시설 도입에 있어 농가의 적극적인 자세를 당부했다.

이춘겸씨도 “축산 농가들이 반성해야 됩니다. 깨끗이 관리만 잘하면 축사가 혐오시설로 인식될 일이 없어요. 지속가능하고 대우받을 수 있는 축사가 되기 위해 남보다 앞서 생각하고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대성농장과 풍년농장은 모두 민가로부터 200m 남짓 떨어진 위치에 있지만 단 한번도 악취로 인한 민원을 유발한 적이 없다. 오히려 양질의 퇴비 제작에 일조하며 지역 주민들과 어울리고 있는 이들 농장의 중심에는 농장주들의 적극적인 환경 개선 의지가 자리잡고 있다.  <권순창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