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어온 구제역 바이러스 경계지역 넘어 훨훨

구멍난 국경검역, 허술한 방역으로 속수무책 … 애꿎은 농민 탓만

  • 입력 2010.06.07 14:25
  • 기자명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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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이 1월 포천에서 최초 발생한 뒤 농림수산식품부는 3월 23일 구제역 종식을 선언했지만 인천 강화에서 종식선언 16일만인 4월 8일에 또 발생했다. 구제역은 강화, 김포, 충주, 청양까지 급속도로 퍼졌다. 

정부는 방역대책을 세우고 방역기를 설치하고 소독을 강화했지만 구제역 확산을 막지 못했다.
농식품부는 구제역이 중국을 방문한 농장주와 동북아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로 인해 전파됐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만약 농식품부의 주장대로면 정부는 국경검역에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한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의 검역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강화에서 김포로, 충주로 청양까지 전파된 것도 농식품부는 사료운송 차량, 인공수정사 등에 의해 전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이 또한 국내 방역과정에서도 허점이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연승우 기자>

 구제역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을까

▶농장주와 이주노동자가 구제역옮겼나= 지난달 17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구제역 역학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포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A형 타입으로 포천지역의 1차 발생 농장에 동북아시아 국가 출신 사람이 지난해 10월 30일 입국해 고용됐고 같은 해 11월에 옷가지와 신발 등을 국제우편물을 받은 과정에서 구제역이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화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소 사육농장 주인이 동북아시아 국가 여행 후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이유로 구제역 O형 발생이 많은 지역을 농장주가 갔다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발표한 중국에서의 구제역 발생현황을 보면 A형 타입은 지난해 10월, 12월에 신강성 위구르 자치구 일대에서 발생했으며, 귀주성에서는 지난해 5월에 발생했다. 또 광서성에서도 지난해 4월에 발병했으며 호북성에서는 1월에 발병돼 이주 노동자와는 연관성이 떨어지고 있다.

강화 농장주가 방문한 호남성도 지난해 4월에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돼 있어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다.
즉 중국에서의 발생일과 발생지역을 대비했을 때 한국에서의 발병과는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검역원 이상진 역학조사과장은 “OIE에 보고된 것으로 봤을 때는 그렇지만, 중국이 OIE에 보고한 것은 최근 2~3년전부터이며, 그나마 보고도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에서 구제역이 많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진 과장은 “중국에서 구제역이 많이 발생한 근거로 국제회의에서 구제역 백신이 중국에 많이 반입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검역 수준은 우수하다. 입국 시에 깔판 소독을 하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뿐이다. 일본보다 우리가 더 엄격하다. 문제는 구제역을 철저하게 막겠다는 농가들의 방역의식이다. 구제역이 주로 후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선진국의 축산농가들은 개별 농장의 차단방역에 철저하다. 농장소독을 철저히 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때 준수사항을 지키는 농장단위의 차단방역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제역 황사 전파 논란= 구제역 발생 경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농림수산식품부는 4월 13일 브리핑에서 황사로 인해 중국에서 전파됐을 가능성을 높게 봤으나 역학조사 중간발표에서는 황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4월 9일 브리핑에서 이창범 축산정책관은 “황사는 우리가 항상 개연성을 두고는 있으며,  아직은 역학조사를 다 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 봐야 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13일 브리핑에서 하영제 2차관도 황사에 대한 방역대책에 대한 답변으로 “(황사가 원인이라면)평소 축산하시는 분들이 자기 사육농가 또는 돈사, 우사 등 자기들 가축의 환경을 스스로 챙길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또 도달하게 된다”며 “발병하는 농장이 있고 발병 안하는 농장의 차이는  축주 개인에 달려 있지 않는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사에 의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파된다는 주장은 2002년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당시 농림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농식품부와 검역원은 황사에 의한 전파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상진 과장은 “바이러스는 자외선에 약하기 때문에 공중에서 오랫동안 생존하기 어렵다”며 “주로 신발과 의복에 묻어서 전파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책은= 농식품부는 축산농가가 구제역, AI와 같은 악성가축질병 발생국(지역)을 방문하는 경우,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출입국정보를 받아 입국 즉시 해당 축산농가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여 공항만에 있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검역관에게 신고해 소독 절차를 밟고 주의사항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0일부터 가동된다고 밝혔다.

축산농가가 공항만에서 검역관에게 신고하지 않고 공항만을 벗어나는 경우 관련 사실을 관할 지자체에 통보하여 각종 정책자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한편, 악성가축질병 발생국(지역) 여행 후 해당 농장에서 질병이 발생할 경우 매몰 보상금 삭감, 가축 사육시설 폐쇄 명령, 손해배상 청구 등 농장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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