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와 현실의 괴리, 거듭되는 적자 운영, 농민의 불만과 농협의 진땀…. 쌀 수매를 둘러싼 광풍 같은 소용돌이 속에서도 나름의 방법으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조합들이 있다. 평균 수준의 수매가를 보장하며 농가가 원하는 물량은 전량 수매해 들이고 있는 김제공덕농협이 그렇다. 꾸준히 흑자 경영을 유지하면서 농민들의 만족을 이끌어내고 있는 공덕농협의 정진팔 조합장을 만나봤다. ▶전국적으로 농협의 쌀 수매사업이 진통을 겪고 있는데 공덕농협은 수매가 비교적 원활히 이뤄지는 것으로 명망이 높다. 비결이 뭔가. - 정책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아 자구책을 강구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은 것이다. RPC는 제품의 품질 향상만이 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다. 농자재와 농약 등 1년에 2억원 가량의
“굳이 수탁수매를 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 아닙니까.” 농협의 요구에 따라 수탁수매에 응하면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한 농민의 반응이다. 사실상 매취수매와 다를 바 없으면서 교묘하게 수탁수매의 형식만을 취한 지역농협 RPC의 벼 수매 방식이 농민들의 조소 섞인 푸념을 자아내고 있다. D농협에 의무 할당된 수탁수매 자금은 여느 지역과 같은 전체의 30% 수준. 마을별로 의무 수탁수매량이 매겨졌지만 농민들은 큰 분란 없이 젊은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수탁수매를 전량 떠안기로 논의를 마쳤다. 이 지역 농협의 수탁수매가 매취수매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 D농협 RPC의 매취수매는 수매시에 산물벼 40kg 기준으로 선급금 5만원을 지급하고 12월 초중순경 이사회에서 가격이 의결되면 바로
농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벼 수탁수매 선급금액 제한 조항이 사실상 큰 의미를 갖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선 농협들은 저마다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선급금 상한액을 불필요하게 낮게 책정하고 있고, 애매한 조항으로 인한 피해는 애꿎은 농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정부의 사업지침 조항을 인용하면 “수탁매입은 선도금을 동일 품종매입 가격의 80% 이하로 지급”해야 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는 수탁수매 당시 농가와 RPC간에 합의한 임의의 예상수매가격을 기준으로 80% 이하를 의미한다. 문제는 일선 농협들이 이 조항을 저마다 달리 해석해 각자 다른 기준의 ‘80%’를 지키고 있다는 것.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확정된 매취수매 계약가격의 80%를 적용하는 것이다. 수매 이전에 가
전국의 미곡종합처리장이 정부의 벼 수매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 물량 이상 의무적으로 수탁수매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정부는 ‘농가 벼 판로를 확보하고 산지 쌀 유통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벼 매입자금을 융자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지원되는 것은 아니다. 지원금은 일정 기준에 따라 차등 지급되며, 정부가 제시하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지원금이 차감되기도 한다. 현재 정부의 한 해 벼 매입 자금은 총 1조2,000억원으로 융자형태로 지원된다. 이 지원금은 한꺼번에 지원되지 않으며 경영평가, 통합우대, 우수RPC성과급 등 지속적인 RPC 평가를 통해 시차를 두고 분할돼 지원된다. 지원 기준은 RPC 경영평가 결과 및 통합실적, 12년도
황금물결이 넘실거리던 들녘은 어느덧 추수가 마무리 되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은 일 년 동안 고생한 결실에 대한 흡족함보다는 쌀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인가, 걱정부터 앞선다. 정부는 올해 쌀 생산량은 424만 톤이며 신곡 수요량은 419만 톤 안팎으로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풍년이든 흉년이든 농민들은 생산비가 보장되지 않아 걱정과 시름이 깊다. 기름값, 농약값, 비료값, 농기계값은 해마다 올라 생산비가 상승하는데 쌀값은 생산비는 고사하고 10년 전 가격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에 압력을 가해 농협 자체수매 우선지급금을 정부수매 선지급금의 90% 이상(조곡40kg 기준, 5만원) 주지 못하게 하고 있어 수확기 쌀값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2004년까
E지역 농민 김상덕(가명)씨는 최근 지역 농협RPC로부터 2013년 벼 수매가격에 대한 공문을 받았다. 공문의 ‘개인별 매취 수매량 배정’에 따르면 올해 김씨의 매취수매량은 약 1만5,000kg이고 수탁수매량은 3,700kg이다. 수탁수매량으로 배정된 3,700kg은 E농협RPC가 이 지역 쌀 재배 농가에 동일하게 부여하는 물량으로,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 금액의 30%를 수탁수매로 채우기 위한 것이다. E지역 농협RPC는 올해 약 60억원의 벼 매입 지원금을 정부에서 받았는데, 이 금액의 30%인 18억원을 수탁수매로 채우기 위해 농가당 의무적으로 수탁수매량을 할당했다. 하지만 이 물량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한다. 쓸 땐 수탁수매라고 적지만 실상 거래되는 형태는 매취수매 형식인 것이다. 김씨도 E지역 농민들
정부는 2005년 쌀수매제도를 폐기하고 공공비축제도와 쌀소득보전직불제를 전격 단행했다. 공공비축제도는 시가매입 시가방출을 원칙으로 하여 쌀가격의 하락을 유도함으로써 쌀가격경쟁력을 제고하고, 쌀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쌀농가의 소득 안정을 위해 목표가격을 설정하여 시가와의 차이를 보전해 준다는 것이었다.그런데 8년여가 지난 지금 현재 쌀가격은 떨어졌고, 쌀의 국제가격경쟁력은 제고되지 않았으며, 쌀농가의 소득보전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목표가격 인상을 놓고 정부는 4,000원만 올리겠다고 강변하면서 쌀소득보전직불제가 쌀가격 하락의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지 농가소득보장정책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목표가격을 올리면 오히려 농가소득이 떨어질 것이라고 농민을 위하는척한다. 이는 궤변이며 눈감고 아웅
주부의 심정으로 1년 쌀 생산에 드는 비용을 기록한 ‘쌀 가계부’를 공개한다. 볍씨 6만원, 밑거름 12만7천원…. 전북지역 1,200평 논에서 농사경력 20여년의 농민이 1년동안 드는 쌀생산비용은 총 583만원이었다. 이를 평균생산량 80kg 25가마로 나누면, 쌀 한 가마당 생산비는 23만3,106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굵직굵직한 생산비만 낸 쌀 한가마 값이 23만원인데, 농식품부는 쌀 80kg 한 가마의 목표가격을 17만4,083원이 적정하다며 “이는 생산비 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농민들이 국정감사장에서 고함을 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항
지난 2010년 곡창지대로 손꼽히는 철원지역 농협들이 햅쌀에 대한 수탁수매 확대 계획을 밝히자 농민들의 근심이 커졌다. 이전 해까지만 해도 지역농협들은 농민들이 생산한 햅쌀을 직접 수매해 판매를 해 오던 방식을, 맡아서 팔아주는 ‘수탁수매’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직접 수매는 쌀값 변동의 부담을 농협이 떠안고, 수탁수매는 농민이 떠안는 방안. 정부도 농협 수매량의 15%는 수탁수매를 권장하고 나섰다. 3년이 지난 올해 정부는 지원금의 30% 수탁수매를 의무화 하고 있다. 쌀값 등락의 부담을 걷어낸 농협중앙회는 어떤 입장인지 서면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들어 본다. ▶농협중앙회가 올해 수확기 수매자금 1조 3천억원을 지역농협에 지원한다. 농협에 따라 수매자금 지원금액과 조건이 다른데 어떤 기준
2008년, 2009년 쌀 대풍의 시기 농협RPC들은 경영위기를 맞았다. 농민들과 쌀값 산정 회의를 통해 결정한 매입가격 보다 시장가격이 낮다보니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었기 때문이다. 강원지역의 한 농협은 농협중앙회로부터 합병권고까지 받을 지경이었다. 2009년 말 전북지역에서는 쌀값으로 농협과 농민이 대결하는 이른바 ‘농-농갈등’이 심화됐다. 차고 넘치는 쌀로 2009년 수확기 산지쌀값은 14만원대로 떨어졌고, 이듬해인 2010년 수확기 산지쌀값은 급기야 13만원대로 급락하고 말았다. 물가와 생산비가 치솟는 판에 쌀값만 떨어지면서 농민들의 쌀값 인상 요구는 점점 거세질 수밖에 없었고, 농협은 농협대로 시세없는 쌀값에 곤욕을 치르는 상황. 이럴 때 혜성처럼 등장한 방법이 수탁수매제다. 쌀값의 등락 영향
체르노빌 이후 핵 재앙의 끔찍함을 다시 한 번 보여준 후쿠오카 원전 사고가 일어나고, 우리나라에도 핵 발전과 관련해 끊임없이 사고와 논의가 계속되었다. 고리 1호기의 고장과 원전비리, 전력대란, 밀양 송전선 사태 등 그동안 반핵운동가들의 오랜 활동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확산되지 않았던 관심이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사람들은 핵이 깨끗하고 값싼 에너지라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안전하다, 라는 신화에 의심을 품기 시작한 정도랄까. 그런데 과연 사람들의 그런 핵에 대한 생각은 어디서 온 것일까? 두 말할 필요도 없이 핵 발전을 다루는 이들은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고 일종의 배타적인 이너써클을 이루고 있다. 전문가와 관료집단이 자신들만의
2000년대 중반부터 저출산 고령화가 한국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심각한 문제로 부각 되었다. 이즈음에는 고령화 보다는 저출산 문제가 더욱 큰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그러나 농촌사회는 이미 80년대부터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졌다거나 폐교된 농촌학교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사라진 농촌에는 남은 농민들이 늙어가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를 보면 2010년 65세 이상 농가인구 비율이 31.8%다. 2015년에는 39.6%, 2020년에는 44.7%로 증가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농촌은 초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사실 이러한 수치가 아니더라도 농촌의 고령화는 농촌 어디에 가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논밭에서 일하는 농민들은 대부분 7~8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