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은] 일본 농림수산성, 후쿠시마산(産) 농산물 유통실태 발표

  • 입력 2024.03.24 18:00
  • 수정 2024.03.24 20:47
  • 기자명 정만철 농촌과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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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철 농촌과자치연구소 소장
정만철 농촌과자치연구소 소장

 

최근 사과가격이 급등하면서 우리 정부가 일본산 사과 수입을 위한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후쿠시마산 사과가 수입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논란이 있었다. 가뜩이나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로 일본산 농축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높아진 상황에서 나온 보도라 우리 국민의 걱정이 클 수밖에 없는 일이다.

며칠 전인 지난 15일 일본 농림수산성이 ‘2023년도 후쿠시마현산(産) 농산물 등 유통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원전 폭발사고 이후, 후쿠시마산 농축수산물의 판매부진 원인을 분석하고, 지역 농축수산업의 재생을 위해 2017년부터 매년 실시해 오고 있는 조사의 일환이다. 이번 조사는 후쿠시마 지역의 농업인뿐만 아니라 소비자, 유통·가공·외식업자 등에 대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전반적인 유통실태를 분석하고, 후쿠시마현의 주력품목인 쌀·복숭아·소고기·곶감·피망·광어 등 6개 품목에 대한 생산량 및 가격 추이 등을 보여주고 있다.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원전 폭발사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의 농업인들은 대부분 지역에 남아 농사를 짓고 있다. 필자는 지난 2019년 7월, 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원전에서 약 45km 정도 떨어진 토와마을(東和地區)을 방문한 일이 있다. 다른 곳으로 이주한 마을 주민이 거의 없이 마을에 남아 유기농업을 하며 지역 재건에 힘쓰고 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조사에서도 후쿠시마현의 농업인들은 계속해서 영농을 이어갈 의지가 있고, 많은 농업인이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있거나 확대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현에서 주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6가지 품목 가운데 복숭아와 광어는 대지진 이전과 비슷한 정도로 회복이 됐지만 쌀과 곶감은 전국 평균과 같은 수준으로 감소, 피망과 소고기는 전국 평균보다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의 가격 역시 대지진 직후와 차이가 작아졌지만, 여전히 품목에 따라서는 가격 차이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2023년 한 해 동안 후쿠시마산 주요 농축수산물에 대한 구입 경험을 묻는 질문에 대해 지역 특산품인 복숭아의 경우 28.2%가 구매했다고 답했으며, 쌀은 26.2% 정도였다. 나머지 농산물은 대부분 10% 이하로 낮았다. 특히 수산물은 0.9~4.4%로 구입 경험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5점 만점에 3.5~3.7점 정도로 중간값보다는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구매 의향의 이유로는 모든 조사 대상 품목에서 ‘후쿠시마현을 응원하고 싶어서’가 가장 높았고(쌀 41.6%), ‘품질이 안정되어 있어서’가 그 뒤를 잇고 있다(쌀 30.5%). 앞으로도 후쿠시마산 농산물은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이유로는 쌀 이외의 품목에서 모두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았기 때문’이 가장 높아 여전히 일본 소비자들도 후쿠시마산 농축산물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원전사고나 오염수 방류 등의 키워드가 빠져있어 조사 대상자의 정확한 안전성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후쿠시마산 농축수산물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에게 좋은 참고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일본산 먹거리 수입에 대한 논의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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