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기획] ③ 국힘 종북몰이·민주 부화뇌동에… ‘여성농민 국회의원’의 꿈이 무너졌다

국힘엔 “철지난 종북몰이 음해”, 민주엔 “국민후보 자격 존중·보호해야”
정영이 후보·더민주연합 후보심사위·전농·전여농 ‘한목소리’ 비판 모아

  • 입력 2024.03.13 18:52
  • 수정 2024.04.25 15:32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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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지난 2018년 8월 '여성농민 8대 요구'를 내걸고 열었던 '2018 전국여성농민대회'에서 정영이 당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이 발언하는 모습.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지난 2018년 8월 '여성농민 8대 요구'를 내걸고 열었던 '2018 전국여성농민대회'에서 정영이 당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이 발언하는 모습.


더불어민주연합의 유일한 농민 출신 후보였던 정영이 구례군농민회장이 국민 비례대표 후보 자리에서 사흘만에 자진 사퇴했다. 최종 후보 4인 중 한 사람으로 선출된 직후 국민의힘 발 ‘종북몰이’가 시작되고 더불어민주당도 이에 부응하자 ‘정권 심판’이라는 이번 총선 야권의 목표를 우선한다며 용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농민 국회의원’을 간절히 바라던 농민들은 기성 정치권에 큰 분노를 표출했다.

정영이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진보당·새진보연합이 비례대표 선출을 위해 꾸린 더불어민주연합의 ‘국민후보 공개오디션’에서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과 함께 지난 10일 국민 비례대표 후보에 선출됐다. 종합평가 점수는 여성 2위였지만, 문자투표 항목에선 1위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정도로 농민들의 지지가 컸다.

그러나 여당이 성주 사드배치 집회 참가이력을 문제 삼고, 더불어민주당도 후보 재추천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보호를 포기하자 정영이 후보는 지난 12일 저녁 “여당의 치졸한 정치공세에 종북몰이의 빌미로 쓰여 윤석열정권의 폭정을 감추는 핑곗거리가 되느니 여기서 도전을 멈추겠다”라며 후보자격을 스스로 포기했다. 

정영이 후보는 사퇴의 변에서 “반평생 여성 농민과 더불어 살아온 삶이 부정당하고, 국민의 40%가 공감한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종북몰이의 희생양이 되는 작금의 현실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라며 “철지난 ‘종북 타령’ 없이는 말을 잇지 못하는 한동훈 위원장과 국민의힘의 저열한 인식에 대단히 참담한 심정으로, ‘518망언’, ‘난교 예찬’도 다양성이라고 포장하며 ‘동료 시민’ 운운하는 분이 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위헌 시민’으로 취급하는지 한심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정영이 후보는 국민후보 재추천을 요구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6.15선언과 4.27선언의 당사자인 두 대통령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활동조차 방어하지 못하고, 젊은 청년의 꿈마저 꺾었다”라며 유감을 표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농민 기자회견에서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왼쪽),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이 국민후보에 대한 색깔론 음해를 멈추라고 촉구하고 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농민 기자회견에서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왼쪽),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이 국민후보에 대한 색깔론 음해를 멈추라고 촉구하고 있다.

 

 

정 후보를 지지했던 농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정영이 후보가 농민운동을 위해 몸담았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은 13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외친 것이 종북인가’라며 비판했다. 전농과 전여농은 “윤석열정권이 고물가의 책임을 농민에게 덮어씌우고 수입으로 농민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상황”이라며 “그런 그가 성주의 농민들이 평화를 위해 저항하는 현장에 연대했다는 이유로 종북인사로 낙인찍혔다”라고 개탄했다. 

이어 “정영이 후보는 농민, 특히 여성농민 국회의원이 단 한명도 없는 현실에서 농민을 대변하고 이 나라 농업의 미래를 위해 국민후보로 나선 것”이라며 “약자의 편에 선 국민후보가 국회에 진출하는 것이 너무나 절실한 상황이다. 국민의힘과 일부 수구언론의 종북몰이로 훼손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지예 후보가 같은 이유로 함께 사퇴하고 임태훈 후보 또한 공격받기 시작하면서 선거연합의 취지와 국민후보제도의 정당성 모두 송두리째 흔들리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연합 국민후보 추천 심사위원회는 두 여성후보의 사퇴 직후 낸 성명에서 “‘오늘을 끝으로 더 이상 이런 치졸한 공세에 휘둘리지 말고 당당히 정권 심판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라는 정영이 후보 사퇴의 변을 깊이 새길 것을 촉구한다”라며 “더불어민주연합을 구성한 3개 정당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추천된 국민후보의 자격을 존중하고, 심사 절차와 결과의 독립성과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부당한 음해와 정략적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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