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부채가 짓누른 농민의 죽음

  • 입력 2024.03.10 18:00
  • 수정 2024.03.10 18:29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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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북 상주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던 농민이 농가부채의 고통 속에 시름하다 스스로 목숨을 저버린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 발생했다. 20대 후반부터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성실하게 살아왔던 농민이기에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농민으로서 꾸었던 꿈을 모두 펼쳐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상주 농민의 죽음은 벼랑 끝에 내몰린 한국농업의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번 죽음은 우리 주변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고, 한국농업이 직면한 위기에 더욱 경각심을 갖게 한다. 현장에서 농민이 짊어지고 있는 농가부채가 더 이상 농가 개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불가능한 수준에 직면했다는 사실도 말해준다. 빚을 내 농지를 얻고, 농기계를 구입하고, 또 각종 농자재를 구입하며 농사를 지어도 결국에는 제값에 팔지 못하면 이자도 갚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 지금 이 시간에도 농민의 빚은 하루하루 늘어만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계속해서 스마트팜, 규모화 중심의 농사를 권장하고 있다.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스마트팜을 만들고, 또 그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관리비와 생산비가 투입돼야 한다. 그 어마어마한 비용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농사를 지어 소득을 얻는다는 보장도 없으면서 빚내서 살아가는 삶을 부추긴다. 생산비 보장은커녕 빚만 늘어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청년농민이 스마트팜에 뛰어들면 억대농부가 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만 내보이는 무책임한 농정이다.

지금과 같은 농정의 방향에서는 농업이 더 이상 지속불가능하다는 것을 여기저기서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농협조합원의 신용불량자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과 농지담보대출 미상환 건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수치를 발표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기본 식량생산 수단인 농지를 담보로 한 대출을 갚지 못하면 농민은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농지담보대출의 미상환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든 농가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 2022년 미국 정부의 농민 보호정책 중 하나인 농가부채 탕감 사례를 살펴보자. 국가와 세계를 먹여 살리는 데 기여하고 있는 농민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농민이 처해있는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을 지원한 것이다. 농가부채 문제로 곤경에 처한 농민이 농업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농가부채 탕감의 주요 목적이다.

농민에게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농정이 돼야 한다. 농가부채 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정부 대책이 마련돼 이번과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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