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연이은 사건사고, 연초부터 ‘낯부끄럽네’

지역농협 후진적 사건 줄 이어

농협중앙회 관리감독 강화해야

  • 입력 2024.03.03 18:00
  • 수정 2024.03.03 19:1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역농협의 시대착오적인 갑질 행태가 올해도 연초부터 줄을 잇고 있다. 계속되는 사건사고와 사회적 지탄에도 조합장 등 농협 지도자들의 의식 각성은 요원하다.

지난달 중순, 세 건의 굵직한 지역농협 사고가 구설수에 올랐다. 시작은 경남 남해축협이었다. 남해축협 조합장 A씨는 직원들에게 상습적인 폭언·폭행·성희롱을 가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피해 직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공동대응을 할 정도로 그 정황이 광범위하고 심각하다.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만 8명이며 전체 여직원의 과반(6명)이 고소에 동참했다. 그간 불거져온 조합장 갑질 사고 중에서도 규모가 자못 큰 축에 속한다.

비슷한 시기, 동대구농협에선 조합원 협박 정황이 포착됐다. 동대구농협 조합장 B씨는 지난해 조합장 선거 당시 유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농협 간부 C씨가 핵심 증인인 조합원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종용하는 전화를 한 것이다. 특히 동대구농협 직원인 증인 아들의 거취 문제를 거론하는 등 종용을 넘어 협박의 소지까지 드러나고 있다. 선거법 위반도 중대한 문제지만, 그 이후 더욱 안타까운 모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동농협의 정치후원금 강취 의혹은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사건이다. 조합장 D씨 등이 직원들의 월급에서 10만원씩을 강제로 공제해 특정 정치인(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전달했다는 혐의다. 현재 강동농협과 전주혜 의원 모두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조합의 손실을 직원들로부터 부당 갹출해 메우는 사고들이 농협에서 종종 있긴 했지만, 이번 혐의는 그동안의 사고들보다도 비위도가 훨씬 중대하다.

최근 3년간 갑질·성추행·횡령 등 지역농협의 사건사고는 빈도를 더욱 늘려 가는 추세다. 농협중앙회가 매번 사고근절 캠페인과 예방시스템을 홍보하고 있지만 모든 게 무색한 지경이다. 당장 지난해 말 순정축협 조합장 폭행, 김포파주인삼조합 조합장 갑질 사건이 농협 조직에 경종을 울렸음에도 새해에 똑같은 혐의와 의혹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역농협에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농협중앙회의 관리·감독 부실’에 답답한 심정을 표출한다. 특히 조합장이 연루된 경우 농협중앙회는 수사기관으로만 공을 돌린 채 자체 감사활동을 뭉그러뜨리고, 혐의 확정 후에도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는 게 일반적이다. 심각한 갑질·성범죄를 저지른 조합장이 2~3개월 정직 후 돌아오거나 다음 선거에서 버젓이 당선돼 다시 피해자들의 상사로 군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정능력을 잃은 농협의 조직문화는 정상적인 사회와 격리되고, 그것이 사고로 표출됐을 때 정상적인 사회엔 더욱 큰 충격을 주게 된다. 이는 오는 11일 취임을 앞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당선인이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