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사과 가격은 비싸지 않다

  • 입력 2024.03.03 18:00
  • 수정 2024.03.03 19:17
  • 기자명 권혁정(경북 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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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정(경북 의성)
권혁정(경북 의성)

오랜 친구로부터 커피체인점 쿠폰을 생일선물로 받았다. 커피 두 잔에 1만원. 그런데 시골에는 그 유명한 체인점이 없다. 믹스커피를 즐겨 먹던 나는 ‘커피 값이 많이 비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 보도를 보니 커피 소비량이 한국이 전 세계 2위라고 한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1.4잔, 1년에 520잔을 마신다고 한다. 순간 단순하게 떠오른 생각은 ‘1인당 1년에 커피값으로 소비하는 금액이 100만원이 훨씬 넘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얼마 전부터 많은 언론이 ‘사과값이 비싸다.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다’, ‘사과는 왜 수입을 안 하나’ 등의 기사를 쏟아 내고 있다. 정말 사과값이 비싼 걸까?

사과 한 알이 커피 한 잔보다 저렴한데 왜 비싸다고 할까? 그래서 이래저래 자료를 찾아봤다.

지금으로부터 한 30년 전 즈음으로 돌아가 보자.

1993년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1,005원이었다. 2023년은 9,860원이다.

1993년 커피체인점 아메리카노 800원, 2023년 4,500원이다.

1993년 담배 1갑 200원, 2023년 4,500원. 짜장면은 1,500원에서 6,500원으로 올랐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3억원에서 36억원으로 올랐다.

1993년 쌀값은 80kg 한 가마 10만원, 2023년 16만원이다.

1993년 사과값은 1kg 2,000원, 2023년은 1kg 4,500원이다. 2023년산 사과가 기후위기와 자연재해로 수확량이 30% 급감하면서 현재 사과 소비자 가격은 1kg에 8,000원 정도다.

숫자 놀음을 보면 지금이 정상적인 가격이다. 최저임금부터 부동산 등 모든 물가가 적게는 5배, 많게는 수십 배 오르는 동안 사과값은 지난해까지 2배 올랐고 쌀은 1.5배 올랐다. 지금 사과 가격은 30년 전과 비교해 4배 올랐을 뿐이다. 과연 사과값이 천정부지로 많이 올랐다 말할 수 있는가?

30년 동안 인건비와 농약값, 비룟값도 5배에서 10배 가까이 올랐다. 생산비가 오르는데 농산물값만 제자리걸음을 하면 농민들은 어떡해야 하는가?

사과 수입을 왜 안 하냐고 언론에서 떠들어 댄다. 결론은 사과, 배 등 다년생 과수작물은 수입하면 안 된다.

1년생 작물은 매년 수급 상황에 맞게 더 심고 덜 심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과는 한번 심으면 최소 10년에서 20년까지를 경제 수명으로 본다. 지금 심으면 4~5년 후에야 제대로 수확을 할 수 있다. 한 해 수확량이 급감해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수입을 해 가격을 떨어뜨리면, 다음 해 수확량이 많아져서 가격이 폭락한다면 사과나무를 베어낼 것인가? 사과나무를 베어내고 생산 기반 시설이 무너졌을 때 수입 과일 가격이 급등하면 그때 또 사과나무를 심어서 5년을 기다릴 건가? 그 5년 동안은 비싼 수입 과일을 먹고만 있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동시에 겪고 있어 어쩌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손쉬운 수입이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을 할 수 있게 냉해 예방과 결실 안정화를 위한 지원 등 근본적인 대책으로 장기적인 수급 조절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값을 생각하면 사과는 비싸지 않다. 모든 농산물은 비싸지 않다. 오히려 더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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