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농소, 역경 딛고 새 도약할까

  • 입력 2024.03.03 18:00
  • 수정 2024.03.03 19:17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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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달 28일 가톨릭농민회 생명농업실천위원회 주최로 가농소 1차 실태조사가 진행된 가운데 경북 안동시 도산면 온혜리 가농소 축사를 가농 활동가들과 농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곡물사료 대신 축사 앞에 쌓여 있는 볏짚과 쌀겨 등이 담긴 포대가 눈길을 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8일 가톨릭농민회 생명농업실천위원회 주최로 가농소 1차 실태조사가 진행된 가운데 경북 안동시 도산면 온혜리 가농소 축사를 가농 활동가들과 농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곡물사료 대신 축사 앞에 쌓여 있는 볏짚과 쌀겨 등이 담긴 포대가 눈길을 끈다. 한승호 기자

 

 

일반 사육농가라면 축사 곳곳에 쌓여 있을, 사료업체의 이름과 상표가 찍힌 사료포대가 축사 내부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건 각종 톤백이며 자루, 고무통 등에 한가득 담긴 보릿겨·쌀겨·잡곡과 그 가루 등이다. 보통의 축사였다면 큰 소 서너마리는 들어가 있을 공간에 두 마리의 조그만 암소만 자리한 광경 역시 익숙지 않다. 트랙터가 자리한 퇴비사는 협소한 크기에도 별로 냄새가 나지 않고 색깔도 좋은 편이다.

글로 담은 ‘가농소’ 사육농가 이태식씨가 돌보는 축사의 모습이다. 이곳의 소들은 배합사료가 아닌 유기농사부산물을 주로 섭취한다. 그 소똥은 이씨의 노동과 함께 양질의 퇴비로 변하고 이는 다시 논밭의 유기농사를 위해 쓰인다. 이 같은 순환고리를 지지하는 소비자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는 그 생산비를 보장하는 가격에 고기를 구매함으로써 사육을 지원한다. 이 일련의 과정은 가톨릭농민회(가농)가 실천을 다짐하고 있는 ‘생명농업’의 기조가 많은 고민 속에 축산업의 형태로 발현된 결과다.

가농소의 사육현장엔 우리 축산업이 맞닥뜨리고 있는 모든 현실적 문제, 그리고 그 원론적 해결 방안이 함께 녹아있다. 탄소중립 실현 및 경축순환의 유지에 큰 중점을 둔 양질의 퇴비생산부터 소비자 직거래를 통해 생산비를 보장하는 유통방식까지. 비록 산업에서 주류로 취급되진 않을지언정 방향성만큼은 누구나 ‘바람직하다’고 인정하는 내용들이다. 정부나 지자체 또한 친환경안전축산직불·축산물직거래활성화사업·경축순환농업단지조성 등 몇몇 농업정책이나 지원사업을 마련함으로써 최소한 취지에는 동의했던 개념들이다. 여기에 확실한 생산비를 보장하는 구체적 장치 등 농민들의 요구는 높으나 제도적으로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 요소들 역시 핵심으로 함께 자리하고 있다.

우리 농업·유통구조의 고질적 문제를 안은 채 요동치는 생산 물가까지 감당해야하는 지금의 현실 속에 경축순환과 생태보전, 동물복지까지 신경 쓰며 축산 영농을 이어 간다는 건 보통의 의지와 신념을 갖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농민들 사이에서도 변화하는 산업여건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이 늘면서, 안타깝게도 가농소를 사육하는 농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소들이 먹을 유기농사부산물은 농민들이 백방을 발로 뛰어도 구색을 갖추기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관행농가들조차 고민거리 삼는 조사료 수급의 어려움은 더 설명이 필요 없는 부분일 것이다.

가농소의 사육이 처음 시도된 지 벌써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분명한 한계를 확인했지만, 가장 강력한 경축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여기에 소비자가 함께 참여했다는 의의 역시 깊었다. 가농소 탄생 20주년을 맞아 가농은 지난달 28일 경북 안동에서의 사육실태 조사를 필두로 올해 상반기 동안 깊은 논의를 지속하고, 사육방침에 있어 새로운 대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에 발맞춰 이번호 <한국농정>은 아직 독자들에게 생소할 가농소의 현주소를 심층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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