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러시아로 날아간 북한 농업과학원장

  • 입력 2024.03.03 18:00
  • 수정 2024.03.03 19:18
  • 기자명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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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지난 2월 조선중앙통신은 김광욱 농업과학원장을 단장으로 한 농업기술대표단의 러시아 방문기사를 보도했다. 한 문장짜리 단신 기사에 불과하지만 북한과 러시아가 농업부문으로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기사다.

2023년 북한연구학회 동계학술회의에서는 북한의 농업과학기술을 다룬 흥미로운 연구논문 2편이 발표됐다. 북한은 해마다 ‘2.16과학기술상’을 시상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23년까지 선정된 118건(언론보도 기준)의 과제 중 농축수산부문 관련 주제는 17건으로 에너지부문 19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빈도를 보여주고 있다. 2.16과학기술상은 2004년부터 매년 시상하고 있는 북한 과학기술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이다. 또 다른 논문은 북한의 과학기술 저널인「생물학」을 분석한 연구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총 2,497편의 연구논문이 발표됐는데, 농림수산식품분야가 1,679편(67%)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생명과학분야가 556편(22%), 보건의료분야가 259편(10%)으로 뒤를 잇고 있다. 농업부문에서는 곡물육종/종자관리 181건, 남새버섯특용작물 154건, 축산부문에서는 수의방역 203건, 종자육종 98건 등이다. 아울러「생물학」은 1960년에 창간한 북한 유일의 생물학분야 계간 학술지다.

북한의 이러한 농업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은 국가정책으로 반영되고 있다. 2023년 농업연구원을 농업과학원으로 격상하고 농업부문의 과학기술연구를 독려하고 있다. 최근 농업과학원이 추진하고 있는 부문별 연구과제는 △육종 △연구소건설 △영농기술 △비료 등 다양하다.

먼저 주요 식량작물인 밀, 옥수수, 감자, 벼 등의 육종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과제는 생산성 높은 밀 품종 개발이다. 2022년 이후 재배면적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밀 농사는 생산량을 높여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밀 재배기술이 익숙지 않고 종자 역시 부족하지만 시장과 주민들의 수요는 매우 높기 때문이다. 농업과학원 산하 부문별 연구소 개건 및 건설도 주요 과제다. 농업화학화연구소, 농업생물학연구소, 농업토지자원연구소, 간석지연구분소, 잠학연구소, 가금연구원 등이 주요 대상이다.

2023년 북한은 또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과학농사추진조를 구성했다. 농업과학원 산하 연구소와 대학의 농업 관련 연구소 그리고 지역별 농업기관이 망라된 추진조는 영농기술 개발 및 보급은 물론 연구원들을 지역에 파견해 농사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주요 영농기술은 재해성 이상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품종 선정, 농작물 병해충 식별지원체계, 작물용 지효성비료, 영양강화제, 제초제, 살충제 등의 생산능력 강화 등이다. 한편, 국가과학원도 새로운 화학비료, 가스화기술, 지능형 통합 생산체계 등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칼륨비료 연구는 신규연구과제로, 인비료는 생산량을 확대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질소비료 중심의 비료공급체계를 질소-인-칼륨 복합비료공급체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인비료의 생산능력 확대와 칼륨비료 생산기술 및 시설 도입이 시급하다. 북한은 그동안 석탄가스화 공법으로 질소비료를 생산해왔는데 생산성이 높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 중이고, 건설 중인 강동남새온실농장과 같은 대규모 재배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지능형통합생산시스템 개발도 주요 연구과제다.

이처럼 북한의 농업과학기술을 책임지고 있는 농업과학원장을 단장으로 한 농업기술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한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밀 수출국이자 질소와 칼륨비료 최대 수출국이다. 밀 종자, 화학비료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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