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농협 ‘출하장려금’ 논란 격화

도매시장에서 받은 출하장려금

농가에 전달 않고 농협이 차지

농민들, 농협 앞 기자회견 개최

  • 입력 2024.02.25 18:00
  • 수정 2024.03.03 19:3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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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남 광양에서 농협을 상대로 한 농민들의 출하장려금 환수 투쟁이 한창이다. 지난 22일 광양농협 앞에서 전농 광전연맹의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 중이다. 임순만 기자
전남 광양에서 농협을 상대로 한 농민들의 출하장려금 환수 투쟁이 한창이다. 지난 22일 광양농협 앞에서 전농 광전연맹의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 중이다. 임순만 기자

전남 광양의 농협 출하장려금 논란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의장 윤일권, 전농 광전연맹)은 지난 22일 광양농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양지역 6개 농협을 대상으로 하는 출하장려금 환수 투쟁을 본격화했다.

출하장려금은 도매시장 경매회사인 도매시장법인들이 출하자에게 지급하는 돈이다(가락시장 기준, 경락가의 0.6% 이내). 농협이 농민들의 농산물을 모아 대리출하할 경우 출하장려금은 농협으로 일괄 지급되고, 대다수의 농협은 이를 농민 개개인에게 전달한다.

광양에서 출하장려금 논란이 불거진 건, 농협들이 이를 농민들에게 전달하지 않거나 일부만 전달한 채 자체수익에 산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례 구조상 위법성을 따지긴 모호하지만 농민에게 봉사하는 조직으로서의 도의적 문제, 그리고 타지역 농협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최근 발족한 광양시농민회(회장 유영준)가 이를 공론화했음에도 개선의 움직임은 없었고, 이에 전농 광전연맹 차원에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50여명의 농민이 참여한 22일 기자회견은 사실상 집회의 성격을 띠었다.

농민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고환율·고금리·고물가로 농민들이 거의 파산지경인데 광양지역 농협들은 농민에게 지급돼야 할 출하장려금을 가로챘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여러 차례 농협 관계자와 만나고 시정을 촉구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며 농협에 △최근 10년 출하장려금 내역 공개 △공개 사과 △출하장려금 즉시 지급을 요구했다.

윤일권 전농 광전연맹 의장은 “다른 지역은 다 농민에게 지급하고 있는 걸 광양만 유달리 그러지 않고 있다. 광양의 애호박 농가들은 규모가 커서 한 농가가 출하하는 게 연간 1억원 단위다. 출하장려금을 0.5%라고만 쳐도 50만원이고 10년이면 500만원을 받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참에 출하장려금 문제를 전반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타지역에서도 농협이 공선하거나 순회수집해 농협 이름으로 위탁출하하는 물량은 출하장려금을 농협이 취해도 된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 역시 농민들에게 주는 것이 장려금 취지에 맞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일권 전농 광전연맹 의장(가운데)과 유영준 광양시농민회장(오른쪽)이 기자회견 직후 신종영 광양농협 상무(왼쪽)에게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임순만 기자
윤일권 전농 광전연맹 의장(가운데)과 유영준 광양시농민회장(오른쪽)이 기자회견 직후 신종영 광양농협 상무(왼쪽)에게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임순만 기자

기자회견뿐 아니라 광양에선 이 문제에 대한 농민-농협 갈등이 다방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농민들이 “농협이 수십년째 출하장려금을 착복했다”는 현수막을 시내 곳곳에 걸자 농협은 광양시에 민원을 넣어 게시를 저지했다. “출하장려금을 지급하면 농협의 각종 지원사업이 없어질 수 있다”는 농협의 항변은 농민들을 더욱 자극했으며, 농협 일각에선 공공연히 법적 대응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광양시농민회는 출범 이래 첫 투쟁인 데다 농민들의 소득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이 문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영준 광양시농민회장 역시 “지금 우리 농업은 ‘농민3법’ 등 중요한 투쟁 사안들을 앞두고 있다. 농협과 농민은 손잡고 목소리를 모아야 할 동반자다. 출하장려금을 농민에게 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 만큼 이 문제를 확실히 해결한 뒤 농협과 힘을 모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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