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 출하장려금, 농협 몫? 농민 몫?

광양 농민들, 농협 상대로 출하장려금 반환 투쟁 전개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 출하장려금도 당연히 농민 몫”

  • 입력 2024.01.07 18:00
  • 수정 2024.01.07 18:2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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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남 광양에서 도매시장 출하장려금 논란이 불거졌다. 지역농협들이 영업외수익으로 챙기고 있는 출하장려금에 대해 농민들이 반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출하장려금은 도매시장 내 경매회사인 ‘도매시장법인’들이 출하 독려를 위해 출하자들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지급 한도는 도매시장마다 다르지만, 대표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의 경우 ‘도매시장법인 위탁수수료 수익의 15%’다(서울시 조례로 규정). 농산물 경락가를 기준으로 따지면 0.6%에 해당한다. 가령 농산물이 1만원에 낙찰되면 도매시장법인은 출하자로부터 위탁수수료 400원(4%)을 징수하고, 60원(0.6%) 한도 내에서 얼마간의 금액을 출하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문제는 농협이 조합원들의 출하를 대행해주면서 발생한다. 농민들이 재배해 수확했고 도매시장에서도 농민 개개인의 이름으로 송품장 접수와 경매가 이뤄지지만, 출하장려금은 대행주체인 농협에 일괄 지급된다. 소규모 영농조합·농업법인이라면 조직 운영비로 충당해도 큰 문제될 게 없지만 농협은 자금 및 사업규모가 기업 수준에 해당한다. 연간 출하장려금 수령액은 억대에 달하며 조합원 개개인이 농협의 사업에 관여할 수 있는 영향력이 극히 미미하다.

사실 이 논란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과거부터 몇몇 지역에서 농민-농협 간 국지적인 다툼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대다수 지역의 농협들이 출하장려금을 농민들에게 돌려주고 있는 분위기다. 논란이 깔끔하게 해결된 건 아니다. 농협의 시각에서 볼 때 ‘출하’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건 농민이 아닌 농협이고 출하장려금에 대한 처리 규정이나 지침도 전무하다. 농민들에게 돌려주지 않아도 법제도적으로는 하등 문제될 게 없지만,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 ‘조합원 환원’의 원칙을 우선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광양시농민회(준)가 도로변에 게첨해 놓은 현수막. 광양 농민들은 농민회 창립과 함께 농협 출하장려금 환수 투쟁을 중점 사업으로 전개하려 하고 있다. 광양시농민회(준) 제공
광양시농민회(준)가 도로변에 게첨해 놓은 현수막. 광양 농민들은 농민회 창립과 함께 농협 출하장려금 환수 투쟁을 중점 사업으로 전개하려 하고 있다. 광양시농민회(준) 제공

광양은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다른 지역보다 조금 늦었던 걸로 보인다. 광양시내 6개 농협·원협 중 출하장려금 ‘일부’를 농가에 지급해온 곳은 있지만 온전히 지급해온 곳은 한 곳도 없다. 농민들도 내용을 모르고 있다가 근래에 타 지역과의 차이를 인지하고 농협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개혁적 농민운동 조직인 농민회가 광양에 들어서면서 이 문제를 중대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광양지역 농협들은 타 지역 사례를 수집하며 개선을 고민하고 있지만, 대체로 수익 감소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A농협 관계자는 “출하장려금을 10이라 보면 난방, 토양개량제, 자재 등 농협이 농가에 환원하고 있는 게 100은 된다. 전체 환원사업을 보지 않고 출하장려금 하나만 갖고 얘기하시니 곤란하다”며 야속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출하장려금이 명목 그대로 농민에게 전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영준 광양시농민회(준) 회장은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이 없으면 농협이 존재할 수 없다. 농협에게도 농민에게도 엄청난 돈은 아니지만 지역 농민들이 지금껏 받아야 할 혜택을 한 번도 못 받은 것이다. 다른 환원사업과 섞지 말고 ‘출하장려금’이란 명목을 확실히 해서 전달해야 농민들이 무슨 돈인지 그 내용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일권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의장 또한 “농민에게 줘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해도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얘기다. 시농민회의 문제제기에도 아직 농협의 반응이 없는데, 향후 기자회견 등으로 문제를 본격적으로 끌어올려 대응할 것”이라며 힘을 싣고 있다.

출하장려금을 농가에 지급하는 것이 도의나 양보가 아닌 ‘당위’의 영역이라는 시각은 도매시장 내에도 팽배하다. 가락시장 관리공사 관계자는 “경매가 개별 농민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상 출하장려금은 상품에 대한 장려금이며, 농협은 농민들에게 이를 전달해 줘야 한다고 본다. 더욱이 농협이 공짜로 출하를 대행해주는 것도 아니고 출하자들로부터 선별수수료와 출하대행수수료를 다 징수하지 않나”라고 견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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