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은행 ‘재해 지원 대상 산정 방식’ 오류

이모작 구분 없이 경작면적 조사해 피해율 30% 확인
지자체 조사서 30% 넘어도 농지은행 지원에선 제외돼

  • 입력 2024.02.09 12:00
  • 수정 2024.02.11 18:45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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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해 7월 집중호우에 이은 침수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전북 익산시 용동면 구산리 들녘에서 한 농민이 모내기를 다시 하고 있다. 사진 앞쪽은 침수 피해가 발생한 논의 모습.한승호 기자
지난해 7월 집중호우에 이은 침수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전북 익산시 용동면 구산리 들녘에서 한 농민이 모내기를 다시 하고 있다. 사진 앞쪽은 침수 피해가 발생한 논의 모습.한승호 기자

 

지난해 여름철 전국을 휩쓴 폭우·홍수로 피해를 본 농가 중 적지 않은 수가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관리원의 ‘자체적인 피해율 산정 방식’으로 원금 상환기한 연기 등 마땅히 받아야 할 재해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어촌공사가 농가 단위 피해율(피해 당시 농작물 재배면적 중 수확할 수 없는 환산면적)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이미 수확이 끝난 동계작물까지 경작면적으로 포함해 피해율이 낮아져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방자치단체 조사 결과 피해율이 30% 이상 나왔음에도 겉보리·사료작물 등을 이모작 재배하기 위해 농지를 임차한 농민 등은 농지은행의 재해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지난해 7월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는 김상범 익산친환경농민협동조합 이사장은 “지자체 조사 결과 피해율이 30%를 넘었음에도 겉보리와 이탈리안라이그라스 등 동계·사료작물을 이모작 재배한 농민들은 농지은행서 원금 상환연기 등의 피해 지원을 받지 못했다. 농어촌공사가 경영체등록확인서상 실경작면적을 기준으로 피해율을 계산했기 때문이다”라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조사료 생산 확대 목적으로 추진 중인 조사료 생산기반 확충 사업의 사일리지 제조·운송비를 지원받으려면 단 몇 개월간 사용하는 임차농지라도 경영체등록확인서에 해당 필지를 등록해야 하는데, 그게 발목을 잡아 피해율이 기준에 못 미치게 된 것이다. 익산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든 동계작물과 조사료 이모작 농민 모두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 수 있다. 선의의 피해자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이사장에 따르면, 지역 내 대다수 농민이 극심한 피해에도 농지은행의 재해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실정이다. 김 이사장은 “농업경영체등록확인서에 동계·하계 구분이 안 돼 있다 보니 이미 수확이 끝난 동계작물까지 하계작물 재해 피해 산정과정에 포함된 거다”라며 “농업경영체등록확인서에 작목을 구분하는 등의 개선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만난 익산시의 한 농민은 “지자체 조사 결과 피해율이 30% 이상이었는데, 농어촌공사 농지은행에선 경영체등록확인서를 기준으로 경작면적을 따져 피해율이 30%가 안 됐다. 동계작물 재배를 위해 임시로 임차한 농지였고 조사료 수확 이후 지주가 직접 이앙까지 마친 필지였는데 수해 이후로도 해당 농지가 경영체등록확인서에 올라와 있다 보니 재해로 농지은행 원금 상환기간 유예 등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됐다”며 “농사지으며 농지은행 이용 안 하는 농민이 없고, 폭우로 온전히 농작물 수확을 못 한 상황이다 보니 상환연기 등의 지원은 농민에게 굉장히 절박한 요소다. 지자체와 다른 농어촌공사의 피해율 산정 방식 때문에 지원 대상서 제외돼 추가로 대출까지 받아가며 농지은행에 돈을 갚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공사 농지은행관리원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피해조사를 했더라도 그 결과를 공사에서도 검토해봐야 하는 만큼 농업경영체등록서 상 경작면적을 기준으로 피해율을 산정한 것이다. 현장 농민들이 주장한 것처럼 이모작의 경우 모수 발생 여지가 확인돼 올해부턴 피해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피해율을 산정하되 지자체 조사 결과를 인용할 예정이다”라며 “동계작물 피해율 산정부터 소급 적용하되, 지난해 수해의 경우 규모가 워낙 크고 지원 대상에 추가할 수 있을지 확인할 방법도 마땅치 않아 소급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파악된다”고 답했다.

한편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측은 “익산시를 비롯해 지역 내 이모작 농민이 많은 점 등을 고려해 추후 지원 대상서 제외된 피해 농가 현황과 규모를 파악해볼 예정이다. 이후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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