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회장 교체 직전 ‘알박기 인사’ 괜찮나

3월 회장 이취임 앞두고 1월 대대적 인사교체

신임 중앙회장 첫해는 전임 회장 측근과 함께?

  • 입력 2024.01.28 18:00
  • 수정 2024.01.28 20:1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중앙회장 교체 시기가 돌아오자 ‘알박기 인사’ 이슈가 고개를 들고 있다. 회장 교체 직전에 대규모 인사교체가 이뤄지는 데 대한 문제 제기다.

지난 25일 선출된 제25대 농협중앙회장은 오는 3월 농협중앙회 정기총회 직후 임기를 시작한다. 문제는 농협중앙회의 정기인사가 연말연초에 이뤄진다는 것이다. 신임 회장이 취임하기 불과 2개월여 전이다.

농협중앙회는 물론, 경제·금융지주와 그 자회사들에 이르기까지 범농협 임직원 인사에 중앙회장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신임 회장 취임 시점의 농협 임직원들은 임기를 1~2년이나 남겨둔, 전임 회장의 코드인사일 개연성이 크다.

이는 중앙회장 교체 시기마다 불거지는 농협의 고질적인 논란거리다. 신임 회장 부임 후 어느 정도 인사개편을 단행하긴 하지만 전면적인 수술까지는 힘든 게 사실이다. 일각에선 “농협중앙회장 임기는 실질적으로 2년차부터”라는 조소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업무효율 문제를 떠나서라도, 연봉 수억원에 달하는 고위 임직원 자리에 알박기 인사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그림은 아니다.

농협중앙회 직원 A씨는 “신임 회장이 인사개편을 하려 해도 대상자가 사임 않고 버티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4월 이사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변수가 많은지라, 이런 상황에서 신임 회장이 인사를 크게 흔들면 저항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정기인사에서도 농협중앙회는 여느 때처럼 광범위한 인사를 진행했다. 상무급 집행간부와 본부장들이 대대적으로 자리를 옮겼고, 중앙회·지주회사의 일부 계열사 대표들도 명패를 바꿨다. 오는 3월이면 경제지주·상호금융 대표와 전무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는데,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면 이들 역시 현 중앙회장의 손으로 뽑을 가능성이 있다.

중앙회장이 실질적으로 과도한 인사권을 행사한다는 것부터가 농협을 병들게 하는 요인이지만, 회장 교체 시기의 알박기 인사는 이같은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불합리 속의 불합리’라 할 수 있다. 중앙회가 자체규정 개정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회장의 ‘인사 영향력’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정부·국회 등 외부의 손길이 있어야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문제다.

본지에 이 문제를 가장 강하게 호소한 건 의외로 ‘농협대학교’였다. 농협대학교엔 지난 1일 손병환 전 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가 총장으로 부임했다. 손 총장은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킨 이석준 현 농협금융지주 대표에게 밀려 금융대표직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남다른 신임을 받아온 인물로 꼽힌다.

농협대학교 재학생 B씨는 “농협중앙회장은 학교법인 농협학원의 당연직 이사장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책임자다. 이성희 회장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상태에서 학교에까지 이런 식으로 알박기 인사를 하니, 학생들이 뭘 보고 배울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