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다시 만날 결심

  • 입력 2024.01.07 18:00
  • 수정 2024.01.07 18:28
  • 기자명 염규현 통일디자인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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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규현통일디자인연구소 연구원
염규현통일디자인연구소 연구원

 

갑진년 새해 벽두부터 남북관계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12월 31일 보도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내용 때문이다. 장기간 이어진 남북 갈등 구도 속에서 긍정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것임은 이미 예상했지만, 그 수위는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었다. 남북관계가 “더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는 선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앞으로 언제가 돼도 통일은 이룰 수 없으며, 과거의 남북관계를 냉철히 분석하고 대남부문에서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하겠다는 것은 북한이 우리와 확실히 ‘헤어질 결심’을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지금까지 보여준 말과 행동에 따르면 그렇게 보인다.

새해 들어 이러한 북한의 선언 분석과 향후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전문가들은 모두 올해 남북관계가 지난해보다 더욱더 어려워질 것임을 예상했다. 이제 상시적인 군사충돌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리고 북한 지도자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현 남북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은 힘들다고 내다봤다.

9차 전원회의를 통해 북한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3차년도였던 2023년, 12개 주요 산업 부문(12개 중요고지)의 생산목표를 대부분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중 가장 강조한 성과가 바로 알곡(식량작물)이다. 애초 목표한 생산량을 103% 초과 달성했다며 ‘전반적인 경제발전과 인민생활보장에서 결정적 의의를 가지는 지배적 고지인 알곡생산목표를 넘쳐 수행한 것’을 ‘2023년도 경제사업에서 달성한 가장 귀중하고 값비싼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30만정보 간석지 개간 목표 달성을 위한 토대 마련, 광천 닭공장, 사리원시와 해주시·남포시의 밀 가공공장 등을 성과로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 초부터 알곡생산을 12개 목표 중 최우선으로 정하고 인적, 물적 자원을 집중 투입했고, 전년도(2022년)에 비해 비교적 양호했던 기상여건 등으로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농촌진흥청은 북한이 지난해, 2022년보다 약 7% 증가한 482만톤의 식량작물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중국,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곡물까지 합하면 약 510만톤 정도가 된다. 전문가에 따라 생산량이 실제보다 너무 적게 추정됐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세계식량기구(FAO)는 북한이 이른바 풍작을 거뒀다 해도 여전히 87만톤가량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FAO는 2007년부터 2023년까지 17년째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 필요국’으로 지정해왔다.

이처럼 북한은 식량과 주택 건설 등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군사적 개발 목표까지 대부분 달성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재설정하려는 것일까. 이른바 신냉전과 국제질서의 다극화 흐름 속에서 한·미·일 협력 구도에 맞서 북·중·러 협력강화를 통해 현재의 냉전적 갈등 구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계산일까. 그리고 그러한 흐름 속에 남한을 더이상 상대할 필요가,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그렇다면 북한의 헤어질 결심에 대해 우리는 어떤 결심을 해야 할까. 북한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대화를 제의할 때까지 강대강의 원칙을 고수해야 할까. 북한의 군사고도화에 맞서 우리도 첨단무기를 더욱더 많이 수입해야 할까. 북한이 도발하면 괴멸시키겠다는 위협만으로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매서운 추위가 지나면 다시 이 땅에는 새싹이 돋아나고 새로운 결실을 맺기 위해 남북의 농부들은 땀 흘릴 것이다. 부디 남북 당국 모두 전쟁과 죽음의 언사에서 벗어나 공존과 생명의 자세로 돌아오길 바란다. 전쟁을 원하는 이들은 이 땅에 없다. 통일을 포기하고 각자 알아서 그리고 서로에게 총칼을 겨누며 살아가자는 것은 남북 모두 지옥으로 가자는 것과 같은 말이다. 헤어질 결심보다 ‘다시 만날 결심’이 필요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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