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지원농업으로 친환경농민과 소비자가 만나다

친환경자조금 공동체지원농업 활성화사업 참여한 논산청년농부영농조합의 2023년

  • 입력 2023.12.17 18:00
  • 수정 2023.12.17 18:52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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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짓는 농사가 ‘아스팔트 농사’ 외에 또 있다. 바로 공동체지원농업(CSA, 공동체지지농업이라고도 부름)이다. 공동체지원농업은 농민이 친환경농사 등을 통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함으로써 소비자를 지지하고, 소비자는 그 먹거리를 일상적으로 소비함과 함께 농민들이 벌이는 각종 ‘재미진 일’에 동참하며 농민을 지지함으로써 이어지는 농업이다.

공동체지원농업 사례 중 하나로, 최근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주형로, 친환경자조금)가 지역 청년농민들과 함께 진행한 ‘공동체지원농업 활성화사업(활성화사업)’ 과정에서 어떤 ‘지원활동’들이 벌어졌는지 살펴보자.

충남 논산시의 청년농민 30여명이 모여 설립한 논산청년농부영농조합법인(대표 윤현수, 논산청년농부)은 딸기·엽채류·방울토마토 등 다양한 친환경농산물을 재배하는 청년농민들이 모인 영농조합이다. 올해 4월부터 활성화사업에 참여한 논산청년농부는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들을 많이 만났다.

첫째로 논산청년농부와 논산시어린이집연합회가 만나 업무협약을 맺은 걸 꼽을 수 있다.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제공할 먹거리를 지역 청년농민이 생산한 농산물로 구성해 보자’는 양측의 뜻이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논산청년농부는 어린이집 원아와 학부모, 교사 등을 대상으로 ‘친환경 머그컵 화분 만들기’ 활동을 진행하며 친환경농업의 기초를 맛보게 했고, 논산청년농부 회원들이 생산한, 못난이농산물이 포함된 친환경농산물을 판매하기도 했다.

논산청년농부는 어린이집 관계자뿐 아니라 다양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못난이농산물 체험·홍보 활동을 벌였는데, 이 못난이농산물 중 다수는 지난 7월 중순의 수해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농산물들이었다. 논산은 충남지역에서 청양·부여 등지와 함께 가장 큰 수해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로, 논산청년농부 회원 중 저지대에서 농사짓던 이들 다수도 하우스 작물이 물에 잠기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이에 논산청년농부는 활성화사업을 통해, 수해와 이상기후로 피해입은 농산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들이 접하게 하고, 비록 생산물이 ‘못난이’ 소리를 듣지만 친환경 건강 먹거리로서의 가치는 잃지 않았음을 알렸다.

지난 8월 7일 충남 논산시 노성면 `베릴리 농장'에서 논산청년농부영농조합법인·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가 어린이집 교사 등을 대상으로 벌인 농장잔치. 이날 참가자들이 수해로 상품성이 없는 블루베리를 활용해 만든 간식을 고르고 있다. 논산청년농부영농조합법인 제공
지난 8월 7일 충남 논산시 노성면 `베릴리 농장'에서 논산청년농부영농조합법인·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가 어린이집 교사 등을 대상으로 벌인 농장잔치. 이날 참가자들이 수해로 상품성이 없는 블루베리를 활용해 만든 간식을 고르고 있다. 논산청년농부영농조합법인 제공

일례로 지난 8월 7일 논산시 노성면 ‘베릴리 농장’에서 논산청년농부·친환경자조금이 어린이집 교사 등을 대상으로 벌인 농장잔치에선, 장기간의 호우로 품질이 저하된 블루베리(열과, 무른 과일, 과피 불량 상태의 과일 등)를 사용해 케이크를 만들고, 블루베리를 곁들인 다과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논산청년농부는 친환경자조금과의 공조하에, 판매가 어려운 ‘못난이 수박’을 저렴한 가격에 직거래로 판매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논산청년농부는 소비자들이 친환경농산물과 만날 다양한 접점을 만들었는데, 대표적으로 ‘옥수수 미로’ 운영 사례를 들 수 있다. 논산청년농부 회원의 옥수수밭에 조성한 미로를 참가자들이 빠져나오면, 그 밭의 갓 딴 옥수수로 만든 팝콘을 포상으로 주는 행사였다.

논산청년농부와 친환경자조금의 활성화사업과 별개로, 그러나 사실상 연동해서 진행한 또 다른 사업은 ‘텃논 조성 및 운영지원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학교 또는 어린이집 등에서 텃논을 만들고, 학생·원아들이 친환경농사를 체험하면서 그 가치를 알아가도록 하는 사업이다. 올해 논산청년농부는 지역 내 학교·어린이집 등 총 14군데에서 텃논 조성활동을 벌였다.

논산청년농부 회원 김태동씨(전 대표)는 “텃논 활동 과정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식물이 생장하도록 하는 세균인 ‘시아노박테리아(엽록소를 가지고 광합성을 하는 세균)’에 대해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어려워하는 내용이지만 그래도 학교마다 한두 명씩은 시아노박테리아를 아는 학생이 있더라. 몰랐다가 새로이 알게 된 학생들도 집에 가서 식물 생장 과정을 스스로 찾아보기도 했는데, 그러한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라며 “식물을 가꾸는 농업이야말로 지구를 살리는 일이라는 점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밝혔다.

올 한 해, 논산청년농부는 친환경자조금과의 공동체지원농업 활성화사업을 통해 무엇을 얻었을까? 김태동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활성화사업 참여로 내년엔 논산청년농부가 뭔가를 스스로 할 수 있는 기반은 충분히 마련한 듯하다. 우리가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등을 소비자들이 알게 됐고, 그들과의 유대가 예전보다 강해졌다. 이러한 유대관계를 기반으로 뭔가 시도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는 점이 가장 큰 자산이다. 이 자산을 통해 내년에 논산 청년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먹을 소비자의 범위를 더 확대하고, 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친환경농사에 뛰어드는 청년도 늘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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