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세 대파수입·수입대파 상장경매 중단하라!”

겨울대파 주산지 전남 진도·신안·영광 농민들, 지난 15일 우중 총궐기
제주품목별생산자단체연합회도 합세 … 농식품부·가락시장서 연속 집회

  • 입력 2023.12.16 14:48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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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수확철 무관세 대파 수입도 모자라 수입된 대파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서 상장경매되자 주산지 농민들이 결국 총궐기에 나섰다.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대파 생산 농민 약 80여명이 대파수입 중단을 촉구 중인 모습.
수확철 무관세 대파 수입도 모자라 수입된 대파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서 상장경매되자 주산지 농민들이 결국 총궐기에 나섰다.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대파 생산 농민 약 80여명이 대파수입 중단을 촉구 중인 모습.

 

본격적인 겨울대파 수확기에도 물가안정이란 명분을 앞세워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국산 대파를 무관세로 수입하고, 수입된 대파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서 상장경매되기까지 하자 주산지 농민들이 결국 총궐기에 나섰다. 지난 15일 전남 진도군과 신안군 임자·자은면, 영광군 백수·염산면 대파 재배 농민을 비롯해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배추·무·양파·마늘·브로콜리·당근·양배추 등 7개 품목을 재배하는 품목별생산자단체연합회 소속 농민 등 약 80여명은 쏟아지는 겨울비에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과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상경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농민들에 따르면 겨울대파 시장가격이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 2,000톤의 대파가 무관세로 수입된 데 이어 물량 대부분이 가락시장서 상장경매돼 본격 출하 중인 국산 겨울대파 가격이 급락 중인 상황이다. 농민들은 그간 수입대파가 가락시장에 출하되긴 했어도 정가수의매매 형태로 거래돼 국산대파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나, 최근 유례없는 상장경매로 농민들의 수취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에 농민들은 △무관세 대파수입 중단 △수입대파 시장경매 중단 △대파 계약재배 기준단가 인상 △대파 비경매품목 지정 △출하선택권 보장을 위한 시장도매인제 도입 등을 촉구했다.

먼저 곽길성 전남겨울대파협의회준비위원장은 “윤석열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깐마늘을 대거 들여왔고 올해는 수확기에 135% 관세를 50%로 줄여 양파 9만톤을 수입했다. 이밖에도 최근 대파를 비롯해 온갖 농산물을 수입해 들여와 놓고선 물가를 안정시켰다고 자랑을 하고 있다”며 “농가소득은 안중에도 없이 기획재정부 말만 따르며 물가안정을 최우선하는 농림축산식품부는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과로 그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일갈했다.

김정원 신안 임자 대파연구회장 역시 “정부가 수입의 빌미로 떠드는 대파가격은 겨울대파 출하 전 여름철 수해로 제대로 성장을 못해 출하 물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했고 그 여파로 잠시동안 오른 것에 불과하다. 대파가격이 폭등했다며 무관세로 수입산을 들여오고 있는데 시간당 100mm 폭우에도 밭에 나가 농사지어 출하를 앞둔 겨울대파는 일주일 만에 1kg 3,000원에서 2,000원 아래로 뚝 떨어졌고 수입업자들은 무관세 수입을 빌미 삼아 수입 물량을 늘리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면서 “이대로면 올해 겨울대파 가격은 불 보듯 뻔하고, 봄철 폐기도 불가피하다. 농식품부는 현장에 와보지도 않고 탁상에 앉아 물가 운운하며 농산물만 희생시키는 짓을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학종 제주품목별생산자단체연합회장도 투쟁사를 통해 “우리 농민들은 농산물을 생산해 국민 건강 확보에 이바지하고 있지만, 가격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하락의 주범은 수입농산물이며, 공범은 수입을 방관·방조한 농림축산식품부에 있다”며 “농업·농촌·농민 보호에 앞장서야 할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물가 얘기만 하고 있고,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정부가 앞장서 수입을 하는 탓에 인천 보세창고에는 수입 양배추, 무, 비트, 브로콜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게다가 PLS 도입 이후 농민들의 농약은 철저히 관리하면서 수입 농산물은 약품 표시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농식품부는 국내 농업·농민·농촌 보호에 앞장서고 수입업자 처벌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후 농식품부 관계자에게 성명서를 전달한 농민들은 장소를 가락시장으로 옮긴 뒤 강추위에도 2시간여 동안 집회를 재개했다.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무관세 대파수입 중단을 촉구한 농민 약 80여명은 저녁 6시 무렵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집회 장소를 옮겨 수입대파 상장경매 중단을 요구했다.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무관세 대파수입 중단을 촉구한 농민 약 80여명은 저녁 6시 무렵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집회 장소를 옮겨 수입대파 상장경매 중단을 요구했다.

 

집회 장소를 제한하는 경찰과 약간의 마찰이 있었지만 곽길성 전남겨울대파협의회준비위원장은 “3~4년 전에도 수입농산물 상장경매로 가락시장서 집회를 한 기억이 있다. 수입대파 상장경매는 정말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라며 “농민들이 피땀 흘려 생산해 올려보낸 농산물이 제값 받게 수입농산물 상장경매를 당장 멈춰달라”고 강조했다.

김학종 회장도 덧붙여 “수입 농산물이 경매에 올라와도 도매법인 차원에서 이를 불락해야 한다. 가격하락의 주범인 수입농산물의 경매를 그대로 두고 봐선 안 된다”며 “농산물 수입에 수입농산물 경매도 모자라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까지 농민은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다. 수입농산물과도 가격 경쟁을 해야 하고 주5일제 여파로 홍수 출하 영향까지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 농민들이 생존을 위해 계속 들고 일어날 것이란 걸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병선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장은 “공영도매시장은 설립 목적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설립 목적에 반하는 행태가 여기 가락시장서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농민은 안중에도 없이 수입농산물 상장경매로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 하는 도매시장 유통 주체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농업 생산기반을 붕괴시키는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과 수입농산물 상장경매를 즉각 중단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농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농민들은 ‘무관세 대파 수입과 수입대파 가락시장 상장경매 중단’을 재차 요구하며,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 더 큰 규모의 투쟁을 예고했다. 제주 농민들 역시 대책 없는 수입농산물 확대 정책을 지적하며,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를 향해 월동채소 시세하락이 불가피한 가락시장 개장일 축소 운영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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