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남용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 규탄 나선 시민사회

농민단체 등 80여개 단체 시국선언, 연대기구 결성해 대응

민생법안에 계속된 거부권 행사, ‘민주주의‧헌법정신 훼손’

  • 입력 2023.12.12 14:33
  • 수정 2023.12.15 09:39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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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사법 제정안을 거부한 데 이어 최근 노조법 2‧3조와 방송3법 개정안까지 거부해 농민단체 등 80여개 시민사회 단체가 규탄에 나서며 대응을 위한 연대기구 결성을 알렸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국민중행동, 전국비상시국회의가 12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각계 시민사회 대표자 시국선언 기자회견(‘거부권을 남발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을 열었다. 이들은 8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명한 시국선언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로 입법권이 무시되고 삼권분립이란 헌법정신이 훼손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입법권 무시 행위를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농민단체로는 가톨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연명에 동참했다.

올해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서 가결돼 정부 이송된 법안들에 대해 모두 세 번의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로써 6건의 법률안(양곡관리법 개정안‧간호법 제정안‧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2‧3조)‧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이 좌초됐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기준을 제한하고, 사용자 개념을 확대한다는 내용으로 파업권 보장 및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방송3법 개정안은 이사회 구성원을 다양한 주체로 확대하고 경영진 선출 과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윤석열정부가 최근 공영방송 이사진과 경영진을 일방적으로 해임‧교체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따른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지난 8일 부결되면서 결국 폐기됐다.

12일 열린 '거부권 남발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 기자회견에서 각계 대표들이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12일 열린 '거부권 남발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 기자회견에서 각계 대표들이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상근 목사(전국비상시국회의),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진영종 참여연대 공동대표,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조영선 민변 회장 등 규탄 발언에 나선 각계 대표들은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영종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개혁 입법은 국회 기능이기도 하나 국민의 뜻을 입법 과정을 통해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기도 하므로, 거부권 행사는 단지 대통령이 국회를 거부한 게 아닌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라며 “여러 난국에 국회와 협치해도 앞날이 밝지 않은데 정부는 모든 민주적 협치를 거부한 셈이다. 이제 우리는 국민의 뜻을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조영선 민변 회장은 “대통령 거부권은 헌법에 규정돼 있으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행사돼야 한다”라며 “과연 윤석열정부가 거부한 6개 법안이 그에 해당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거부된 법안들은 모두 농민‧노동자의 생존권과 방송권 독립을 위한 법안으로 거부권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40여년만의 쌀값 최대 폭락으로 최소한 가격을 보장받기 위한 양곡관리법,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국민 모두의 생명권, 건강권을 지키는,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간호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나아가 노조법 2‧3조와 방송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노동자와 언론의 자주성 독립성을 무너뜨렸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모든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 보장을 촉구한 국제노동기구(ILO)의 요청, 노조법 2‧3조 개정에 대한 70%에 이르는 국민 동의, 거부권 행사하는 정부가 잘못됐다고 보는 63.4%에 이르는 여론이 있었다며 “국회 의견을 무시하고 국민 의사를 짓밟는 대통령의 거부권이 계속 남용된다면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라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시민사회 연대기구 조직과 활동 방향을 알렸다.

우선 각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연대기구를 만들 계획이다. 현재까지(12일 기준) 참여 단체는 82개이며 연대기구는 한시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규탄 활동뿐 아니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에 대한 특별검사법,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도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오는 16일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진행할 시국 집회를 시작으로 20일‧27일 집회와 행진 등 시민행동을 이어간다. 아울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헌법상 권한인 대통령 법률안 거부권에 대해 대중이 올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정확한 법 해석을 제공하기 위해 국회 토론회를 추진한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상습적인 거부권 행사로 김건희 여사‧대장동 특검법과 10.29참사 특별법까지 거부할 위험에 놓여있다. 법을 악용한 헌법 파괴적인 행태다”라며 “전국 각지에서 비상행동이 진행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에 동참을 제안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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