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곳곳 지켜온 한우 소농, 이렇게 사라지나

  • 입력 2023.12.03 18: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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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40두 규모로 한우를 키우고 있는 김일순씨가 지난달 29일 저녁 볏짚과 사료를 먹고 있는 소들을 살피며 한우 사육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40두 규모로 한우를 키우고 있는 김일순씨가 지난달 29일 저녁 볏짚과 사료를 먹고 있는 소들을 살피며 한우 사육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작성한 ‘지역별 전년 대비 한우사육동향’을 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간 7,180가구의 한우 농가가 사육업에서 이탈했다. 대부분은 한우 소농으로 87.2%가 20두 미만, 8.7%가 20~49두의 사육규모였다.

남은 농가들도 사육두수를 줄여 나가고 있다. 지난 1년간 20두 미만을 기르는 농가들 가운데선 65%, 20~49두를 기르는 농가 집단에선 약 51%가 사육두수를 줄이거나 현상 유지했다. 이탈 농가들의 규모까지 합해 이들로 인해 줄어든 사육두수는 총 11만8,000여두다.

그러나 100두 이상을 기르는 농가들은 반대로 그중 58%가 오히려 사육두수를 늘리는 선택을 했다. 이 집단에서 늘어난 사육두수는 5만7,000여두로 가구당 평균으로 따지면 약 6.7두를 늘렸는데, 통상적으로 사육규모가 클수록 증가 폭도 컸다. 큰 예시로 의성군에서는 불과 7곳의 500두 이상 농장이 도합 1,400여두를 늘리기도 했다.

지난해 사룟값 폭등세 이후 한우업계는 셀 수 없이 많은 논의의 장을 만들었고, 그때마다 ‘대농이 앞장서 사육두수를 감축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대응하고 있진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 또한 각종 발표나 토론회 등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규모 농장들이 사육두수를 증가시켜왔단 사실을 강조해 왔지만, 그러면서도 과도한 입식을 방지·제어하는 제도적 장치나 소규모 농가를 대상으로 한 이렇다 할 특화 지원 정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매우 절박한 처지에서도 버텨 왔던 농가들은 이제 정말 힘이 빠질 법하다. 소값이 더욱 떨어질 거란 관측이 지배적인 만큼, 내년을 넘기는 농가들이 과연 얼마나 남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가격파동이 발생할 때마다 동반되는 소규모 농가들의 사육 포기·폐업 행렬은 이제 당연한 구조개편 수순의 하나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시장의 흐름으로 이해하고 방관하기엔 이들의 소멸로 인해 사라지는 가치가 너무나 아까운 것도 사실이다.

한우산업은 축산업의 모든 영역은 물론이고, 일부 산업화된 경종 농사보다도 더 농촌 친화적인 농업이다. 10년, 20년 전에 비하면 이제 많은 농가들이 사육을 포기했지만, 한우 영농은 여전히 수만 가구에 이르는 농촌 가정의 농업소득에 크고 작게 기여하고 있다. 여전히 가족 단위 영농이 가능해 점점 사라져 가는 ‘가족농’의 개념과 존재를 지키는 데도 한몫 거들고 있는 점 또한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농촌 곳곳의 한우 농가에서 생산하는 퇴비는 ‘우리 마을부터 경축순환 농업’을 실현 가능케 할 핵심 자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한우산업 인구의 축소는 결국 농촌소멸을 부채질하는 데 큰 원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여전히 많은 농가들이 벼를 베고, 마늘과 양파를 심고, 아침저녁으로 한우를 먹이며 농촌을 지킨다. 이들의 소득을 구성하던 주요한 한 축이 이대로 무너지면 농촌에서의 인구 이탈 역시 가속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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