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포장재, 슬슬 줄여봅시다

  • 입력 2023.11.26 18:00
  • 수정 2023.11.26 18:59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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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재사용이 가능한 포장재를 활용하는 등 `일상 속 녹색실천' 일환으로 생활쓰레기를 줄이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진주텃밭협동조합 진양호점(경남 진주시 평거동)에서 지난 14일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재사용이 가능한 포장재를 활용하는 등 `일상 속 녹색실천' 일환으로 생활쓰레기를 줄이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진주텃밭협동조합 진양호점(경남 진주시 평거동)에서 지난 14일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경남 한 지역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농민 A씨가 농사과정에서 하는 고민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특히 큰 고민 중 하나는 ‘포장’ 문제다.

A씨는 수확기가 도래하면 아침 7~9시에 딸기를 수확하고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포장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그가 딸기를 납품하는 서울 한 도매시장의 도매법인에선 딸기를 꼭 ‘랩 포장’해서 납품할 것을 당부한다. 랩 포장을 해야 딸기가 더 보기 좋으며, 공기와 딸기의 접촉을 최대한 피할 수 있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A씨는 도매법인에서 랩 포장 방식을 요구하는 데 불만이 없지 않다. 도매법인의 요구사항에 맞추려다 보니 포장시간이 오래 걸려 딸기 관리에 정성을 쏟기 어려우며, 무엇보다 ‘보기 좋은’ 겉모습을 챙기느라 일회용 포장재가 대량 소비되기 때문이다.

도매법인과의 거래 과정은 어쩔 수 없다 해도, A씨는 직거래 때나마 다른 포장재 없이 종이상자에 딸기를 넣어 공급한다. 의외로 멀리 배송한다 해서 딸기가 무조건 망가지는 것도 아니고, 가까이 배송한다 해서 딸기가 꼭 온전한 건 아니었다. A씨는 과도한 농산물 포장재 투입이 농민도, 소비자도 힘들게 한다면서 “로컬푸드(지역먹거리) 체계가 갖춰지면 멀리 서울 도매시장 경매장까지 포장해서 보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기대감을 표했다.

그동안 너무나 당연시돼 왔던 대량포장 기반 농산물 유통체계를, 당장 바꾸진 못해도 ‘일부나마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농민·시민이 늘어나고 있다. 그 과정에서 A씨를 비롯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안적인 농산물 포장 방식을 추구하는 이들도 늘어난다. 그러나 여전히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정부는 농산물 유통 과정의 포장재 감축에 이렇다 할 관심이 없다.

지난 1일 환경정의 주최로 서울역 인근 비즈허브 서울센터에서 열린 ‘농산물의 일회용 포장 감축 개선방안을 위한 토론회’에 참가한 충북 청주 농민 나기창씨는 현장 농민 입장에서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 싶어도 그러기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종이 외에 다른 친환경 포장재를 찾기 어렵다. 1kg 단위로 방울토마토를 종이상자에 낸 적 있는데, 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비자에게 점점 외면당했다. 농가 입장에선 종이 포장재를 쓰는 것보다 플라스틱 용기를 쓰는 게 비용이 적게 들고 작업도 편하기에 점점 더 선호하는 추세다. 가까운 지역 매장이라 해도 무포장 판매는 어렵다. 지역매장은 거의 대부분 매장에서 매입하는 게 아니라 (농민이) 개별 출하하는 방식이다. 농민이 직접 포장해 판매하고 재고를 회수해 가는 과정이 불가피하고 모든 농가는 수익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포장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친환경 포장재 개발은커녕 플라스틱·비닐 등 일회용 포장재에 대한 규제 강화마저 손 놓았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환경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계도기간 1년 연기조치다. 이와 관련해 가톨릭농민회·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지난 21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국회 조사처 자료를 인용하며 “2021년 발생한 폐플라스틱은 1,193만2,000톤이고 우리나라는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이 세계 3위이며, 연간 비닐봉지 사용량은 핀란드의 100배에 이른다”고 한 뒤 “2021년 7월부터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유럽연합 국가들로부터 알 수 있듯이, 탈플라스틱 정책은 피할 수 없는 국제 흐름”이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농산물 포장재 관련 법체계는 어떠할까? 무심한 정부의 반대편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이들은 어떤 노력을 할까? 이번 호에서 농산물 무포장 유통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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