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역농협이 짊어진 쌀산업, 정부·농협중앙회도 좀더 힘 보태야”

임탁 의성 서의성농협 조합장

  • 입력 2023.11.26 18:00
  • 수정 2023.11.27 10:3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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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3월 8일 치른 전국 동시조합장선거는 조합장의 초선·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전국 지역 농·축협이 운영을 재정비하는 기점이 되고 있다. 본지는 각각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농·축협 여덟 곳을 격주로 소개함으로써 전국 농·축협 임직원·조합원들이 각자 조합의 역할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관련기사: 서의성농협, 안계평야에서 경북쌀의 부흥을 꿈꾸다>

 

임탁 서의성농협 조합장.
임탁 서의성농협 조합장.

의미 있는 성과들을 내고는 있지만, 품종 전환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일품미는 농사에 큰 변수가 없고 소출도 어느 정도 나서 지역 농민들이 많이 짓지만, 경북 밖으로 나가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나마 기온이 자꾸 올라가니 점점 수확량이 줄고 병충해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품종이 개량돼 좋은 벼들이 많은데도 농민들 연세가 많고 하던 걸 바꾸기 어려워해서 전환이 잘 안되고 있다. 내년부턴 군에서도 많이 독려해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 특수미에 ha당 75만원씩 지원해오던 사업을 군수님이 내년에도 계속할지 고민했는데, 조합의 노력을 인정해서 계속하기로 했다.

쌀은 농민에게 어떤 의미인가.
어쨌든 주식이기 때문에 옛날엔 돈이 되는 농사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제 도시락 제품을 하나 봤는데 친환경 샐러드 도시락이라고 오리고기 세 조각에 밥 없이 야채만 담아 놨더라.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56.7kg밖에 안 되니 쌀농사가 되겠나. 그렇지만 아직도 만만하게 배 채우기엔 쌀이 제일이다. 밀이나 다른 식재료도 더 이상 싸지만은 않다. 쌀은 먹거리의 기본이다.

쌀산업이 불안정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정부가 하라는 것 반대로 하면 잘될 것 같다. 휴경단지를 추진하고선 다음해에 쌀이 모자란다고 싹 풀어버린다. 일본 같은 체계적인 휴경 시스템도 없이 그때그때 ‘휴경하라’ ‘타작물하라’ 하고, 그래서 콩 많이 지으면 또 콩이 똥값 되고, 그걸 책임 수매해주지도 않을뿐더러 단가는 시중 단가만도 못하다. 지난해에도 수확 다 끝나갈 때쯤 비축미를 풀어 농협에 손실을 떠안기지 않았나. 최근엔 쌀 80kg 20만원을 달성하겠다는데 이걸 나락 20kg로 치면 6만원밖에 안 된다. 이거 갖곤 안 되는 가격이다.

서의성농협도 지난해 쌀 적자가 컸을 것 같다. 어떻게 감당했나.
우리 농협이 연수익 5억원이 안 나는 조합인데 2021년산 쌀로 8억5,000만원 손실을 봤다. 올해도 4억원 적자를 예상한다. 엄청난 거다. 그나마 지난해 금리가 올라가는 바람에 이자수익으로 버텼고, 농협중앙회의 지원도 도움이 됐다. 다만, 농협중앙회가 도시농협 신용사업 수익을 농촌농협에 더 적극적으로 분배해 농협의 기능을 살릴 필요가 있다. 무이자자금 지원도 중앙회에 입김 있는 조합은 많이 받고 힘없는 조합은 구경도 못하는데 좀더 공정하게 분배해야 한다.

내년 쌀 사업 전망은.
상황이 좋아질 게 없다. 소비 감소에 대한 정부 대책이 있어야 한다. 수매해서 사료용으로 쓴다, 가루쌀을 늘린다 하는데 소용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젠 개인정미소도 많이 도태되고 쌀은 농협이 다 수매하고 있는 만큼, 농협의 손실을 정부가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예산이 600조원인데 나락은 많이 해봐야 2조~3조원 규모다. 정부에서 관리하려고 들면 아무 것도 아닌 거다. 잘못되서 무너져버리면 난리나는 게 쌀이다. 정부가 중요성을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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