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성농협, 안계평야에서 경북쌀의 부흥을 꿈꾸다

[지역농협의 역할을 고민하다⑧] 경북 의성 서의성농협

  • 입력 2023.11.26 18:00
  • 수정 2023.11.26 18:5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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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3월 8일 치른 전국 동시조합장선거는 조합장의 초선·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전국 지역 농·축협이 운영을 재정비하는 기점이 되고 있다. 본지는 각각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농·축협 여덟 곳을 격주로 소개함으로써 전국 농·축협 임직원·조합원들이 각자 조합의 역할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경북 의성의 특산물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마늘이다. 전국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한지형마늘이 이곳에서 나오며 그 다음을 논하자면 사과·자두·한우 등이 거론된다. 그런데 의외로 의성은 경주·상주·구미와 함께 경북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다. 동부엔 마늘·과수 재배에 적합한 산지가 많은 반면, 서부엔 낙동강 지류를 낀 제법 넓은 평지 ‘안계평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낮은 인지도가 말해주듯 의성의 쌀산업은 다소 정체돼 있다. 지역 주력 품종인 ‘일품’벼는 1981년 육성한 품종으로, 재배편의나 생산성이 두루 양호하지만 타 지역의 고품질 쌀에 비해 큰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과거 한창 의성쌀 인기가 좋던 시기 일부 정미소에서 ‘포대갈이’ 사건이 터지면서 소비자 신뢰도를 크게 추락시킨 일도 있었다.

서의성농협(조합장 임탁)은 지역 쌀산업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고 있는 농협이다. 안계평야에서도 비교적 작은 면적을 끼고 있지만, 2009년 완공한 벼건조저장시설(DSC)을 아직까지 새것처럼 운영할 정도로 투자에 적극적이다. 쉽진 않지만 조합원들의 벼 품종 전환을 유도하며 지역 쌀산업의 활로를 모색하는 중이다.

1990년대에 보리가공공장으로 지었다가 2009년 벼건조저장시설로 전환한 서의성농협 DSC. 매년 꾸준히 시설을 보수해 지금도 그 연식을 체감할 수 없다.
1990년대에 보리가공공장으로 지었다가 2009년 벼건조저장시설로 전환한 서의성농협 DSC. 매년 꾸준히 시설을 보수해 지금도 그 연식을 체감할 수 없다.

최근 서의성농협이 주목받고 있는 건은 ‘가바쌀 수출’이다. 가바쌀은 서학수 영남대 명예교수가 개발한 것으로, 뇌를 진정시키고 혈압을 낮추는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 함유량이 일반 쌀보다 월등히 많은 기능성 쌀이다. 2013년부터 개인 논에서 이를 재배해본 임탁 조합장이 2015년 조합장 취임 이후 조합원들에게 보급해보기 시작했다.

가바쌀의 약점은 높은 가격과 빈약한 인지도에 있다. 서의성농협은 그 돌파구를 수출에서 찾았다. 경북도·대구시가 출자한 경북통상㈜을 활용해 2016년 2월 미국에 첫 수출을 단행했고 ‘고급쌀’ 마케팅으로 현지 교민들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가바쌀을 재배하는 조합원은 이제 25명으로 늘어났고 친환경 우렁이쌀과 더불어 서의성농협의 수출 주력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내로라하는 곡창지대에서도 수십톤 단위 수출 사례가 드문데, 서의성농협은 최근 몇 년 줄곧 연간 300톤 내외의 쌀 수출을 기록하고 있다. 수출선 역시 호주·캐나다 등으로 넓혀 가는 추세다.

서의성농협의 자체 브랜드쌀 ‘의성의미’.
서의성농협의 자체 브랜드쌀 ‘의성의미’.

주목할 만한 성과지만, 가바쌀 역시 여러 쌀 품종 중 하나일 뿐이다. 9월에 수확하는 올벼부터 가바·동진찰벼·일품·영호진미·백진주까지, 가을철이 되면 서의성농협 DSC엔 10여종의 쌀이 차례차례 쉴새 없이 들어찬다. 원하는 농가의 쌀을 거부없이 받아들이는 ‘전량수매’가 원칙. 미곡종합처리장(RPC)이 아닌 DSC임에도 불구하고 연간 5,600톤을 소화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아직 일품벼가 주력인 건 변함이 없지만 의성군과 함께 일부 품종전환 지원을 해주며 계속해서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농협 입장에서 사업을 하기에 수월한 건 분명 다품종보다 단일품종이다. 조금 품이 더 들고 힘들더라도 지역 쌀산업 발전을 위해선 품종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쌀은 우리나라의 주식임과 동시에 농민들에겐 농업의 든든한 기둥이다. 어떤 농산물보다 농협의 취급 비중이 높은 품목이기도 하다. 각 지역 쌀산업의 향배는 농협이 얼마나 충실한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지만 가쁘게 뛰고 있는 서의성농협의 맥박은, 다소 침체돼 있는 의성 쌀산업에 조금씩 활력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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