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보상금 기다리다 또다시 좌절하는 농민들

  • 입력 2023.11.26 18:00
  • 수정 2023.11.26 19: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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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 극한 호우 피해를 입은 충남 공주·논산·부여·청양 지역에서는 127일이 지나서도 도지사가 약속한 재난지원금이 완전히 지급되지 않아 농민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기후재난으로 농민들은 올 한 해를 시름 속에 보냈다.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서 농민들은 이제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이라 표현한다. 이상고온, 급격한 기온 강하, 극한 호우, 극심한 가뭄, 봄철 동해, 골프공만 한 우박 등. 농민들의 노력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이상기후는 재난으로 격상해 농민에게 다가오고 있으며 급기야 농사를 더 이상 짓기 어려운, 버거운 시점에 도달했다.

경남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한 여성농민은 농작물재해보험료로 700여만원을 냈는데, 보험금으로 받아 남은 돈은 150여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런 보상금을 받는다는 게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후재난 시대에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을 보호해줄 장치가 전무한 상황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확인하게 된다.

피해를 보는 농민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응급처치이다. 그에 합당한 보상 조치가 뒷받침돼야 재난 이전 상태는 아니더라도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1단계 생활공간에 피해와 2차 피해, 그리고 인명피해가 없도록 응급조치가 이뤄져야 하고 이후 피해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물론 조사에 따른 재난지역·특별재난지역 등도 선포한 뒤 하천과 도로를 보수해야 한다. 특히 피해를 복구해 일상을 회복하도록 위로금도 하루빨리 전달해야 한다. 이밖에 정확한 조사를 통해 피해 대상, 피해 면적을 산출하고 관련 매뉴얼에 맞게 지원하는 순차적 대처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난 7월에 호우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충남도는 약속한 재난지원금을 11월 들어서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앞서 충남도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김태흠 지사가 직접 ‘피해액 전액 지원’ 원칙을 밝힌 바 있다. 또 피해액의 50%를 농협을 통해 즉시 지급하고, 영농시설 피해를 입은 경우 실재 피해액의 80~90%까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건조기 등 농기계와 토양 개량 지원도 언급했으며, 농작물 피해는 보험 가입 유무에 따라 보험 수령액을 뺀 나머지 전액 또는 지원액(보험 미가입자)을 차등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충남도의 이 같은 발표에 충남 농민들뿐 아니라 전국의 농민들은 반가움을 표했다. 그러나 오늘날 받아든 현실은 아쉽기 그지 없다. 지원금 지급은 너무 늦어지고 피해 산정 금액 역시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대부분 9월 추석 무렵에야 일부 지급됐고, 아직도 정산 중이다. 더 심각한 것은 호우피해 발생으로부터 100일 이상 지체된 피해보상지급액이 이런저런 이유로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된다는 것이다. 피해를 입었는데 소외되는 농가까지 발생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올해 기후재난 피해를 극복하고 다시 농사지을 수 있도록 피해보전금 지급이 완료돼야 한다.

기후재난을 예견하는 과학자들은 올 여름 폭염이 가장 시원한 여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서 기후재난 시대로. 피해의 범위와 피해빈도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민간보험이나 열악한 지자체 예산으로 농업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범정부 차원의 농업재해보상법이 하루빨리 세워져야 하고,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등 사전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식량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의 먹거리를 지키는 방향으로 농업재해보상법 제정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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